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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축제] 꽃에 반하고 향기에 취한다

ngo2002 2011. 8. 11. 11:23

[꽃 축제] 꽃에 반하고 향기에 취한다
제철 맞은 야생화 즐기기
기사입력 2011.08.09 16:41:3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오랜 장마가 끝나는 게 반갑다는 듯 지금 전국의 산야에는 온갖 야생화가 피어나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좋은 철을 만나 야생화나 해바라기를 주제로 한 축제를 여는 곳도 있다. 꽃만 보고와도 좋고, 피서를 겸해서 다녀오면 더 좋은 야생화동산을 소개한다.

지금 만항재에 내려서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 해발 1330m,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고갯마루에서 만나는 신선한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늘에 닿은 그 고갯마루를 수놓은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뿜어대는 그윽한 향기 때문이다.

마타리 얼레지 하늘말나리 참당귀 개당귀 동자꽃 금강초롱 둥근이질풀 일월비비추…. 너무나 많은 야생화가 한꺼번에 피어나 어느 꽃에서 풍기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시원하면서도 그윽한 향기가 머리를 맑게 하고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아마 김영랑이 이곳에 왔다면 “오메 향에 젖겠네”라고 시를 읊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관령에서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이나 대관령 옛길 부근, 삼양목장 언덕 등에도 야생화가 지천이다. 산이 높아 바람이 시원한데다 꽃향기가 진동하니 더없는 피서지다.

시간이 없다면 서울근교 산의 임도로 나가봐도 좋다. 경기도 일원에도 개망초는 사방에 깔려 있고 구절초나 원추리 칡꽃 마타리 개미취 등도 요즘 한창이다. 운이 좋으면 자주색이나 흰색 도라지꽃도 만날 수 있다.

야생화를 전문으로 키우는 식물원도 많아 요즘 한창 피어오르는 꽃냄새에 취해볼 수 있다. 가까운 경기도 용인의 한택식물원이나 포천의 평강식물원, 오대산에서 소금강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한국자생식물원 등을 찾으면 야생화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함백산 만항재나 태백의 고원식물원에선 야생화축제나 해바라기축제가 열리고 있어 꽃동산 속에서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아이들 방학이 한창인 지금, 즐기는 휴가도 좋지만 꽃에 취하는 휴가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개나리 진달래조차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제대로 일러주고 시심까지 심어줄 기회인 것 같다.

천상의 화원 같은 만항재

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에서 태백시로 넘어가는 고개다. 북한산 높이에 500여m를 더 쌓은 정도니 숫자만 본다면 그렇게 높은데 어떻게 가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자동차로 오르는데다 정상부가 완만한 고원지대라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려한 경관과 야생화의 멋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고갯마루에 다다르기 직전에 나오는 만항마을에서 함백산(1573m)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선 함백산야생화축제가 열렸다. 만항마을 자체가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기에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맑고 서늘한 공기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 같다.

만항재는 ‘야생화공원’ ‘산상의 화원’ ‘하늘숲 정원’ ‘바람길 정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느 곳으로 가건 야생화 향기가 그윽하다.

축제가 7일 끝났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야생화는 이후에도 한 동안 피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를 갖고 돌아볼 수도 있다. 고한읍에서 만항재로 오르는 길목엔 자장율사가 창건한 태백산 적멸보궁 정암사가 있어 잠시 들리기에 적당하다. (011)371-4035

해바라기 평원 태백 구와우마을

태백에서 백두대간 피재로 가는 길목엔 소 아홉 마리가 누워있는 형상의 구와우마을이 있다. 해발 800~900m의 고원이라 여름에도 서늘한데 8월이면 이 마을을 해바라기와 야생화가 뒤덮는다. 바로 건너편 산마루엔 고랭지채소재배단지와 풍력발전단지가 펼쳐져 있어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곳 고원자생식물원엔 축구장 23배 넓이의 해바라기 평원에서 백만 송이 해바라기가 한꺼번에 피어나 노란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다. 이와는 별도로 야생화 단지에선 구절초를 비롯한 갖가지 야생화가 한껏 향기를 뿜어대고 있다. 그 멋진 풍광을 함께 즐기자고 7월말부터 8월28일까지 태백 해바라기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길에서 해바라기를 만나다’로 정해졌다.

주행사장인 고원자생식물원에선 일본 스페인 등에서 방한한 작가들이 참여하는 ‘2011 태백국제퍼포먼스아트페스티벌’을 비롯해 중견작가 김현의 야외 조각전, 모닥불과 함께하는 7080 와인 뮤직카페, 해바라기 캠프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또 해바라기 꽃길과 전나무 숲길, 낙동정맥길 등 7㎞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이곳에선 전 국토 해바라기 심기 운동을 벌이고 있어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해바라기를 나눠주기도 한다. 300여종의 야생화를 관람하는 것은 덤인 셈이다.

