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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야생화의 매력에 빠지다

ngo2002 2011. 8. 25. 14:56

커버스토리-야생화의 매력에 빠지다


입력시간 : 2007. 08.17. 02:42


'할미꽃, 민들레. 강아지풀, 쐐기풀, 엉겅퀴…'

문득 야생화라는 단어로 머리속에 떠오르는 식물이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봤다. 토종식물 이름을 아무리 그려봐도 10개가 넘지 않았다.

코스모스, 봉선화, 맨드라미, 바라기 등의 꽃이름도 함께 떠올랐지만 토종인지, 외래종인지, 개량종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식물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머리속은 복잡하고 답답했다.

이번주 주말 M+의 주제가 야생화였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낳고 자란 필자도 야생화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하니 막상 아무것도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야생화에 대해 뭘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나. 산과 들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들이 야생화라고 한다면 그냥 가서 보고 느끼면 되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어떡해야 할 지 답답했다.

마침 함평에서 1천여점의 야생화를 재배, 관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개량종이나 외래종이 아닌 순수 토종 야생식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오전 사진기자와 함께 야생화에 빠져 살고 있다는 60대 할머니를 찾기 위해 무작정 나섰다.

수소문끝에 통화를 한 뒤 함평에서 만난 사람은 60대 할머니가 아니라 목포 들꽃사랑회 회원인 이재태(51)씨였다.

이씨는 들꽃사랑회 박점남(69·여) 회장이 최근 집에서 화분을 옮기는 과정에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어 대신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학교면 월산리 문화마을에 도착했다. 노란색과 주황색 계통의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 10여채가 깔끔하게 보였다. 문화마을에서 박 회장 집은 쉽게 눈에 띠었다. 주택 2개를 이어만든 유리온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씨와 함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은은한 꽃 향기와 식물 내음이 우리를 반겼다.

글=양기생·사진=오세옥기자

내 화단에 산을 옮기고 들을 심었네

문화마을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목포 들꽃사랑회 박점남(69) 회장의 집은 일반 단독 주택을 2개 합해서 만든 1천㎡(300평) 규모의 유리온실로 돼 있다. 이씨를 따라 들어간 유리온실에는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온통 야생화로 가득차 있었다.

이곳은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희귀식물을 비롯해 할미꽃, 도라지꽃 등 우리에게 친숙한 야생화 1천여점이 진열돼 있다.

유리온실 안의 야생화는 질서있게 정돈돼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입구에서 우측은 좀비비추와 고사리 등 포자식물이 자리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의 야생화 대부분은 전라도를 포함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강원도에서 설악산 등지의 고산식물을 종종 가져온 적은 있었으나 기온 차이 등으로 많이 죽었다.

지금은 강원도에서 구입한 솔나리 1점을 비롯해 추운 지방 식물은 많지 않다고 이씨가 귀뜸한다.

잎사귀에 무늬 있으면 희귀종

유리온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식물이 잎사귀에 무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식물이 많이 있지만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했다. 바로 무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무늬종은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니다. 무늬에 대한 정보가 유전자에 기록돼 다음 세대에서도 똑같은 무늬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희귀종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많았지만 대부분 잎사귀에 무늬가 있었다.

무늬종은 흔치 않고 가치가 있어 야생화 전문가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특이식물 중 하나는 동강할미꽃이다. 강원도 동강 일대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동강할미꽃은 따뜻한 남부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발 1천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큰 앵초, 산오이풀도 있으며 꽃잎이 두겹으로 핀다고 해서 붙여진 겹도라지도 일반인들이 쉽게 구경할 수 없다. 좀마삭도 특이했다. 일반 마삭은 남부지역에서 산과 들에 흔하디 흔해 식물로서 관심 밖에 있지만 잎사귀가 아주 작은 좀마삭은 상당히 희귀하며 가치가 높다.

흔히 볼 수 없는 동강할미꽃

비비추도 무늬종이 많았는데 한 촉당 30만원을 호가하는 종도 있다.

