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The Kyunghyang Shinmun, All rights reserved. [가계부채 1000조원]돈 ‘펑펑’ 빌려주고, 이자 ‘팍팍’ 올리는 금융기관들 가계빚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은행 및 보험·카드사들의 대출경쟁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대출을 받으라는 광고문자나 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비싼 이자수익을 얻기 위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빌려주면서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위한 상품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난 1일 직원 조회에서 “1·4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감소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은 손쉽고 안전하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형화 경쟁을 벌이면서 가계대출 쟁탈전을 벌인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7대 대형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6년 말 180조7869억원에서 2010년 말 226조9243억원으로 25.5%(46조1374억원) 늘어났다. 이 사이 이들 은행의 이자수익은 51조627억원이었다. 은행뿐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은행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46.9%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에는 39.7%였다. 대부업체 이용자도 이미 247만명을 넘었다. 은행보다 이자도 높으니 그만큼 가계대출의 질이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사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상품을 고객을 위한 상품으로 선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카드사들의 리볼빙이다. ‘사정이 될 때 천천히 갚아도 된다’며 결제 시점을 이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할부이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이자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 금리가 떨어져도 대출이자는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오히려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를 핑계로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2010년 5.38%에서 지난해 5.47%로 올랐다.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들이 대출해주는 약관대출은 떼일 염려가 없는데도 최고 13.5%의 금리를 책정해 ‘약탈 금리’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카드사 대출은 더 하다. 여신금융협회의 공시자료를 보면, 삼성카드의 20%가 넘는 현금서비스 금리 적용 회원 비중은 81%, 신한카드는 74%, 하나SK카드는 72% 등이었다. 이 같은 고금리장사로 금융사들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 돈은 직원들의 성과급 잔치와 주주배당에 쓰였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입력 : 2012-04-05 21:37:29ㅣ수정 : 2012-04-06 18:51:54 CopyrightⓒThe Kyunghyang Shinmun, All rights reserved.
[가계부채 1000조원]‘제자리걸음’ 가계소득 늘려야 부채 문제 해결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선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상당 부분이 빚 갚을 능력이 양호한 상위소득 가구에 몰려 있어 큰 위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위험관리를 위한 금융감독정책’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일자리·복지 등 거시경제적 접근’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특히 소득이 묶인 채 부채 증가로 민간소비가 늘어나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정부 대책만으로는 한계 뚜렷 ![]() 가계대출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것을 금융회사의 대출 확대 경쟁에 따른 결과로 판단한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를 강화해 대출이 더 이상 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변동금리 중심에서 고정금리·비거치식으로 바꿔 금리가 오를 때의 충격에 대비한 조치였다. 금융당국이 규제강화에 나서면서 제1금융권 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농·수·신협과 대부업체 등의 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한계가 있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일단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8.3%였다. 1년 전(5.4%)과 비교하면 2.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비거치식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7.7%로 1년 전에 비해 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2016년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미국이나 독일 등과 비교하면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 ■ “빚 진 사람 상환 능력 키워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는 경제성장, 금융발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빚을 갚을 능력이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김병권 부원장은 “부채를 늘려 내수를 촉진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적자호황’의 현 경제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한국은 이미 가계부채가 1000조원 수준이다. 부채로 성장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임금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에 기초해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채에 기반을 둔 성장모델이 아니라 소득에 기반을 둔 성장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부는 커지는데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의 개선도 필요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이 3~4%를 기록한다는 것은 부가가치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 부가가치는 대부분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가계가 가져가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더 버는 게 없으니 빚 갚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공적 복지 강화하고, 금리도 정상화해야 복지가 빈약한 한국 사회의 특수성도 가계부채를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당장 기업복지로부터 소외된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위험이 닥쳤을 때 공적인 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탓에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다중채무자로 전락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빈약한 복지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민간보험 역시 가계부채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 의료보험, 퇴직연금 등을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 공적 보험으로 전환하면 가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훨씬 줄어든다. 저금리 기조의 변화도 요구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재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은 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방식인데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통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다만 금리 인상을 파산법 개정 등과 함께 진행해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이호준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입력 : 2012-04-08 21:23:31ㅣ수정 : 2012-04-08 23:44:15 CopyrightⓒThe Kyunghyang Shinmun, All rights reserved.
[가계부채 1000조원]기고 - “채무자도 우리 이웃, 더불어 살 기회 줘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가계부채의 양적증가속도를 완화하고,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방지하며, 가처분소득을 늘려주어야 한다. 말로는 쉽지만, 이 하나 하나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가계부채의 양적증가속도를 완화하고 질적 악화를 방지하는 과정은 고금리시장에 대한 규제, 가계대출 및 판매신용에 대한 규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파산상태에 처하게 되는 가계가 다수 출현하게 된다. 이들을 파산상태에서 신속히 새출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국가경제적으로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뿐이다. 파산상태에 처한 개인의 경우, 채무조정을 통하여 빨리 새출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그 비용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파산상태에 처한 개인에게 경제적 새출발을 보장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기초적인 제도로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제도가 있다. 최근 법원이 개인파산절차의 신속을 도모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시행하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 제도가 파산상태에 처한 가계의 새출발을 위한 제도로서 그 기능을 십분 발휘할 것인지는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법원은 모든 개인파산사건에 대하여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여 채무자의 자산 및 소득을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원은 채권추심기관이 아니다. 채권자의 신청과 비용예납이 없는 한 법원은 채무자의 자산·소득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파산 및 면책결정을 하도록 조속히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또 파산결정시 자격이 정지되었다가 복권이 되면 자격이 회복되는 ‘일시적인 자격 정지제도’를 도입, 파산결정으로 인한 자격 박탈·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채무자의 새출발을 위한 면제재산을 확대해 면책자의 새출발을 위한 기초를 보장해 주고, 면책제외채권의 범위를 축소하여 면책자가 과거의 채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면제재산과 관련하여서는 주택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일정 규모의 주거용 자산에 대한 보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면책 범위의 확대와 관련하여서는 파산절차에서도 국세, 지방세 등의 채무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최장 5년인 변제기간을 원칙적으로 3년 이하로 단축하고, 1가구 1주택의 경우에 주택을 유지하면서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부채무에 대한 특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파산하면 사라지지만, 개인은 파산하더라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채무자에게 우호적인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채무자뿐 아니라 나와 우리 사회, 국가 모두를 위한 길이다. <이헌욱 |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입력 : 2012-04-08 21:23:36ㅣ수정 : 2012-04-0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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