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무상복지 말하며 세금애기 없는 한국 이상해-추방! 포퓰리즘

ngo2002 2012. 5. 15. 10:00

"무상복지 말하며 세금얘기 없는 한국 이상해"
복지천국 스웨덴 스승과 한국인 제자 `한국 복지` 대담
유럽식 모델 무조건 따라말고 한국 모델 찾아야
여성 고용 확대는 복지·성장 두토끼 잡는데 최고
기사입력 2012.05.14 17:44:14 | 최종수정 2012.05.15 08:29:3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추방! 포퓰리즘 ◆



20여 년 전 스웨덴에서 함께 복지 모델을 공부한 스웨덴 스승과 한국인 제자가 `복지 강국 한국`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스승은 스웨덴식 복지 모델 연구의 권위자로 스웨덴 쇠데르테른대 부총장을 지낸 스벤 호르트 린네대 교수(62), 제자는 호르트 교수 지도 아래 석ㆍ박사학위를 받고 `한국형 복지국가` 정책 연구에 한창인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43)다. 안 교수는 지난달 29일 출범한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선정됐다. 스벤 호르트 교수는 오는 6월 서울대 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1995년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처음 만났다. 사제의 인연은 학문적 동료로 발전해 지난 20년여간 지속됐다. 호르트 교수는 2학기부터 강의를 펼치고, 안 교수가 주도하는 한국형 복지국가 전략 생성 프로젝트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15일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둔 지난 1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두 교수가 만났다.

▶안 교수=90년대 중반만 해도 서구 선진국 학생들도 복지 강국 스웨덴으로 너도 나도 유학가는 분위기였지요. 이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호르트 교수=사회 복지에 선구적이었던 서구 유럽,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잖아요. 반대로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동아시아 신흥국가들이 뒤늦게 복지를 고민하고 있고. 그래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달성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일본마저 경제 침체가 심해지면서 전 세계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지요.

▶안 교수=교수님께서는 늘 "스웨덴 모델을 무조건 모방하려고 하지 말아라, 좋은 점만 취사선택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하셨는데.

▶호르트 교수=스웨덴 모델도 영국과 독일 정책을 적절히 수입해서 만들어진 것이죠. 한국형 프레임을 갖고 논의를 시작해야죠. 스웨덴은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고 특히 가족이나 성평등 정책에서 한국이 스웨덴에서 배울 점이 많을거예요. 다만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의 성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 20~30년 후에는 스웨덴이 동아시아에서 배워야할 점이 생길지도 몰라요.

▶안 교수=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러기 위해서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여성 고용률을 늘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호르트 교수=여성 고용은 복지 정책에서 결정적인 요소죠.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여성들의 출산과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요. 한국 사회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일하는 여성들의 출산과 보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생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여성의 사회 참여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안 교수=한국의 복지는 여전히 연금이나 실업수당과 같은 현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아동이나 노인을 위한 사회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훨씬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호르트 교수=복지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에 놀랐어요. 그런데 무상 복지를 얘기하면서 아무도 세금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은 좀 의아했어요. 한국의 재정 구조를 좀더 살펴봐야겠지만 앞으로 복지 지출에 들어갈 세원을 다양화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쓰는 일이 중요해질 거예요. 소득세뿐 아니라 소비세를 더 걷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죠.

▶안 교수=한국 사회에서 지금처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세금에 대해서는 저항감이 여전히 큽니다.

▶호르트 교수=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받으면 그에 따르는 세금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복지를 확대해나가고 재정적인 변화도 이끌어 내야겠죠.

▶안상훈 교수는…

△1992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학사 △96년 스톡홀름대 국제대학원 석사 △2000년 스웨덴 웁살라대 사회학과 박사 △ 2001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9~2011년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장 △2012년 5월~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민간위원

▶스벤 호르트 교수는…

△1990년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박사 △91~92년 스웨덴 재정부 사회자문역 △94~96년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대학원 주임교수 △1996~1998년 멜라달렌대 복지연구센터 연구소장 △2003년 쇠데르테른대 부총장 △2009년~ 린네대 사회학과 교수

[정리 =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