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은퇴보고서 / Happy 100 호모 헌드레드 ⑤ ◆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마크 제이슨 씨(37)는 지난 6월 노부모의 주택을 전면 개조했다. 칠순의 모친이 류머티즘 관절염 탓에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서였다. 노인의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장벽을 제거한다는 뜻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디자인 전문기업인 `릴라이어블리빙`이 주택 개조를 맡았다. 실제로 이 회사는 제이슨 씨 모친의 삶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을 모두 없애 버렸다. 정문 앞 계단을 뜯어내고 휠체어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었으며, 1층에 위치한 화장실과 거실의 선반 높이도 60㎝ 낮췄다. 덕분에 제이슨 씨 모친도 혼자 힘으로 자유롭게 집 안팎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제이슨 씨는 "어머니가 삶의 질이 좋아졌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가 당장 눈앞에 다가오면서 노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는 실버산업 기업들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배리어 프리를 컨셉트로 하는 곳은 릴라이어블리빙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인 인구와 경제력이 급속히 확대하면서 실버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리란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실버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12.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4.7%)의 거의 세 배다. 특히 실버산업 가운데 정보 관련 업종이 연평균 25.1%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여가(13.7%), 금융(12.9%), 의료기기(12.1%), 주택(10.9%) 등 업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저출산ㆍ고령화사회위원회도 2002년 13조원에 못 미쳤던 실버산업의 시장 규모가 2020년에 148조6000억원에 이르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에서 10%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실버산업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대박의 기회를 찾는 청년 기업가들이 늘고 있다. 샌드라 티머먼 메트라이프 노년시장연구소(MMI) 소장도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열렸던 실버산업 콘퍼런스에 젊은 창업자들이 대거 나타났다"며 "기업가 정신으로 뭉친 젊은이들이 실버 비즈니스에 관심을 쏟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릴라이어블리빙과 같은 배리어 프리 전략을 첫째로 꼽는다. 기존 제품은 신체적으로 취약한 고령 세대가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없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실버 비즈니스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이미 20년 전부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배리어 프리 디자인이 소비의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기존 건축물에 배리어 프리 컨셉트를 접목한 리모델링이 이뤄지기도 하고, 건축 단계에서 배리어 프리로 특화된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일본 도가네 시에 5년째 거주 중인 유학생 윤한나 씨(26)는 "배리어 프리 개념이 적용된 리모델링 주택은 일반 주택보다 인기가 높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며 "배리어 프리는 내진 설계가 가미된 주택처럼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악력이 부족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문손잡이나 수도꼭지, 근력이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 미끄럼을 방지하는 신발이나 지팡이, 휠체어에 탄 환자를 위해 복도나 출입구의 폭을 넓게 만든 주택 등이 바로 배리어 프리 디자인의 사례다. 심지어 주택 내부에 기존에 없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주택 이외의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배리어 프리 컨셉트가 확대되고 있다. 기저귀가 대표적인 사례다. 4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주부 김숙자 씨(71)는 요실금에 따른 `실수`를 대비하기 위해 특별한 성인용 기저귀를 활용한다. 일반 성인용 기저귀는 발밑까지 내려야 하는 팬티형으로 치매 노인이 갈아입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일본 유니참사(社)의 라이후리 리하비리 제품인 김씨의 기저귀는 옆구리에 이음 부분이 있어 그럴 필요가 없다.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김씨의 기저귀를 갈아입히는 불편함을 크게 덜어준다. 한주형 퓨처모자이크연구소장은 "노인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생기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기능 저하로 인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상품이 개발되면 결국 노인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면서 기업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윈윈`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서양원 팀장(동남아) / 이창훈(북유럽) 기자 / 임상균(일본) 기자 / 김인수(미국) 기자 / 송성훈(중유럽) 기자 / 전정홍(호주ㆍ뉴질랜드) 기자 / 김유태(남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