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법(주식..경매)

고수는 서브프라임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ngo2002 2009. 11. 19. 10:14

박현주 회장이 보는 글로벌 증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증권시장에서 강세론자로 통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한 지난달 16일 5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코스피가 1600대 초반으로 떨어질 때까지 2조~3조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호언했다.

그가 내다본 대로 증시는 안정궤도를 찾았다. 그는 미래에셋을 공격적 투자자라기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로 불러 달라고 주문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박 회장은 21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서브프라임 문제의 소프트 랜딩과 중국 경제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 등 글로벌 자본시장 전망과 투자철학을 들려줬다.

◆ 美 FRB 불 번지도록 안놔둘것

= 먼저 그는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박 회장은 미국이 `자기 집에 난 불`로 인식하는 이상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예상보다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간이 문제일 뿐 미국 경제 전체에 불이 번지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은 그동안 곪아 있던 것이 터진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해결능력을 보여 왔습니다."

박 회장은 또 "미국 가계 자산구조는 금융자산 80%, 부동산 20%로 구성돼 있고 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은 금융자산이라는 큰 완충지대가 있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브프라임에 대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수한 펀드매니저란 봄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합리적인 투자자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 올림픽 이후 더 좋아질수도

= 중국 변수를 말할 때 박 회장은 평소보다 다변(多辯)이 된다.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중국을 경제 이전에 역사, 문화와 정치라는 패러다임에서 접근한다. 그는 중국을 현재 모습만 보고 못사는 나라라고 간단히 평가절하 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수천 년 역사 중 공산주의 정권 60여 년을 제외하고는 경제를 우선시하는 중상주의 국가였습니다. 중국은 엄청난 달러 보유액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때문에 다시 공산주의로 돌아가기는 힘듭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일반적 염려에 대해서도 박 회장 시각은 다르다.

"중국이 그와 같은 염려를 모를 리 없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중국이 올림픽 이후 오히려 더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부침이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 미술품 투자가치? 모르겠다

= 미래에셋의 공격적 투자를 지휘하면서 두려움을 가져 본 일은 없느냐고 묻자 박 회장은 `공격적`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값이 싸진 주식을 골라 매수하는 것은 공격적이라기보다 전략적인 투자라고 해야 합니다. 내 투자철학은 첫째, 모르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장기투자한다. 셋째, 앞의 두 가지를 지킨다라는 것입니다. 요즘 아트테크라는 말로 유행하는 미술품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투자철학 때문입니다."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털어놨다. "원래 미술에 흥미가 많아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그림에 대한 안목도 가지고 있지만 미술품의 투자가치라는 것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습니다."

박 회장은 공급이 제한적인 미술품이 `작전`에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누군가 한 작가 작품을 모조리 매수한 뒤에 그중 한두 작품만 경매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도록 조작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씨 등 작품이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 작품들은 이미 너무 비싸졌습니다."

◆ 환경ㆍ자원 매력 갖춘 호주 주목

= 박 회장은 지수 전망을 언급하는 일이 없다. 물론 투자 유망업종 등 개별적 투자 전략도 언급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환경과 자원`을 제시했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갈수록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할 겁니다. 캐나다 동부해안에서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일대도 그렇지만 환경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호주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그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자원부국이 주목받고 있지만 호주는 환경과 자원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지난 1년간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IB와 손잡고 유망지역을 골라 투자하는 `인사이트 펀드`를 준비하는 데 열정을 쏟은 것도 바로 글로벌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펀드는 오는 11월 시장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박 회장은 끝으로 한국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특히 M&A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창업주들이 M&A에 대해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창업했다가 회사 팔고 하면 `먹튀했다, 망했다`고 비난하는데 경쟁력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를 맡아 제대로 된 경영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또 인수ㆍ합병을 막는 규제 역시 정비돼야 합니다." 그는 또 "미래에셋이 SK생명을 산 것도 잘했지만, 그걸 판 SK도 참 잘했다고 본다. 당시 최태원 SK 회장이 `(SK생명)경영을 잘할 사람이 회사를 가져 가서 좋다`고 말해줘서 참 고마웠다"고 소개했다. 이창훈 기자 / 이소아 기자]

2007.09.22 09:24:40 입력, 최종수정 2007.09.22 18: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