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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근의 공부 미락] 범여, 물러나 몸과 덕을 온전히 지키다

ngo2002 2011. 10. 10. 09:15

[신홍근의 공부 미락] 범여, 물러나 몸과 덕을 온전히 지키다

춘추시대 국경을 이웃한 오나라와 월나라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오왕 합려는 월왕 구천과의 싸움에서 화살을 맞고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됐다. 합려는 태자 부차에게 “이 원한을 절대로 잊지 말라”고 유언을 했다. 부차는 합려의 유언을 잊지 않기 위해 편안한 잠자리를 마다하고 섶에 누워 자며 마음을 다잡고 전쟁을 준비했다. 월왕 구천이 또다시 오나라를 공격했으나 그는 부차에게 크게 패했다. 결국 월은 오의 속국이 됐고, 이번에는 구천이 오나라에 잡혀갔다. 구천은 말똥 치우는 일을 하는 등 갖은 모욕과 천대를 받았다.

천신만고 끝에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방문 앞에 곰쓸개를 매달아 놓고 드나들 때마다 쓴맛을 보며 뼛속의 원한을 새겼다. 마침내 오나라는 천하에 위명을 떨치고 중원의 패자가 되었다. 나라가 안정되자 구천을 도왔던 일등 공신 범여는 모든 재산을 주위에 나눠주고 깊은 밤 몰래 먼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나기에 앞서 범여는 “새가 잡히면 좋은 활을 거두고,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잡혀 먹히오. 월왕의 인상은 어려움은 함께해도, 영화는 같이 누리기 어렵소. 속히 살길을 구하시오”라는 글을 문종에게 남겼다. 문종은 믿지 않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그러나 얼마 뒤, 문종은 구천의 의심을 사서 죽게 된다. 범여는 신분을 숨기고 제나라, 도나라 등을 떠돌며 19년 동안 3차에 걸쳐 천만금의 거부를 축적하고 나누었다. 범여의 지용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물러남의 처세이다. 굽히고 펼치고, 나아가고 물러나는 때와 곳을 아는 것이 공부의 아름다움이다.

<신홍근|HB공부연구소장·한의사>



입력 : 2011-10-09 19:26:45수정 : 2011-10-09 19:2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