김남표 고원자생식물원 대표는 “올해 7회째인 이번 축제에 전국에서 10만 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더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033)553-9707(해바라기문화재단)

고유 야생화의 천국 한국자생식물원

강원도 진부에서 오대산 월정사로 들어가다 주문진 쪽으로 빠지는 삼거리에 이르면 우측으로 야생화가 가득 핀 정원이 나타난다. 이곳은 경기도 마석에서 솜다리를 재배하다 이곳으로 이전해 터를 닦은 김창렬 원장이 마련한 한국자생식물원.

식물원에 들어서면 드넓게 펼쳐진 꽃밭에서 색색의 꽃물결을 일으키며 은은한 향기를 품어대는 야생화가 손님을 맞는다. 털부처며 노루오줌, 벌개미취, 산수국, 산구절초 등이 한창 피어나 한 마디로 환상적인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산속 식물원이지만 입구에 넓은 잔디밭도 마련해 놓았는데 마라톤 마니아인 김창렬 원장이 마라톤풀코스를 100회 이상 완주한 마라톤 동호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벌개미취나 산구절초 등이 원시림까지 이어지는 재배단지와 습지원 생태식물원 등이 펼쳐져 있다. 1.2km에 이르는 생태식물원의 신갈나무숲길은 삼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자생식물원은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만으로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원. 이곳에선 우리나라 고유의 자생식물 4500여종 가운데 2300여종을 수집해 연구와 증식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받아 깽깽이풀이나 노란만병초 산작약 순채 연잎꿩의다리 등 멸종위기 1.2급으로 지정된 64종 가운데 32종을 키우고 있다. 또 멸종위기 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일반이 보기가 쉽지 않은 희귀식물이나 특산식물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우리 고유의 식물을 배우는데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이곳엔 특히 박새나 독미나리 등 독성식물을 따로 기르고 있어 자연을 활용하려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둘러보는 게 좋을 듯.

자생식물원에선 월정사가 지척이고, 진고개를 넘어서면 바로 소금강과 주문진으로 이어진다. 휴가나 주말 나들이를 이용해 들리기에 적당하다고나 할까. (033)3220-7069

생태학습의 보고 한택식물원

용인 백암에서 안성으로 가다가 샛길로 빠져 들어가는 한택식물원은 세계적인 식물원과 대비될 만큼 넓은 정원과 다양한 식물을 갖추고 있다. 20만 평의 대지 위에 2400여 종의 자생식물과 6600여 종의 외래식물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명소로 부상했는데 그보다 생태연구의 보고라는 게 중요할 게다.

이곳은 기존의 계곡과 생태림을 그대로 살려 지형에 따라 양지식물과 음지식물, 반음지식물 등을 가꾸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야생화를 심어놓았는데 이 때문에 시원한 계곡을 끼고 걸으면서 야생화를 관람할 수 있다. 두말할 것 없이 그대로 삼림욕이다. 중간에 쉼터와 전망대 등을 갖춰놓아 여유를 갖고 돌아볼 수도 있다.

특히 다른 식물원과 달리 각 식물의 이름만 적어놓은 게 아니라 특성이나 뒷이야기까지 곁들여 적어놓았기 때문에 야생화를 배우는 재미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현장체험학습기관으로 지정받은 한택식물원은 8월21일까지 여름생태교실을 연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교육을 겸해서 찾아도 좋다. ‘곤충과 놀자! 식물과 놀자!’라는 테마로 여는 이번 프로그램에선 다양한 곤충과 식물을 놀이와 체험을 통해 쉽고 재미있고 배우게 된다.

주 체험장 가운데 하나인 수생식물원에 가면 요즘 연이나 연꽃이 한껏 피어나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식물들을 가꾸고 있기에 환경지표곤충인 반딧불이를 쉽게 만나게 된다. 연이나 수련, 창포, 꽃창포, 부들 등 수질정화식물들은 수생생물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데 뜰채로 물방개나 물자라, 게아재비, 장구애비, 잠자리 유충, 개구리, 우렁이, 가재 같은 물속 곤충이나 생물들을 직접 잡아보게 된다.

식물원 측은 생태교실 참가자에게 여름방학 과제용 탐구카드를 지급해 현장에서 탐구보고서를 직접 만들도록 하고 있다. 또 나무곤충 만들기도 무료로 하게 된다.