이씨는 이곳에서의 식물은 전시나 진열이라기 보다 박 회장의 사랑을 받고 재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박 회장은 전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개인이 찾아와 구경하고자 할때는 어쩔 수 없지만 일반인에게 공개할 생각은 없다.

야생화를 공개할려면 좀 더 규모가 큰 곳에서 여유롭게 화분을 이용해 야생화를 진열하거나 전시해 놓아야 하는데 이곳은 그렇게 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야생화를 많이 모은 것은 야생화에 욕심이 있다거나 상업적인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마니아가 된 것이 단순히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하다 된 것이고 경제적 이익에도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야생화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회장의 경우 단순한 취미나 기호 수준에서의 야생화 사랑을 넘어 들꽃에 집착한 결과물이 1천여점을 소유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집 유리온실에 들꽃 1천여점 들여놔

박 회장 처럼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가정에서 키우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야생화가 생활속에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산과 들에 있어야 할 들꽃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야생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야생화를 찍고 사랑하고 재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씨는 우리 것에 대한 끌림이라고 주장한다. 즉 신토불이라는 것이다. 대표적 원예식물인 장미를 비롯한 외래 꽃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 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그것도 은은하고 티나지 않게 풍기는 멋을 느끼는 순간 야생화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야생화 동호인이나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마구잡이식 야생화 채취다.

토종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거나 무늬가 들어있는 희귀종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나돌면 너도나도 찾아가서 마구잡이로 채취한다.

마구잡이식 채취는 "제발 그만둬"

이씨는 "대부분 야생화 동호인들은 산과 들을 찾아다니며 채취를 하지 않는다"며 "일부 시민들이 욕심 때문에 마구잡이로 채취하는 경우가 있으나 삼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박 회장을 만났다. 야생화에 빠져들게 된 동기부터 야생화에 예찬론을 들었다.

박 회장이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든 동기는 따로 없다. 우리 것이니깐 사랑해야 한단다. 그리고 사라져 가고 있으니깐 살려야 된다. 너무도 흔해 아무도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아 소중한 우리 꽃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고 사라질까 봐 나라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심정에서 야생화 사랑이 시작됐다.

해남 마산이 고향인 박 회장은 어려서부터 유달리 꽃을 좋아해 산과 들에 있는 이름모를 꽃을 꺾어 집에 가져 오곤 했다.

20대 때 결혼하면서 목포에서 생활을 시작한 박 회장은 정미소를 하는 남편 덕에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30대 중반 무렵 선인장 300여점을 4∼5년 정도 키우다 주위 사람들에게 전부 무상으로 나눠 주기도 했다.

이후 다시 철쭉에 관심을 갖고 7∼8년 동안 철쭉 기르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350여점의 철쭉 화분은 단독주택 1, 2층을 둘러쌌다. 봄철이면 집안 곳곳이 온통 형형색색의 꽃잎에 덮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이때도 좀비비추를 비롯해 야생화 몇 십점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철쭉의 화려함에 매료돼 야생화의 독특하고 진한 아름다움은 느낄 수가 없었다.

2003년 소방도로가 개설되면서 목포 용해동 집 절반 정도가 수용됐다. 졸지에 화분을 처리할 수 없었던 박 회장은 지금이 함평 학교면 문화마을로 이사했다.

토속적이고 은은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올망졸망한 야생화의 매력에 빠진 것은 8년전 쯤이다. 남편과 사별한 뒤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목포지역 들꽃 동호인회중 하나인 유달초향회에 가입했다. 희귀하거나 특이한 야생화가 있다고 하면 전국 어디를 마다않고 달려갔다. 골다공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박 회장은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야생화를 채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야생화 동호인과 원예 단지를 쫓아다녔다.

올망졸망한 야생화에 매료되다

이후 3년 전에 뜻이 달라 유달초향회를 탈퇴하고 들꽃사랑회라는 동호회를 새로 만들고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은 모두 24명으로 지난해와 올해 2번 들꽃전시회도 목포문예회관에서 가졌다.

