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디지털3.0] 한국 애니메이션엔 유머가 없다

ngo2002 2012. 3. 19. 10:03

[디지털3.0] 한국 애니메이션엔 유머가 없다
기사입력 2011.02.08 17:11:47 | 최종수정 2011.02.08 17:44:08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애니메이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다. 한국은 여기에서 한 축을 차지하길 원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그 뒤를 일본과 유럽이 바짝 뒤쫓고 있다. 한국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한국 영화는 국제적으로 알려졌고,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상도 받는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못하다. 두 작품만이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02년 `마리이야기`와 2004년 `오세암`이다. 그 이후로는 유감스럽게도 언급할 것이 별로 없다. 그토록 굉장한 출발 이후 어떤 일이 생길 것일까.

1. 인식 : 한국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을 어린이용으로 여긴다. 북한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아동영화`라고 부른다. 왜 한국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인지를 이 북한 용어가 설명해준다. `천년여우 여우비`조차 그 내용은 아이들의 수준에 머문다.

2. 독창성 : 많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전통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관객에게 이런 내용은 흥미롭지 않다. 몇백 년 전에는 아버지나 남자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니다.

3. 비전 :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자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유머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부족한 것이 바로 유머다. 한국은 드라마로 유명한 나라다. 그 영향은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도 드러난다. 그 예로 `오세암`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인 남자아이와 여동생은 고아다. 여동생은 맹인이고 남자아이도 끝에서 죽는다. 한국인 말고 누가 이런 내용을 보려고 할까.

4. 기술 :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은 뻣뻣하다. 캐릭터는 감정 표현이 매우 서투르다(디즈니 캐릭터들을 생각해보자).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캐릭터가 놀람이나 창피함 같은 감정을 표현할 때 감독들은 쉽게 저비용 음향 효과를 사용한다. 그 결과, 캐릭터들은 오르가슴 같은 소리를 내게 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시각 매체다. 우리가 캐릭터의 생각을 볼 수 없다면 그 캐릭터와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바로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부분인 캐릭터와 동일시한다.

5. 마케팅 : 한국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스토리텔링에 차이가 있고 유머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6. 자금 : 애니메이션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위험한 비즈니스다. 한국은 정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 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부분적인 투자로 지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민간투자로 채워지지만, 이들도 최근 애니메이션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 과거에 실패한 경험과 수익을 창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이 완성되는 데 5년이 걸린다(`원더풀 데이즈`는 7년이 걸렸다).

7. 관객 부재 : 미국 일본 한국에서 출시된 애니메이션 중 고르라고 한다면 관객들은 한국 애니메이션 대신 외국 애니메이션을 볼 것이다. 누가 대형 스크린으로 `망치`를 봤겠는가.

8. 산업 변화 :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더욱 수익이 많은 엔씨소프트 주도의 게임산업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9. 경제 논리 : 한국 애니메이터들은 긴 근무시간에 비해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다. 경험이 많은 전문 애니메이터가 1년에 2000만원도 받지 못한다. 이것은 곧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 최고 애니메이터들이 게임산업으로 이직하거나, 국제적인 프로젝트에서 일하기 위해 대부분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교수 장 풀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