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2년전만 해도 최근과 같은 스마트폰 열풍을 예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무려 12년 전 이 같은 시장 잠재력을 직감하고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게임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있다. 현재 국내 1위의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가 바로 그 주인공. IT 업계에선 드문 여성 CEO로
컴투스를 이끌고 있는 박지영 대표(35.사진)를 만나봤다.
■ 기자의 눈
"과연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내면서까지 구입할만한 콘텐츠가 어떠한 것일지 곰곰이 고민했었죠. 결국 발견한 것이 바로 모바일 게임 사업이었습니다. 학교 다닐때부터 워낙 게임을 좋아한데다 전산을 전공해 더욱 익숙한 분야이기도 했구요." 박 대표는 1998년 고려대 컴퓨터학과 동기 2명과 함께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를 설립했다. 당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아주 초창기였다. 휴대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상당히 낯선 시절이었지만 박 대표는 조만간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이미 사업에서 세차례나 고배를 마셨던 그에게 모바일 게임산업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박 대표는 "뚜렷한 모델도 없는데다 비즈니스에 대한 개념도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문제이자 배움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초창기에는 엔지니어 모집을 비롯해 자금 조달, 투자 유치 등 모든 것이 첩첩산중이었지만 2명의 창립 멤버들의 도움으로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창립 멤버 중 한명인 이영일(37) 부사장은 현재 남편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자바(JAVA) 게임을 개발했다. 이후에도 연구개발은 계속되면서 그는 2003년 미국 타임지가 뽑은 `세계 14대 기술 대가(Global Tech Guru)`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조금씩 주목을 받게 된다.
컴투스는 모바일 게임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상장 과정 역시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다. 실제
컴투스는 지난 2004년 코스닥 상장에 실패한 재수생이다. 당시 모바일 게임사들은 그저 이동통신사에 의존한 불안한 업체들로만 인식되면서 증권 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해외에서 모바일 게임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후 3년 후인 2007년 업계 최초로
컴투스가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국내에서도 모바일 게임 산업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계기를 맞는다. 다시 3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컴투스는 사상 최대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박지영 대표는 "세계적으로는 이미 1년 반 전부터 스마트폰이 확산됐지만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스마트폰 인기가 확산될수록 기존 10~20대 뿐만 아니라 30~40대의 중장년층도 새롭게 모바일 게임 계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비자 특성에 맞춰 올해 킬러 타이틀(혁신적인 콘텐츠)을 다변화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컴투스는 경쟁사에 비해 킬러 타이틀이 다양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시리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미니게임천국`,`액션퍼즐패밀리`, `슈퍼액션히어로` 등의 기존 텃밭에서 벗어나 새로운 킬러 타이틀들을 올해 안에 키워내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목표다. 올해 출시를 예고하는 대기작들도 줄줄이 이어져 있다.
컴투스는 해외 매출 중 약 70%를 차지하는 애플 앱스토어에 연내 16개의 신규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비스중인 게임(8개)에서 3배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삼성전자의 바다 등 신규 플랫폼에도 각각 10종 이상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아바타`처럼
컴투스의 게임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시킴으로써 현 10위권에서 5위권의 글로벌 모바일 회사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게임로프트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모바일 게임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실제 그가 최근 동분서주하며 바쁜 이유 중 하나도 현재 추진중인 해외 사업과 관련해서다. 그는 "올 매출 목표 400억원 중 25%는 중국,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달성할 계획"이라며 "특히 중국에서도 올해부터 안드로이드폰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시장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PC용 온라인 게임 시장을 비롯해 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소 작은 체구에서 쏟아져나오는 박 대표의 폭발적인 에너지처럼 아직까지는 세계 속 작은 기업인
컴투스가 큰 손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겨낼 수 있을지 올 한 해를 더욱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애널리스트의 눈
최근 대규모의 개발 인력을 확충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다. 경쟁사인
게임빌에 비해 영업이익 마진(op margin)은 낮은 편이지만 스마트폰 전용 게임 개발 등이
게임빌보다 앞서 있는데다 사업 전략이 적극적인 편이라 주목하는 회사다. 모바일 게임업종 내 최선호주(top pick)로
게임빌보다 더 우선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신규 게임 출시 지연과 공격적인 게임 라인업 확보를 위한 인원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42.9%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스마트폰 보급 확산은
컴투스를 비롯한 상위 모바일 게임사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위 10개 기업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컴투스는 올해 스마트폰 인기에 따른 급속한 시장 확장과 함께 적지 않은 수혜를 보게 될 전망이다.
컴투스는 올해 국내 시장에 `테트리스2010`을 비롯한 자체 개발게임 13개, 퍼블리싱 게임 7개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해외 앱스토어에는 16개의 신규 게임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삼성전자의 바다 플랫폼에도 각각 10여개 이상의 신규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는 국내 정부기관과 애플간 모바일 게임 사전 심의에 대한 이견으로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빠져 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모바일 게임 판매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올
컴투스의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25.0%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12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앱스토어 전용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인력 확충 등의 투자비가 미리 집행됨에 따라 올해 비용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나래 기자 /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