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귀농시대

정부가 지원한 농업기술 10건중 9건 `싹`도 못틔워

ngo2002 2011. 5. 30. 09:04

정부가 지원한 농업기술 10건중 9건 `싹`도 못틔워
식물 바이오매스 등 수익으로 연결 못해
기사입력 2011.05.29 18:47:17 | 최종수정 2011.05.30 08:48:0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농림수산식품부가 2009년부터 3년간 서울대에 의뢰해 1억3500만원을 들여 개발 중인 `식물 바이오매스 기술`은 기업들 무관심 탓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기술은 식물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기술로 외국에서 특허를 두 개나 출원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상용화할 만한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기술 개발에 나섰던 셈이다. 정부가 공을 들여 개발해 놓은 농업 기술 90%가량이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연구실에서 잠자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신기술을 사업화할 경쟁력 있는 농업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정부 차원에서 유사ㆍ중복 연구가 많아 연구개발(R&D)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농촌진흥청 산림청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에 분산돼 있는 농업기술 연구사업들을 종합해 이달 초 만든 통합정보서비스(FRIS)에 따르면 2008~2010년 전체 정부 농업연구사업(7476건) 중 기업에 이전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 사업화한 농업기술은 1027건(13%)에 불과하다. 특허 등 산업재산권 등록은 돼 있지만 아직 사업화하지 않은 농업기술은 같은 기간 총 844건에 달한다. 이는 국가 전체 R&D 사업화 비율(21%)에 한참 못 미친다. 상용화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농업 분야 기업이 대부분 영세한 데다 연간 3조원대에 이르는 정부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사업화를 위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호기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본부장은 "농산업 분야 기업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편"이라며 "정부가 쓸 만한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소화해낼 만한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사업화를 고민하지 않는 정부 정책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예컨대 정부는 2012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배추 원산지 판정기술`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시장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이 아니다. 이 기술은 리더기를 통해 국내 토양에 포함된 원소를 근거로 원산지를 손쉽게 판단할 수 있어 원산지 둔갑을 막을 수 있지만 정부가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시장에서 수요가 생길지 미지수인 것이다. 더욱이 민간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는 정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민간 R&D를 자꾸 정부가 대신해주다 보면 오히려 민간 부문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정부 R&D 규모는 15조원이지만 민간 기업은 37조원 규모다. 민간이 정부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하지만 농업 분야는 그 반대다. 2007년 기준으로 정부는 농식품 R&D로 5719억원, 민간은 2816억원을 지출했다. 제대로 된 R&D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 R&D 대부분을 농촌진흥청(60%) 농식품부(30%) 산림청(10%) 등이 담당하고 있지만 기관별로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다 보니 유사ㆍ중복 사업도 많다. 농식품부는 2009년 농림수산 분야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해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개선 방안을 찾고 있지만 사업 수행과 예산 배분에 대한 최종 권한은 각 기관장들이 가지고 있어 위원회가 중복 사업들을 걸러내기 어렵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간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R&D 중복성 검토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농식품 분야 정부 R&D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수요를 창출할 기술들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먹을거리 분야가 좋은 예다. 실제 풍산콩(콩나물), 설갱미(백세주 등) 등은 여러 민간기업에 기술이전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개발해 인기를 얻은 `굳지 않는 떡`은 출시되자마자 CJ, 삼립식품 등 26개 기업이 너도나도 기술을 이전받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요는 농업 분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돼 일거양득이다. [이기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