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광우병 통제 3가지 조건 ‘SRM 제거·강화된 사료조치·전수검사’, 미국은 거의 안 지켜광우병은 그렇게 위험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다. 이 질병이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반인의 우려는 극대화되었지만 다행히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비록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도 많지만, 한창 창궐할 때에 비해 98% 정도 광우병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금년 2월에 방문했던 유럽연합(EU) 과학위원회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직접적인 광우병 피해를 받았기에 이에 대한 연구를 가장 많이 한 EU의 광우병 관리체제는 이제 국제적인 실증사례가 되어 전 세계의 광우병 발생 감소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또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프리온학회에서도 꾸준히 이 질병과 원인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서로 교류한다. 올해에도 오는 9일부터 네덜란드에서 열릴 예정이고, 필자 역시 매년 발표차 다녀온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2008년도 촛불시위 때나 요즘처럼 미국 광우병 발생으로 시끄러울 때에 많은 이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더불어 논란이 되는 과학적 내용에 대하여 국제학회에서도 거론되고 논의하느냐는 질문이다.
그 답은 불행히도 ‘아니다’이다. 일반인들의 희망과 달리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과학자들은 어떤 질병에 대한 정보나 연구가 부족해 사람이 통제하지 못하고 그 피해가 클 때 치열하게 토론하고 연구하면서 그 질병의 통제방법을 찾고자 온 힘을 집중한다. 그런데 광우병은 과학적으로 많은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이미 98%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것은 더 이상 광우병 방역에 대한 부분이 국제학회에서 주요 논의 대상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세하게 남은 부분이나 방역을 좀 더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있지만 말이다.
광우병 통제는 질병 발생의 98%를 감소시킨 EU의 방역지침(매뉴얼)과 권고에 따르면 큰 문제는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도 이 국제학회에 참석해 열심히 최신정보를 자신들의 국제기준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쇠고기 수출입에 있어서도 200여개국에 가까운 회원국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기준을 필요조건으로 권고하고, 동시에 각 회원국 간의 상황을 고려해 해당국의 안전이 확보되는 ‘충분한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실제 상황 속에서 광우병 통제와 관리에 성공한 EU는 크게 세 가지를 가르쳐준다.
특정위험물질(SRM)의 철저한 제거, 강화된 사료조치, 그리고 전수검사이다. 또한 이력추적제 실시 등을 포함한 광우병 발생에 대한 대응지침도 제시하고 있어서 이를 충실히 따르면 된다.
그런데 미국은 이러한 지침을 거의 지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이윤을 많이 남기려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SRM 기준도 EU에 비해 느슨하고, 강화된 사료조치를 뒤늦게 실행한 것은 물론, 실시되고 있는 사료조치 자체도 EU 권고보다 엄격하지 못하다. 또한 전수검사는 경제적 이유를 표명하면서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시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보다는 기업의 이윤 추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광우병 발생을 감시 통제할 국가예찰체제가 매우 부실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도 매년 도축되는 3400만마리 중에 광우병 검사를 받는 4만마리에 포함된 것이었다. 특히 신경증상이 국제적으로 광우병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사체 재활용공장으로 팔려갔다. 다행히 재활용되기 전에 무작위로 뽑혀 광우병 검사를 받아 폐기되었을 뿐이다.
광우병 양성이 확인돼 역학조사를 할 차례가 되었지만 이력추적이 불가능하기에 질병통제에 필수적인 조사 자체도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 통제가 필요한 광우병 관리가 미국으로 인해 깨질지도 모르는 국제적 폐해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과학적 접근을 통해 충분히 통제될 수 있는 질병이 경제논리에 의해 다시 위협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한·미 간의 공식 쇠고기 위생수입조건을 준수해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미국의 공식 입장 표명이 있었다. 이제 한국은 일본이나 대만과 달리 30개월 이상인 미국 쇠고기와 EU 기준에서는 SRM이 되는 부위도 수입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고령우나 젖소의 쇠고기가 섞여 있을 분쇄가공육이 수입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광우병 발생이 결코 국민의 안전과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희종 |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