경제일반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25

ngo2002 2012. 5. 17. 09:55

새희망홀씨로 날개 단 서민금융
가난한 사람에게 소액대출로 희망
무담보·창업 교육으로 재기 도와
기사입력 2011.12.14 17:06:07 | 최종수정 2011.12.14 19:32:2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25) ◆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빈민들과 서민들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기로 유명합니다. 어떻게 담보도 없이 가난한 빈민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느냐고요? 그렇게 하다 빌려준 돈을 떼이면 은행이 망하지 않느냐고요? 빈민ㆍ서민들은 돈이 없으니, 원금도 못 갚을 가능성이 크지 않냐고요? 옳은 질문입니다. 담보 없이 가난한 서민들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는 은행을 찾기란 힘듭니다. 서민들은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래서 은행들은 서민들에게 돈을 잘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라민 은행은 달랐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담보도 없이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서민들은 빌린 돈으로 작지만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그라민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았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빌려준 돈의 97%를 돌려받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습니다. 빈민들은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한다는 속설이 그라민 은행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라민 은행은 원금에 이자까지 받으니까 이익이고, 서민들은 빌린 돈을 종잣돈으로 자신의 사업에서 성공했으니까 이익이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라민 은행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서민과 빈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셈이죠.

그라민 은행의 성공 모델은 온 세계로 전파됐습니다. 1997년 미국 워싱턴에서 서민금융 정상회의가 열릴 정도였으며, 국제연합은 2005년을 서민금융의 해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ACCION이라는 서민금융 기관이 그라민 은행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도 최근 몇 년 새 서민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 신용대출금리는 연 7~8%지만 서민들은 은행 대출을 엄두도 못내고 39% 또는 그 이상의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대부업이나 사금융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타파하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과 16개 은행, 매일경제신문이 손을 잡고 작년 11월부터 출시한 서민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이 대표적인 서민대출 상품입니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이고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이거나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새희망홀씨 대출을 최고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여러 가지 서민금융 상품이 국내에 출시돼 있습니다.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은 가난한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다만 서민금융의 금리는 일반 은행 대출 금리보다는 다소 높습니다. 새희망홀씨 대출 금리도 10~14%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는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노벨상을 받은 그라민 은행도 일반 은행보다는 높은 금리를 매깁니다.

서민금융은 대출 금액도 일반 은행 대출보다 작습니다. 서민금융을 `작다`라는 뜻의 `마이크로(micro)`라는 말을 붙여서 `마이크로 크레딧`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예를 들어 새희망홀씨 대출금은 최대 2000만원입니다. 햇살론ㆍ미소금융 등 다른 서민금융 상품도 1000만~5000만원 수준입니다.

그라민 은행의 혁신이 주목받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개인별로는 작은 돈을 대출받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자립할 수 있는 `연대 대출(solidarity lending)`이라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5명 정도의 그룹 단위로 대출을 합니다. 대출받은 돈을 각자 따로 사용하더라도 정보를 공유하며 유대하고 서로 돕습니다. 작은 돈을 손에 쥐고 혼자서 성공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보다는 훨씬 성공하기 쉽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잘살아 보자`고 함께 노력하는 모델이니까요. 연대 대출 방식은 캐나다 등 선진국을 포함해 43개국에 퍼져 나갔습니다.

그렇다고 연대 대출을 `연대 보증`이라고 이해하면 안됩니다. 그룹의 멤버들은 다른 사람이 빌린 돈을 대신 갚을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돈을 갚을 의무는 오로지 개인이 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룹 멤버 중 한 명이 돈을 갚지 않으면 다른 멤버들로부터 눈총을 받게 됩니다. 속된 말로 공동체에서 `왕따`를 당하게 됩니다. 방글라데시 서민들이 그라민 은행에서 빌린 돈을 어떻게든 갚으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이죠.

서민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노하우가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돈을 빌린 서민들이 사업이나 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라민 은행은 돈을 빌린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그라민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자녀를 학교에 꼭 보내겠다고 서약해야 합니다.

한국의 서민금융은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방글라데시와 한국의 서민들은 처한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그라민 은행과 똑같은 방식으로 서민금융을 해서는 성공하기 힘들 것입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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