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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상담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코엑스 '노후준비 & 실버산업 박람회'에서 한 금융업체가 노후자금 마련 상담을 하고 있다 . 2009.4.29 xyz@yna.co.kr |
코앞 은퇴에 걱정만 태산..달랑 집 한 채
취약계층 전락하나..연금이 최후보루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 황인수(가명)씨는 58년 개띠다. 한국전쟁 후에 태어난 대표적 베이비부머다. 어린시절 미군부대에서 나눠줬던 옥수수 죽을 먹었고 '통일벼'로 지은 쌀밥을 처음 먹은 세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2년간 몸담은 회사가 외환위기 속에 문을 닫으면서 일을 그만둬야 했지만 그 뒤로 계약직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성실하게 일하면서 가정을 이끌어오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노후준비는 전혀 안된 상태다. 결혼 뒤 아파트 분양붐이 일 때 한 채 마련하려했지만 지금은 10배나 오른 아파트값에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다. 은퇴 뒤 믿지 못할 국민연금에 의존할 생각을 하니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2. 굴지의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김영석(가명)씨도 황씨처럼 1958년생이다. 전쟁 직후 보릿고개를 경험했고 고교 때는 지상과제인 명문대를 가기 위해 밤잠을 설쳤던 모범생이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독재 반대 데모에 숱하게 참가했지만 1980년대 회사에 입사하며 수출역군의 길을 걸었다. 1997년 금융위기 속에도 꿋꿋이 버티며 임원자리까지 올랐지만 그의 수중에는 서울 목동의 집 한 채가 전부다.
퇴직 후에 집을 담보로 잡고 생활비를 받는 역모기지론을 이용해 볼 생각도 해봤지만 자녀가 있는 입장에서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 준비 안된 노후에 걱정만 '태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에게 노후 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상 과제지만 당장 해결할 수도 없는 고민거리다.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것만 같았던 은퇴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걱정 외에는 별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장을 다니며 부모를 봉양하고 자녀 교육비로 월급을 써 온 탓에 남아있는 재산이라곤 잘해야 집 한 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금씩 모아놓은 저축통장이 있지만 잔고가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에도 못미치는 게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은퇴한 베이버부머가 쏟아져나오면서 실버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정작 여유롭게 노후자금을 쓸 여력이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시장의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지난 3월 서울.수도권 55세 이상 은퇴자 5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가 은퇴 전까지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은퇴 준비를 했더라도 40대 이전에 준비한 경우는 5%에 불과했고, 그나마 50대에 은퇴준비를 시작한 경우도 16%에 그쳤다.
응답자의 61%는 은퇴 준비를 못해 당장에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대답했다.
준비가 부족했던 이유로는 59%가 '자녀에 대한 과다한 투자'를 꼽았고 다음으로 '소득부족(38%)', '은퇴준비에 대한 인식부족(28%)'을 들었다.
자녀교육에 목을 매다 노후 준비를 놓쳤다는 말인데 여전히 소득의 많은 부분을 자녀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은퇴 전 베이비부머에게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은퇴 후 가계 소득도 은퇴 전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3%는 현 소득이 은퇴 전의 소득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생활비와 교육비 등으로 씀씀이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 반면 소득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노후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황인수 씨는 "노후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다.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 교육비가 많이 들어간다. 국민연금이야 나오겠지만 믿을 수가 없다"고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 '취약계층 전락하나..' 대책 시급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는 암담하다.
소득이 줄면서 생활 수준 전반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취약계층으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직장 생활동안 목돈을 마련치 못한 많은 베이비부머는 은퇴 뒤 국민연금 외에 별달리 돈이 나올 구석이 없는 데다 재취업이라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경제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들어오는 임금 소득이 필수인데 정부의 재취업 대책은 중고령자(55∼64세)보다는 고령자(65세 이상)에게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적절한 지원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재취업에 성공했더라도 퇴직 전 임금수준을 보장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지난해 7월에 낸 '피델리티 은퇴백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가계의 은퇴 뒤 희망 생활비가 은퇴 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목표소득대체율은 62%였지만 은퇴 후 예상소득이 은퇴 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은퇴소득대체율은 41%에 불과했다.
월 500만원을 벌던 사람이 은퇴 뒤 310만원 정도의 소득을 원했지만 실제 소득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205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소득 자체도 기대에 떨어지지만 여기서 비롯되는 심리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박탈감은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끼칠 수 있다. 노인 자살자수가 최근 10년간 2배 가량 급증했고,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의 41%가 그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들의 소득은 계속 늘었지만 자녀에게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남아 있는 게 없다"면서 "임금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오래 견디기란 힘에 부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는 "은퇴 이후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사회적으로 재고용하거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에 앞서 노후를 새롭게 인식하는 '은퇴 준비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9/27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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