박 회장은 "오랜동안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구입하고 키워왔지만 학명이나 세세한 정보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재태 회원 처럼 오히려 들꽃사랑회 회원중 야생화에 대해 정확하고 다양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양기생기자



야생화 키워보고 싶다면

야생화를 구입하려면 산과 들에 가서 직접 채취해야 한다. 그러나 야생화에 대해 잘 모르거나 희귀식물일 경우 채취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산과 들을 찾아가서 보고 느끼는 것이 야생화를 사랑하는 방법이지만 요즘은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정에서 기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야생화를 전문적으로 대량 재배하고 있는 곳은 담양 대덕면의 삽재골 야생화다.

귀농 부부가 비닐하우스에서 집단으로 야생화를 기르면서 화분 만들기 체험 등을 곁들이고 있으며 야생화 구입처로 적당하다.

지역을 벗어나서는 경기도 의왕시 청계원예단지, 경기도 일산시의 야생화 재배단지, 대전 유성구의 원예단지 등에서 야생화를 대량으로 재배,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토종 보다는 개량종이 많다는 것이 야생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량종은 토종 식물이 외국에서 개량돼 다시 역수입된 것을 보통 말하는데 일반인들이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야생화 구입시 조심해야 한다.

비교적 토종 야생화라고 믿고 살 수 있는 곳은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생식물원과 경기도 가평의 꽃무지 풀무지다.

이곳에서 재배 및 판매되고 있는 식물은 대부분 토종으로 인터넷 거래도 하고 있어 구입하기 쉽다.

야생화 전문가들은 야생화를 재배하거나 관리하는 방법은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관상식물이나 원예식물과 관리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토종 야생화의 경우 생명력이 강하고 신토불이라는 특성 때문에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키우기가 쉽다.

실내 보다는 실외에서 재배하는 것이 더 나으며 고산식물의 경우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는 등의 일정한 환경조성만 해주면 된다.

강원도나 제주도의 고산지대 식물의 경우 여름과 겨울철 온도 조절만 해주면 일반 원예작물 보다 재배하기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목포 들꽃사랑회 이재태 회원은 "요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지고 높아지면서 야생화를 구입하거나 가정에서 재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야생화는 개량형이 많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토종 야생화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동호회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리산 하늘정원-꽃망울 터트린 원추리 장관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노고단 정상의 훼손 복구지역에 여름 야생화가 만발, 휴가를 맞은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야생화는 '하늘 정원'이라는 낭만적 이름을 가진 노고단 정상 100㎡(30만평 정도 규모)에서 군락을 이루면서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노고단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는 150∼200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여름 야생화는 원추리를 비롯해 35∼40종 정도가 서식하고 있다.

정상이 해발 1천507m 높이인 노고단은 바람과 안개가 많고 일조량이 적은 아고산 초원지대로 분류된다.

야생화 군락 사이로 대부분 키작은 관목과 고산식물이 자라는 노고단은 80년대 말 무분별한 야영과 군사 및 통신시설 설치로 생태계가 황폐화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90년대 들어 자연 휴식년제를 비롯한 정부의 잇단 복원 조치로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특히 지리산의 대표적인 야생화인 원추리가 노고단 정상 일대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원추리는 꽃향기가 성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합환화, 금침화로도 불린다.아낙들이 꽃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다리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의남화로도 불리는 원추리는 7월초부터 꽃대가 올라와 8월 중순까지 피고지고를 거듭한다.

7월말부터 만개한 원추리를 비롯해 노고단 일대에는 구름패랭이꽃, 산오이풀, 둥근이질풀, 노루오줌, 지리터리풀, 꼬리풀, 기린초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어 탐방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노고단 정상탐방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공단 생태전문 직원들의 자연해설과 함께 노고단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노고단 대피소에 있는 노고할매탐방안내소에서는 노고단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롯해 반달가슴곰의 복원이야기, 지리산국립공원의 자연자원과 산행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지리산 남부사무소 관계자는 "노고단 정상 탐방을 통해 탐방객들에게 지리산의 자연에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지리산 남부사무소 ☏ 061-783-9100,www.knps.or.kr)


양기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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