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베트남 국경에 장막은 없었다 | |
| 기사입력 2011.06.02 17:39:49 | 최종수정 2011.06.02 20:48: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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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하이웨이 대장정 ⑪ ◆ 중국 국경도시 핑샹(憑祥)에 도착하니 가게나 음식점마다 월남(越南)이란 단어가 즐비했다. 핑샹 최고의 호텔 이름은 중웨(中越)국제대주점. 주유소 이름도 광서 지역과 베트남의 머리글자를 딴 광웨(廣越)주유소다. 핑샹을 소개하는 책자의 제목도 `중국남대문(中國南大門)`이었다. 식당에서는 베트남어로 얘기하는 종업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핑샹에서 남쪽으로 15㎞가량 떨어진 곳에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관문 유이관(友宜關)이 있다. 예전에는 베트남과의 화합이란 의미의 무난관(睦南關)이라고도 불렸던 곳인데 `중국과 베트남 간 우의를 다진다`는 뜻에서 명칭이 바뀐 것. 유이관 앞 상점에는 중국 과자와 음료수는 물론이고 베트남 호랑이연고, 말린 열대과일,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본뜬 향수(미스 사이공)까지 진열돼 있었다. 유이관은 중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사람들이 주로 통과하는 곳이고 주변에는 커다란 보세창고도 있다. 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에는 트럭들이 통관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각종 과일과 농산물이 건너오고, 중국에서는 TV 냉장고 컴퓨터 기계류 자동차 옷 등 공산품이 건너가는 현장이었다. 국경시장의 진면목은 유이관이 아닌 푸자이(浦寨) 변경무역구에서 볼 수 있었다. 유이관 서쪽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이곳은 중국과 베트남 사람들이 오가면서 자유롭게 교역하는 변민호시(邊民互市). 거리에는 베트남에서 온 과일 트럭들이 하역을 기다리는 가운데 상거래는 중국 위안화와 베트남 동화로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거리에서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아주머니로부터 망고스틴을 샀다. 베트남 사람이지만 스스럼없이 "스산콰이 치엔 이 찐(한 근에 13위안)"이라고 말을 건네왔다. 베트남 억양이 섞인 중국어다. 거스름돈을 주기 위해 꺼낸 전대에는 중국 위안화와 베트남 동화가 섞여 있었다. 베트남 아주머니에게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잃어버리지 않게 모자에 달아놓은 비닐봉지 안에서 통행증을 꺼내 보여줬다. 여권처럼 생긴 통행증은 변경지역 주민들이 푸자이에 들어와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증(변민증)인데, 수없이 오고갔음을 보여주는 확인 도장이 빼곡히 찍혀 있었다. 푸자이에서 베트남으로 통하는 길은 2차선. 취재팀이 찾을 때는 길이 하나였지만 옆으로 노선 하나를 정비하기 위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단둥에서 압록강철교의 외길을 보고 답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옆에는 8층짜리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푸자이의 인구는 1만5000명에서 2만명 정도. 무역을 하는 외지인과 베트남인이 많다는 게 지역 주민의 얘기였다. 중국 내 저장(浙江) 장쑤(江蘇) 광둥(廣東) 푸젠(福建)성 등 중국 각지의 상인들이 이곳에 점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팀은 다음날 유이관을 통과해 베트남으로 들어갔다. 통관절차를 마치고 나오니 `AH1(아시안하이웨이 1번도로)`이란 표지판이 보였다. 아시안하이웨이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차를 달려 다시 푸자이 쪽으로 가봤다. 산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은 중국 도로처럼 평탄하지는 않았다. 도로 상태에서 베트남의 경제력이 중국보다 한참 뒤처진다는 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푸자이 앞 베트남 쪽 거리도 낮은 건물 일색이어서 바로 앞에 우뚝 솟아 있는 저장빌딩과 크게 대조됐다. 실제로 중국에서 오는 차량은 물건을 가득 싣고 오는데, 베트남에서 나가는 차량은 비어 있거나 건초더미 같은 것을 싣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베트남을 중국 경제권으로 빨아들이는 현장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국경 앞 도시인 떤타잉의 거리도 중국 측과 마찬가지로 온통 가게 일색. 베트남 각지의 상인들이 몰려와 값싼 중국 제품을 사가는 곳이다. 지나가는 상인을 보니 차량에 루이비통 모노그램 원단을 싣고 있는 중이었다. 짝퉁 상품은 베트남이건 중국이건 가리지 않고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는데 그 유통 과정의 한 단계인 듯했다. 더위를 식히려고 작은 찻집에 들러 사탕수수즙을 시켰다. 한 잔에 1만동(약 520원). 옆자리에는 젊은 남녀 4명이 즐겁게 대화 중이었다. 들어보니 중국어와 베트남어를 섞어 사용하는데 피부색이 다른 베트남 젊은이들과 약간 달랐다. 국경지대라 중국ㆍ베트남 사람들 간의 혼혈이 많은데 그 후예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다른 나라임을 표시하는 국경선만 있을 뿐 휴전선을 연상케 하는 막힌 국경은 사실상 없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하나의 경제권역임이 느껴졌다. [기획취재팀 = 김상민 부장대우 / 이상훈 기자 / 서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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