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광우병 릴레이 기고](6) 조능희 MBC 시사교양국 PD
ㆍ미국에선 광우병 소 추적조사 힘들어
2003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광우병 소는 젖소였다. 캐나다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18마리 중 10마리, 일본에서 발견된 36마리 중 32마리도 젖소였다. 지금까지 언론은 광우병 젖소를 따로 구분하면서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광우병 젖소’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정부는 ‘젖소’와 ‘비정형 광우병’을 이번 광우병 소의 특징으로 규정하면서 안전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것이 정권에 순치된 한국 언론의 한 단면이다.
이번에 발생한 광우병이 비정형이라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더욱 황당하다. 비정형도 기존의 정형과 똑같이 혹은 더 빨리 인간에게 옮는다는 많은 논문이 있다. 더구나 2004년과 2006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도 비정형이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는다.
비정형이든 정형이든 광우병 소는 그냥 광우병 소다.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 일단 동거 소, 가족 소, 공급된 사료를 추적해서 조사한다. 그런데 과거 세 번의 발생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광우병 소의 추적 조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은 농장주에게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이력추적제를 의무로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되었는데 정부와 언론은 예전에 비정형 광우병 소들이 발견되었을 때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자들을 속이고 결국은 국민을 속이는 발표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29마리의 광우병 소는 모두 비정형이라며 국민이 걱정하는 정형 광우병은 이미 사라졌다고 어느 관변학자가 발표했다.
사실은 29마리 중 3마리만 비정형 광우병 소였다. 이 허위 발표는 정부 고위관료인 검역검사본부장과 함께 농림수산식품부 기자실에서 이루어졌고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 언론은 그대로 보도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부와 관변학자의 발표와 수구언론의 보도는 사실을 일단 확인해야 한다. 2008년에 이미 충분히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또 다른 허위 정보는 미국의 국제수역사무국(OIE) 광우병 예찰점수 관련 보도이다.
“미국은 633만5000점을 획득했고 우리나라는 47만점을 얻는 데 그쳤다. …13배 차이”
이 기사 제목만 보면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보다 13배나 안전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OIE는 검사하는 소 한 마리당 점수를 주어 누적계산하기 때문에 점수로는 안전성을 비교할 수 없다. 9500만마리를 키우는 미국과 300만마리를 키우는 한국의 점수 차이가 30배 이상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검사비율만 따져 단순 계산한다면 미국 점수는 약 20만점으로 오히려 한국이 약 2.3배 점수가 많다.
단지 0.1%의 검사로 광우병 소를 발견했으니 미국의 방역수준이 우수하다는 미국업자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에는 실소가 나온다. 발견 안됐으면 광우병이 없는 나라라고 보도할 태세이다.
정부 발표에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갖고 정책을 바라보는 것은 언론 보도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장악해 언론의 기본원칙마저 흔들어 왔다.
지난 4년간 두드러진 현상은 정부 발표에 의심을 품고 다른 의견을 말하면 반정부 혹은 반미좌파로 매도되는 것이다. <PD수첩> 제작진도 수갑에 채워지고 포승에 묶여 검찰청으로 이송된 뒤 담당검사에게 반미종북주의자가 아니냐는 신문을 받았다. 정권에 충성하는 낙하산 방송사 사장들 때문에 광우병에 대한 정부 비판 보도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가 다우너 소인데도 TV에서는 다우너 소 영상을 보기 힘들다. KBS, MBC, YTN 노동조합은 지금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 중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미국은 쇠고기 업자들과 함께 ‘우리 물건 좋다’는 식의 장사꾼 논리로 나오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정권의 안전과 이념의 문제라고 여기는 듯하다. 이래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쇠고기를 원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국민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조능희 | MBC 시사교양국 PD>
2003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광우병 소는 젖소였다. 캐나다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18마리 중 10마리, 일본에서 발견된 36마리 중 32마리도 젖소였다. 지금까지 언론은 광우병 젖소를 따로 구분하면서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광우병 젖소’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정부는 ‘젖소’와 ‘비정형 광우병’을 이번 광우병 소의 특징으로 규정하면서 안전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것이 정권에 순치된 한국 언론의 한 단면이다.
