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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과학세상 ⑪] 톱스타에 팬 몰리는건 힉스 때문?

ngo2002 2012. 4. 27. 16:56

[알쏭달쏭 과학세상 ⑪] 톱스타에 팬 몰리는건 힉스 때문?
기사입력 2011.12.14 17:16:35 | 최종수정 2011.12.28 17:24:4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소녀시대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가 어느 학교 교실에 나타난다. 학생들은 스타를 빙 둘러싼다. 둘러싼 무리가 너무 커지게 되면 스타가 한 걸음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이 우주에서 발생했다면 물리학자들은 "소녀시대가 무거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던 스타가 갑자기 운동을 방해하는 힘과 맞닥뜨린 것이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운동을 방해받는 힘이 클수록 그 물체의 질량(관성질량)이 커진다고 본다.

질량은 물체마다 다른 고유한 특성이다. 세상의 물체는 100종류 정도의 원자로 구성되고 원자 안에는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가 있다. 핵을 만드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소립자까지 밝혀낸 과학자들은 왜 이 입자들까지도 질량을 갖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게 가능하려면 만물이 생겨난 우주 탄생 시점에 소립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물질이 바로 힉스(higgs)다.

빅뱅 이후 순간처럼 에너지가 매우 높은 상태에서 힉스는 입자로 존재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붕괴해(다른 입자로 형태를 바꾼 뒤) 사라진다. 하지만 힉스 입자는 사라져도 `힉스장(higgs field)`이라는 특별한 에너지 공간이 남는다. 앞의 예에서 학생들이 모인 교실이 힉스장이라면 여기에 에너지가 가해질 때 무리에서 튀어나오는 학생이 힉스 입자라고 할 수 있다. 최초 우주가 만들어지던 시기,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는 모든 입자가 날아다니겠지만 힉스장이라는 카펫이 깔리면서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난다.

카펫(힉스장)이 깔린 상태에서는 구슬(소립자)이 제멋대로 굴러다니지 못한다. 진공청소기로 카펫을 쭉 밀면 카펫의 융털이 한 방향으로 눕는다. 누운 쪽 방향으로 구르던 구슬은 계속 잘 구른다. 반면 밀린 결의 반대 방향으로 구슬을 굴리면 구슬은 융털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마찰력 때문에 금세 멈춘다. 힉스장과 소립자가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즉 카펫이 구슬을 더 많이 붙잡을수록 질량이 커지는 셈이다.

경희대 물리학과 남순건 교수는 "외부 힘을 가했을 때 얼마나 쉽게 밀리는지 나타내는 관성질량은 물질의 고유성질"이라며 "원래 질량이 없었던 소립자(구슬)가 카펫 역할을 하는 힉스장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질량이 생겼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힉스는 현재의 우주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추정한 가상의 입자다. 아직까지는 `실험상으로`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롤프 호이어 소장은 "힉스가 존재할 만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힉스의 존재 확률은 현재 99.7~99.9%.

힉스 찾기 게임의 승패는 내년 말에 갈린다. 만약 힉스가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때는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해 줄 다른 이론이 필요해진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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