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가계부채 1000조원](2) 신용회복위를 찾는 이들

ngo2002 2012. 4. 4. 09:35

[가계부채 1000조원](2) 신용회복위를 찾는 이들

ㆍ“빌린 돈 돌려막다 버는 돈 다 이자로… 결국 여기까지 왔다”

유지혜씨(26·가명)는 학기당 400만원에 이르는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지난 2009년 캐피털과 저축은행에서 570만원을 빌렸다. 금리는 최고한도인 연 39%. 이자는 삽시간에 원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유씨는 휴학한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저축은행 빚은 겨우 갚았지만 여전히 캐피털에서 빌린 원금 200만원과 이자 290만원을 갚을 길이 없었다. 유씨는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자는 전액 감면받고 원금을 3년 동안 5만5000원씩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 채무를 탕감해주고, 회생을 돕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역설적이다. 명동은 지금도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과거 ‘악명’ 높은 사채업자가 득실댔던 곳이기 때문이다.

2일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한 여성이 후드티셔츠 모자를 눌러쓴 채 채무변제상담을 위해 접수처에 상담신청서를 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신복위는 최근 개인워크아웃·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문의하는 사람이 밀려들어 상담창구가 비어 있을 때가 거의 없다. 지난달 3차례에 걸쳐 상담자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남부끄러운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이들은 한결같이 가계부채 늪에 빠져 신음하고 있었다. 대학 등록금, 생계비, 병원비, 교육비 등 급전이 필요해서 돈을 빌린 이들은 빚을 돌려막으며 버텼지만 원금과 이자가 감당하지 못할 지경까지 왔다고 했다. 일을 해도 소득이 적다보니 수입의 대부분은 빚을 갚느라 그대로 빠져나갔다. 빚을 갚고 생계비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다시 빚을 낼 수밖에 없었다. 신용등급이 바닥까지 추락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은 대부업체뿐이었다. 그나마 등록업체는 연 39%의 이자만 받지만 무등록 대부업체의 이자율은 그보다 훨씬 더 높았다. “추심이 살벌하다는 얘길 듣고 연체도 안 하려 했어요. 갚으려고 이곳저곳에서 빌려가며 애를 썼지만 결국 이 지경까지 왔네요.”식자재 납품업체 임원이라는 김갑수씨(45·가명)는 말끔한 양복과 코트를 차려입고 있었다. 김씨는 “갚아야 할 돈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빚에 시달린 지 1년째다. 지난해 초 “나 정도 경력이면 이직은 쉬울 것”이라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게 화근이었다. 지금의 직장을 잡기까지 6개월간 쉬어야 했다. 그동안 퇴직금과 예금 1200만원이 든 통장은 바닥이 났다. 두 아이 교육비를 비롯해 생활비로 나가는 돈은 생각보다 많았다.  김씨는 ㄱ카드 현금서비스로 450만원을 빌렸다. 직장도 잡지 못했는데 카드대금 상환일은 금방 돌아왔다. 연체를 막기 위해 ㄴ카드, ㄷ카드, ㄹ저축은행에서 현금서비스와 대출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에서도 신용도가 낮다며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마침 휴대폰에 대출해준다는 대부업체 문자를 받고 겨우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직장을 얻은 뒤 월급의 대부분을 대출금 갚는데 썼지만 카드 700만원, 대부업체 880만원의 빚이 여전히 남아 있다. 최영희씨(58·가명)가 3년 전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2000만원의 월 이자는 54만원이었다. 처음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두 아들을 이미 출가시킨 뒤여서 남편 월급을 가지고 아껴 산다면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이 다쳐 병원에 두 달간 입원하면서 대출금 갚기가 버거워졌다. 병원비를 대느라 생활비마저 부족해 카드사에서 800여만원을 빌렸다. 최씨는 방문판매회사에 들어가 물건을 팔았다. 최씨 부부가 한 달에 버는 돈은 120여만원. 꼭 그만큼의 돈이 은행과 카드사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된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나 하는 피해의식이 생긴다”는 최씨는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카드사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묻지마 카드 발급’을 하던 2005년 오승례씨(49·가명)는 길거리에서 ㄱ카드를 만들었다. 과일 장사를 하던 오씨는 현금이 모자랄 때마다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때는 현금서비스가 ‘빚의 수렁’이 될 줄 몰랐다. 장사가 잘 안돼 수입이 줄어 현금서비스를 갚기 어렵게 되면 다른 카드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곧 연체가 시작됐고, 지독한 추심이 시작됐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오씨는 캐피털사 2곳에서 300만원을 빌렸다. 오씨는 이 돈과 카드사 4곳에 빌린 3000만원 등 3300만원의 빚을 지자,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다. 대부업체를 이용했던 김순옥씨(59·가명)는 “대부업체에 갚아야 할 돈이 너무 많아 생활비가 부족해져 또 다른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용한 대부업체는 5곳. 매번 150만원에서 300만원씩 소액으로 빌렸다. 대부업체 5곳에 월 20만~25만원씩 상환하고 나면 먹고살기가 빠듯하다. 김씨는 “지금까지 갚은 돈이 원금 이상이지만 아직도 갚아야 할 돈이 원금만큼 남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입력 : 2012-04-03 21:11:21수정 : 2012-04-03 23: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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