체험비는 입장료를 포함해 평일 7000원, 주말 8000원. 어른(동반보호자)도 기본입장료(평일 7000원, 주말 8500원)만 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031)333-3558

드라마의 무대 평강식물원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순수한 영혼의 사람들이 결국 행복을 찾는다는 스토리로 인기를 모았다. 그 드라마의 배경이 된 멋진 식물원이 포천의 평강식물원이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때 평강식물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고층습원에 가면 수많은 해오라비가 하늘로 날아오를 채비를 하는 것 같은 풍경을 만난다. 해오라비난초가 요즘 한껏 꽃을 피워대고 있는데 그 모습이 꼭 날아오르려는 해오라비(해오라기)를 닮았다. 난초과 식물 중에서도 희귀한 식물로 좀처럼 만나기 힘든 꽃이다.

데크를 따라 습지를 가로질러 고층습원으로 올라가다보면 뻐꾹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백합과의 식물이지만 꽃은 아주 특이하면서도 예쁘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꽃잎과 위로 올라온 암술, 수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습지원에선 이맘 때 부처꽃이 장관을 이룬다. 음력 7월 보름에 부처님께 바쳤다고 하여 이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곧게 자란 줄기 위에 홍자색의 작은 꽃들이 귀엽게 피어 있다. 부처꽃이 장식한 습지원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한여름 더위도 잊고 자연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외에도 털중나리나 꼬리조팝, 마타리, 아트리스, 동자꽃 등도 요즘 한창 피어나고 있다.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이다.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요즘 눈에 잘 띄지 않던 도라지나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움 또한 빼어난 얼레지를 보면 자연의 오묘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곳에선 유치원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마련해놓고 있다. 생태체험은 기본이고 손수건에 꽃물을 들이거나 야생화 분갈이 등을 직접 해보면서 자연을 즐기고 야생화를 가꾸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평강식물원은 포천 산정호수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산정호수나 명성산 관광과 함께 갈 수도 있기에 주말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031)531-7751

재미있는 야생화 이야기

많은 꽃들이 고유의 꽃말을 갖고 있는데 그보다 더 깊은 사연을 담고 있는 야생화들도 있다. 그냥 보며 지나치면 쉽게 잊힐 야생화를 더 재미있게 보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자료제공·한택 식물원`

슬픈 전설 간직한 동자꽃

아주 먼 옛날 강원도 산골 암자에 노스님과 그 노스님이 마을에서 주워와 손자처럼 키우던 동자승이 살고 있었다. 어느 초겨울 아침 노스님이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하려고 동자승을 암자에 두고 홀로 마을로 내려갔다. 그런데 마침 그날 갑자기 때 이른 폭설이 내려 노스님은 암자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며칠 후 길이 뚫려 노스님이 암자에 도착했을 때 어린 동자승은 바위에 앉아 노스님을 기다리던 채로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그 동자승을 묻은 무덤가엔 이듬해 여름 동자승의 얼굴을 닮은 발그레한 꽃들이 피어났다.

지금도 산길을 걷다보면 바위 옆이나 길가 등 양지바른 곳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목을 길게 빼고 핀 발그레한 동자꽃을 만날 수 있다.

말 다리처럼 생긴 애절한 마타리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윤 초시의 손녀가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라고 묻자 소년은 “마타리꽃.”이라고 답했다.

지금부터 추석 무렵까지 그 마타리가 전국의 온 산과 들에서 피어나고 있다. 그만큼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색의 꽃이다. 긴 것은 1.5m 정도까지 자라는데 말의 다리처럼 길다고 해서 ‘마타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와, 뿌리에서 된장 썩는 내가 나기에 ‘똥’을 뜻하는 말과 길다는 뜻의 다리가 붙어 마타리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가는 대궁 끝에 작은 꽃들이 우산을 핀 것처럼 펼쳐져 피는 게 청초해 보이기도 한다. 황순원이 이 꽃을 언급한 데는 마타리꽃을 우산처럼 들고서 소년을 향해 해맑게 웃는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애절한 느낌을 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근심이여 안녕 원추리

요즘 산이나 들에서 백합을 닮았지만 조금 가냘픈 노란 꽃을 쉽게 만나게 되는데 이 꽃이 원추리다. 노란색이 행복과 부귀를 상징하듯 이 꽃을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진다고 해서 ‘망우초’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원추리 뿌리를 다려 마시면 진통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원추리는 쉽게 만나기에 오래도록 피어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지고 만다. 마치 임주리가 부른 노래의 나팔꽃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어 이름은 Day Lilly이다.

