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0] 온라인 기부, 선의에서 습관으로 | |
기사입력 2011.02.22 17:13:05 | 최종수정 2011.02.22 17:32:05 |
기부 행위는, 가진 재산의 크기가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그저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많이 갖지 못했어도, 가진 것 중 일부를 남에게 기꺼이 나누어 주고 싶은 선한 마음 말이다. 이런 측은지심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역시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한 번쯤 그 빨간 냄비에 적은 액수나마 보태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TV에서 화면 오른쪽 상단에 ARS 번호를 노출해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기부 행위를 돕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연말 시즌을 지나면 거리에서 구세군 종소리는 사라진다. ARS 역시 언론 관심을 많이 받는 큰 사건과 재난이 아니면 호응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힘든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방법과 경로를 몰라서, 왠지 큰돈이 아니라서, 무엇보다 그렇게 모아진 돈이 정확히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잘 몰라서 사람들은 기부를 자꾸 망설이게 된다. 불안은 선의를 잠식하게 마련이다. 만약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단체를 분명히 알 수 있고, 모금 상황이 실시간으로 드러나고, 기부액이 적절히 모아지면 반드시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는 구조라면, 게다가 몇 백원 또는 몇 천원의 소액 기부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준다면 기부가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 사실, 기부를 둘러싼 이런 오래된 고민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상당 부분 해결되고 있다. `기부`로 검색을 해보면 크고 작은 단체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 곳곳에 기부를 할 수 있는 경로와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 기부가 좋은 것은 기부 과정이 대부분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선의가 시작되는 것은 측은지심이지만, 선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기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어떤 기부처에 얼마만큼을 기부했는지 계속 트래킹(tracking)할 수 있고, 종종 그렇게 기부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감사의 피드백을 받는 사례도 있다. ARS나 구세군 냄비에 기부할 때는 알 수 없었던 이런 구체적인 만족감은 온라인 기부의 혜택이다. 요즘은 기부 사이트들도 일종의 `마일리지` 시스템을 채택하기도 한다. 누적 카드 포인트라든지 캐시백을 기부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혹은 블로그에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온라인 활동을 수치화해 기부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인터넷의 역기능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터넷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한 발 전진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해피빈과 같은 온라인 기부가 대표적이다. 적은 금액과 관심으로도 아이티 지진 구호부터 작은 고아원에 벽지를 바꿔주는 일, 다리가 불편하신 노인분들에게 휠체어를 장만해 드리는 일, 장애인 분들이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난방비를 지원하는 일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어바웃 슈미트`에서 하루 77센트로 행복해진 사람은 탄자니아의 어린 소년뿐만 아니라 고집쟁이 영감 슈미트였다. 기부는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작지만 위대한 기적이다. 그 기적이 개인의 일회적 선의에 좌우될 것이 아니라 꾸준한 `사회적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과 단체 모두 고민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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