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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3.0] 좋아하는 것만 읽고 본다면?

ngo2002 2012. 3. 19. 10:17

[디지털 3.0] 좋아하는 것만 읽고 본다면?
기사입력 2011.08.09 17:41:18 | 최종수정 2011.08.09 17:51:1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인터넷은 민주주의적 도구다. 개방성 다양성 투명성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스며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쏟아지는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보량이 급속히 늘어나게 됐지만, 누구에게나 시간은 제한돼 있으므로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찾아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의 개인화(personali-zation) 경향은 그렇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됐다. 예를 들어 가장 개인화된 도구라고 할 만한 스마트폰 안에는 전화 소유자가 자주 연락하는 사람, 자주 가는 장소, 자주 소비하는 품목, 다양한 성향과 관심사가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다. 서비스 회사들은 이런 개인화된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내가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정보만을 골라서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보 소비에 관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아침에 일어나 내가 알고 싶은 분야에 관한 뉴스로만 구성된 맞춤 신문을 보게 될 것이다.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과연 보고 싶은 것만 봐도 괜찮은 걸까? 부모라면, `골고루 먹어야 잘 큰다`는 이야기를 자식에게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런 잔소리에는 맛없는 음식이라도 일부러 먹어야 영양의 균형이 이뤄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정보 소비의 편식화가 오히려 민주주의에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내 성향에 맞는 것만 보는 상황이 계속 가속된다면, 사람들은 점점 더 다른 관점을 보고 들을 수 없게 된다.

일라이 페리저(Eli Pariser)는 저서 `필터 버블(The Filter Bubble)`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염려를 표한다. 우리는 평소 관심이 없는 이슈라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예를 들어 조간신문을 보면 적어도 헤드라인들은 훑어보게 된다. 전 미국 국방장관 럼즈펠드의 `known unknowns` 발언을 떠올려 보자.

이는 다소 궤변 같지만, 잘 모르더라도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관심이 없더라도, 간접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고 인식함으로써 사회 전체적 틀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화된 인터넷은 점차 `unknown unknowns(모른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으로 몰아간다. 관심을 두지 않는 기사는 아예 공급받지 않으니, 그런 이슈가 있는지조차 모르기 쉽다. 고정관념은 강화되며, 사회 이슈에 대한 의식과 공유, 연대는 단절된다.

개인화의 장점도 많지만 이처럼 단점도 존재하므로 개인들의 각성과 노력은 물론 서비스를 만드는 처지에서도 보완재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서비스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예를 들어보겠다. 뉴스캐스트에서는, 언론사별로 다양한 논조로 세상사를 조명하고 있다. 매일 아침, 그날 신문지면 톱뉴스들을 전부 모아 보여주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뉴스들이 넘쳐나지만, 그것 자체가 결국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지금 이 순간,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지 주목한다. 이 검색어들은 내가 직접 검색한 키워드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일러준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서비스들은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시야를 다소나마 확장시켜주는 것 같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 다양성에 대한 접근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노력이 개인에게나 사회에게나 꼭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읽고 보는 것이 우리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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