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법(주식..경매)

14.[고수 인터뷰] 위기는 곧 기회…지금이 美투자 늘릴때

ngo2002 2009. 11. 19. 10:16

리토 카마초 크레디트스위스 아태 부회장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종적을 감추었다. 당시 국내 최대 상업은행이던 한 은행은 중소형 은행에 인수ㆍ합병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부실 채권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됐던 한 은행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당시 아시아 기업 전체가 비슷한 위기상황이었다. 금융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등을 매각하고 그래도 안 되면 결국 회사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아시아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하는 곳마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유동성 부족을 겪던 아시아 각국들은 하루아침에 자산가치 높은 물건들이 헐값에 팔려나가는 것을 두 눈 뜨고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최근 방한한 리토 카마초 크레디트스위스 아태 부회장은 "이 이야기 배경을 미국으로 바꾸면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시장 혼란의 해법이 보일 것"이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카마초 부회장은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것 아니었느냐"며 "어쩌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위기가 바로 그 기회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카마초 부회장은 필리핀 자원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을 거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를 몸소 체험했던 인물. 필리핀 국적인 그는 장관이 되기 전 뱅커스트러스트에서 20여 년간 투자은행(IB) 업무를 해온 베테랑 뱅커였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는 물론 80년대 중반 미국 저축대부조합 위기, 90년대 일본 은행 대출 위기, 2000년 닷컴 위기, 이번에는 또 서브프라임 위기까지 최근 일어난 금융위기란 위기는 다 겪어봤다. 그때마다 그 위기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대혼란을 겪었다고 하지만 밖에서 그 혼란을 관망하고 있던 사람들은 투자 기회를 찾더라."

그는 "이미 그런 기업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조만간 미국 금융기관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게 되고, 이 과정에서 헐값에 매각되는 금융기관이 생기거나 가치 있는 자산을 눈물을 머금고 매각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이라며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카마초 부회장 말대로라면 오히려 지금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미국발 뉴스에 일희일비하며 주가 그래프만을 바라보고 있는 게 어리석어 보인다. 차라리 그보다는 더 큰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니까.

그는 "최근 아시아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큰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 시장 혼란은 미국시장 위험 징후가 아시아에 번졌기 때문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겪는다 해도 실물경제가 급변하는 것은 아닌데 주식시장 투자자 불안심리가 실물경제에까지 옮겨붙었기 때문이라는 것.

카마초 부회장은 "물론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하면서 일부 아시아 기업의 조달금리가 높아지거나 결제대금을 제때 못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요즘 국내 기업이 걱정하는 것은 미국 금융시장 위기에서 촉발된 경기둔화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소비가 둔화된다면 수출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카마초 부회장은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도 여전히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한국에는 아시아 어떤 나라나 기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며 "게다가 한국처럼 성숙한 경제에서 성장률 4~5%를 기록한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아시아 경제를 밝게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부채비율이 낮고 기업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데다 정책적 대응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

카마초 부회장은 "아시아 외환위기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부채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며 "지금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많은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거꾸로 미국 투자은행에 구제자금을 주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기업 재무제표에 자산건전성이 강화됐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경기 둔화로 미국에 대한 아시아 기업 수출이 축소된다 해도 아시아 역내 수출은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 인도 등 구매력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신흥 소비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역내 수출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마초 부회장은 "중동 국가들이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다 인도 중국 등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해간다면 세계 경제는 아시아 성장에 더 큰 기대를 걸 만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발 금융 위기로 세계 경제 축이 서(西)에서 동(東)으로 넘어오게 된다고 볼 수도 있을까.

카마초 부회장은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의 굴욕을 딛고 아시아ㆍ중동 지역 국부펀드가 월가에 구원투수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지금 지갑을 여는 사람이 바뀐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세계 경제의 큰 축이 옮겨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느냐"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남겼다.

[한예경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2008.04.04 10:06:24 입력, 최종수정 2008.04.04 14:4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