이번에 발생한 광우병이 비정형이라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더욱 황당하다. 비정형도 기존의 정형과 똑같이 혹은 더 빨리 인간에게 옮는다는 많은 논문이 있다. 더구나 2004년과 2006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도 비정형이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되었는데 정부와 언론은 예전에 비정형 광우병 소들이 발견되었을 때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자들을 속이고 결국은 국민을 속이는 발표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29마리의 광우병 소는 모두 비정형이라며 국민이 걱정하는 정형 광우병은 이미 사라졌다고 어느 관변학자가 발표했다.
사실은 29마리 중 3마리만 비정형 광우병 소였다. 이 허위 발표는 정부 고위관료인 검역검사본부장과 함께 농림수산식품부 기자실에서 이루어졌고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 언론은 그대로 보도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부와 관변학자의 발표와 수구언론의 보도는 사실을 일단 확인해야 한다. 2008년에 이미 충분히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또 다른 허위 정보는 미국의 국제수역사무국(OIE) 광우병 예찰점수 관련 보도이다.
“미국은 633만5000점을 획득했고 우리나라는 47만점을 얻는 데 그쳤다. …13배 차이”
이 기사 제목만 보면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보다 13배나 안전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OIE는 검사하는 소 한 마리당 점수를 주어 누적계산하기 때문에 점수로는 안전성을 비교할 수 없다. 9500만마리를 키우는 미국과 300만마리를 키우는 한국의 점수 차이가 30배 이상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검사비율만 따져 단순 계산한다면 미국 점수는 약 20만점으로 오히려 한국이 약 2.3배 점수가 많다.
단지 0.1%의 검사로 광우병 소를 발견했으니 미국의 방역수준이 우수하다는 미국업자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에는 실소가 나온다. 발견 안됐으면 광우병이 없는 나라라고 보도할 태세이다.
정부 발표에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갖고 정책을 바라보는 것은 언론 보도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장악해 언론의 기본원칙마저 흔들어 왔다.
지난 4년간 두드러진 현상은 정부 발표에 의심을 품고 다른 의견을 말하면 반정부 혹은 반미좌파로 매도되는 것이다. <PD수첩> 제작진도 수갑에 채워지고 포승에 묶여 검찰청으로 이송된 뒤 담당검사에게 반미종북주의자가 아니냐는 신문을 받았다. 정권에 충성하는 낙하산 방송사 사장들 때문에 광우병에 대한 정부 비판 보도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가 다우너 소인데도 TV에서는 다우너 소 영상을 보기 힘들다. KBS, MBC, YTN 노동조합은 지금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 중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미국은 쇠고기 업자들과 함께 ‘우리 물건 좋다’는 식의 장사꾼 논리로 나오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정권의 안전과 이념의 문제라고 여기는 듯하다. 이래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쇠고기를 원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국민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조능희 | MBC 시사교양국 PD>
입력 : 2012-05-07 21:28:30ㅣ수정 : 2012-05-07 21:28:30
CopyrightⓒThe Kyunghyang Shinmun, All rights reserved.
'기획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상복지 말하며 세금애기 없는 한국 이상해-추방! 포퓰리즘 (0) | 2012.05.15 |
---|---|
광우병-20개월령 소도 광우병 발생… 정부 주장 과학기준은 허구 (0) | 2012.05.10 |
[미국 광우병 릴레이 기고](5) 이강택 KBS PD·전국언론노조위원장 (0) | 2012.05.08 |
[미국 광우병 릴레이 기고](4)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0) | 2012.05.08 |
[미국 광우병 릴레이 기고](3)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 거짓말 정부 (0) | 2012.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