원추리의 어린 싹은 나물이나 국으로 먹고, 꽃잎은 꽃비빔밥이나 샐러드로 먹으며, 뿌리는 구황식물로 쓰기도 하는데 이뇨와 진통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야생 원추리꽃은 대부분 노란색이지만 종에 따라 흰색에서부터 붉은색이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그리움에 붉게 물든 능소화

요즘 도시의 옹벽이나 담벼락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주황색 꽃이다. 다른 나무에 달라붙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른다 해서 업신여길 능(凌)에 하늘 소(霄)자를 쓰는 꽃이다. 옛날엔 양반꽃이라 해서 이 꽃을 양반들만 심었고 상민이 집에 심을 경우 곤장을 쳐 다시는 심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부귀와 명예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그런데 슬픈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빈의 자리에 오른 소화라는 궁녀가 다른 빈들의 시샘과 음모로 구중궁궐에서 임금이 오길 기다리다 지쳐 죽었는데 담장에 묻혀 임금님 오실 때를 기다리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누군가를 기다리듯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그 사연을 떠오르게 한다.

마디가 아홉이라 구절초

지금부터 늦은 가을까지 산과 들에는 거의 비슷하게 생긴 국화 같은 꽃들이 피어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구절초다. 구절초는 단오 무렵엔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중양절인 음력 9월9일엔 아홉 마디가 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슷한 모양의 쑥부쟁이는 줄기 하나에 무수히 많은 꽃이 피지만 구절초는 한 개, 많아야 서너 개 정도의 꽃만 핀다. 본초강목에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하며 머리를 가볍게 하고 피를 맑게 해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나와 있는 구절초는 봄에는 어린 싹을 나물로 해 먹고 꽃은 차나 술을 만들어 마신다. 상처가 났을 때 구절초 잎을 찌어 바르면 쉽게 낫는다고도 한다. 구절초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데 꽃도 흰색 뿐 아니라 핑크색까지 있다. 구절초와 함께 들국화로 불리는 꽃에는 개미취나 쑥부쟁이 등이 꽃의 모양이나 색이 비슷한 것과 늦가을에 피면서 꽃잎은 노란 감국이나 산국이 있다.

이름도 많은 나리

나리와 백합은 다르다. 그런데 사실 다르지도 않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나리나 백합이나 모두 백합속 식물이다. 나리는 순 우리말이고 백합은 한자어일 뿐.

그런데 흔히 보는 백합은 흰색이고 나리는 주황색이나 붉은 색에 가깝다. 그래서 다르다고 한다. 이때 백합은 꽃이 하야서 흰 백(白)자를 쓰는 게 아니라 양파처럼 생긴 뿌리 절편이 많다고 해서 일백 백(百)자를 쓴다.

요즘 산이나 들엔 온갖 종류의 나리꽃이 피어난다. 꽃이 하늘을 향해 활짝 핀 것을 하늘나리라고 부르고, 아래를 향해 피면 땅나리, 잎이 줄기를 돌려가며 나오면 말라리, 그런 잎이 이층으로 나면 섬말나리, 꽃은 비슷한데 잎이 솔잎처럼 가늘게 나면 솔나리, 줄기와 잎 사이에 검은색 구슬이 달리면 참나리라고 한다. 섬말라리는 울릉도 원산의 희귀식물이다.

비슷하나 다른 연과 수련

요즘 전국의 연못에선 연꽃이나 수련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둘 다 물속에서 피니 같은 줄 안다. 그런데 연과 수련은 다르다.

아침에 연못에 나가 보면 물 위로 쑥 올라온 잎 가운데에 맑은 물을 담고 있는 것과 물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서로 다른 잎을 볼 수 있다. 앞의 게 연이다.

연은 잎이 둥그렇게 생겨 물이 새지 않는다. 대궁도 단단해 물 위로 쭉 올라올 정도로 자란다. 잎의 표면에 미세한 솜털이 있어 물에 젖지 않기에 아침에 나가보면 잎 가운데 이슬을 담아놓고 있는 게 보인다. 너무 맑아 그대로 마셔도 된다. 반면에 수련은 잎이 갈라져 있고 대궁이 약해 물 위에 떠 있다. 또 잎이 쉽게 물에 젖는다. 연은 꽃대가 위로 올라와 꽃을 피우기 때문에 아주 맑고 우아한 꽃을 보여준다. 수련의 대궁은 잎과 마찬가지로 물에 떠서 움직이기에 꽃도 물에 떠다니듯 핀다. 연의 땅속줄기(뿌리)는 굵게 자라 연근이라고 하는데 요리를 해먹는다. 수련의 뿌리는 거의 발달하지 않는다.

연은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맺혀 굵은 씨앗을 수확할 수 있다. 반면에 수련은 꽃이 지면 물속에 잠기어 물속에서 작은 씨앗을 터뜨린다. `도움말 : 한택식물원`

[글 =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90호(11.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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