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0] 나의 어머니는 `오타쿠` | |
기사입력 2011.09.06 17:28:29 | 최종수정 2011.09.06 17:32:02 |
10년 전 나는 어머니께 내가 사용하던 맥 컴퓨터를 드리고 포토샵과 인터넷 그리고 이메일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어머니는 포토샵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포토샵의 크롭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편집하고 색상을 조정하셨다. 그리고 사진 그룹전에 출품하고 사진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까지 하셨다. 요리가 취미인 어머니는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양의 레시피를 찾아보셨고 급기야 이메일과 채팅을 사용하기 시작하셨다. 여러 해 동안 어머니는 별 탈 없이 컴퓨터를 사용하셨고, 나는 새 컴퓨터로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어머니께 이전 컴퓨터를 드렸다. 하지만 2010년 6월 21일, 바로 그 치명적인 날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피조물을 만난 것 같았다. 내가 괴물을 창조한 바로 그 박사였다. 어머니는 내 신형 아이패드를 사용해보고는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영화 `엑소시스트`의 주인공 같은 홀린 표정이었다. 결국 어머니가 내 아이패드를 빼앗아 갈 것을 난 알고 있었다. 가볍게 갖고 다니면서 쉽게 이메일을 보내고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태블릿PC의 편리함은 곧 어머니를 중독으로 이끌었다. 이제 어머니는 내게 시도 때도 없이 이메일을 보낸다. 요즘 어머니는 본인의 아이패드 자랑에 바쁘다. 얼마 전 읽으신 e북이나 새로 좋아하게 된 게임에 대해서 말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게임은 매번 바뀌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볼링 게임에서 얼마나 많은 연속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는지, 또 다른 날은 카드 게임에서 어떻게 컴퓨터를 이겼는지를 말씀하신다.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는 바로 마작이다. 작년 겨울에 어머니께 이 게임을 보여드렸을 때 나는 어머니의 충혈된 눈에서 흥분된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는 모닝 커피 만드는 것도 미루고 당장 마작 게임을 하셔야 했다. 어제 어머니는 내게 체험판 앵그리버드를 막 다운로드받았다고 말씀하셨다. 내일이면 내게 이메일을 보내 하룻밤 만에 모든 레벨을 다 통과해서 방금 풀 버전을 샀다고 하실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도 스스로 엄격하게 선을 긋는 게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안 하신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다. 어머니가 내 페이스북 담벼락에 "너 이 사진 참 이상하게 나왔다. 어제 또 술 마셨니?"라고 글을 남기거나, 5분마다 내 트위터에 중요한 소식, 즉 방금 다운로드한 핀볼 게임 점수를 남기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아이패드 전도사가 된 어머니는 이제 모든 지인에게 아이패드를 추천하신다. 어머니 친구분 중에도 어머니가 탐내고 계신 아이패드2를 구입한 사람이 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 심지어 70대 후반의 노인조차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가 진짜로 오타쿠는 아니다. 사실 어머니는 꽤 사교적이어서 언제나 점심 또는 저녁 식사에 친구들을 초대하시거나 아니면 여기저기에 마실을 가시곤 한다.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 아이패드는 전 세계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소통하고 와이파이가 새롭게 설치된 400여 년 된 집 어디에서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사람이 70대 후반이 되었을 때 우리 어머니처럼 살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장 풀로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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