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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과학세상 ⑫] 문지방 넘어서면 왜 깜빡 잊을까

ngo2002 2012. 4. 27. 16:57

[알쏭달쏭 과학세상 ⑫] 문지방 넘어서면 왜 깜빡 잊을까
기사입력 2011.12.21 17:19:19 | 최종수정 2011.12.28 17:24:3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방 안에서 책을 보다가 출출해진 김철수 씨. 어제 마트에서 샀던 귤이 생각나 부엌으로 향한다. 하지만 냉장고를 여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뭘 꺼내려고 했지?" 냉장고 문을 닫고 그냥 돌아와 한참 지나서야 생각이 난다. `아 귤!`

평소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사람조차 간혹 이런 경험을 겪는다. 흔히 건망증으로 부르는 단기 기억 상실은 어떤 때 일어날까.

최근 프랑스 연구진이 이런 `깜빡깜빡` 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내놨다. 노트르담대학 연구팀은 컴퓨터 스크린에 가상현실을 구현한 비디오 게임을 띄워 놓고 대학생 실험자들에게 간단한 심부름을 시켰다.

연구팀은 실험자들에게 게임 속 공간에서 물건을 하나 집어 테이블로 옮겨 놓으라고 한 후 방금 어떤 물건을 옮겼는지 물었다. 이때 실험자들이 게임 속에서 옮긴 물건을 테이블에 놓았을 때는 마치 투명 가방에 넣은 것처럼 화면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실험자들은 큰 방 끝에서 끝으로 물건을 옮기기도 하고, 문을 열고 나가 다른 방에 놓인 테이블에 물건을 갖다 두기도 했지만 이동한 거리는 모두 같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옮긴 물건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문을 열고 다른 방으로 건너갔던 학생들은 잘 대답하지 못했다. 같은 방에서 옮긴 학생들에 비해 대답이 늦거나 어떤 물건을 놓았는지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문지방을 지나가면 잊어버린다`는 논문 제목처럼 이러한 망각 현상을 `문지방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이런 문지방 효과는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실에 실제 크기와 같은 방을 만든 후 학생들에게 물건을 옮겨 테이블에 갖다 놓도록 했다.

이때는 신발상자에 물건을 담아 이동할 때나 질문에 답변할 때 실험자가 보지 못하도록 했는데 결과는 동일했다. 물건을 담은 방과 물건을 놓은 방이 다르면 실험자가 잘 기억해 내지 못한 것.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어떤 사실을 학습한 후 저장된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이 순조롭게 일어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억을 저장하는 맥락과 기억을 떠올리는 맥락이 일치할 때 기억이 가장 잘 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교실 뒤에 서서 국사책을 달달 외웠다면 시험도 교실 뒤에 서서 봤을 때 제일 좋은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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