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30년-20년에서 30년-30년-40년으로 대전환.` 100세 시대에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노후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드러내는 말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생을 설계할 때 태어나서 30년은 교육과 병역 기간으로, 이어지는 30년은 취업 기간으로, 그리고 나머지 20년을 노후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빈사망연령(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연령)이 90세로 높아지는 이른바 `100세 시대`에는 노후 삶이 무려 40년으로 기존에 비해 2배 늘어난다. 이런 현실에서는 인생과 재무설계가 과거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과거 노후 준비는 은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부터 시작해도 크게 늦지 않았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는 젊은 시절부터 스스로 준비하는 재무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복지를 늘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기대가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로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국가 재정이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노인복지 예산을 추가로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에 노인 부양에서 한 축을 맡아오던 가족 기능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노후 준비에 대한 개인 책임성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은퇴 후 노후 생활비는 얼마나 소요될까.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교수팀은 일반적으로 은퇴 전 가계소득 대비 70%, 은퇴 전 생활비 대비 80%가 필요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런 가정에 따라 부부 2인 은퇴 생활비를 계산하면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월 150만원, 표준적 생활을 위해서는 200만원,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3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시나리오를 근거로 30~40년간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면 기본적 생활에만 4억7927만원, 표준적 생활에는 6억3903만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민이 의존하는 대표적 노후준비 수단인 국민연금으로는 이런 생활비 조달에 턱없이 모자란다. 예컨대 국민연금 30년 가입자(월 소득액 120만~300만원)는 60세 은퇴 시점에 받는 연금이 약 60만~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국민연금 재정이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 역사는 짧은 반면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노인 부양비와 연금제도 부양비(국민연금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율)가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 박 교수팀은 평균수명이 연장된다는 가정 아래 국민연금에 대한 재정평가 시점을 2100년으로 할 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출산율(합계출산율 1.70명)을 전제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장기적으로 현행 소득 대비 13%에서 17%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연금만을 믿어서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족한 노후 생활비는 사적연금(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과 은행ㆍ보험 저축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 박 교수는 "그러나 대부분 근로자들이 자녀 교육에 큰돈을 쏟아 붓고, 집을 살 때 빌린 대출금을 갚느라 저축할 여력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며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일찍부터 노후에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노후자금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은퇴 후 행복이 반드시 돈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적게 드는 취미생활을 개발하고 평생학습과 자원봉사에 참여해 노후에 보람을 찾는 은퇴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이후에는 눈높이를 한 단계 낮추는 안분지족 생활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정소득이 사라지는 만큼 과거와 같은 생활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은퇴 후 승용차만 처분해도 월 30만~60만원 정도 생활비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한 노후 대비도 중요한 과제다. 젊은이들이 일찍부터 생애설계와 재무설계에 눈을 뜰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효율적인 가계자금 관리법과 금융상품 투자법 등을 가르치고 젊은 세대 저축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육아 비용과 자녀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