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세상을 바꾸는 스마트 그리드

ngo2002 2010. 9. 30. 09:34

세상을 바꾸는 스마트 그리드

2015년이후 매년 2000억달러 시장 확대
G8회의, IT강국 한국을 선도국가 선정

2015년 서울 양평동의 한 개인주택. 직장인 전호겸 씨는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 마자 집안에 있는 스마트 미터기(Smart Meter:실시간 전력량계)부터 들여다봤다. 월말이 이틀 남아 월간 사용 실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미터기를 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 지난달보다 전기요금을 11%나 줄였네~." 나름대로 전기를 아껴서 쓴다고 생각했던 전씨.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실제 체험해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전씨가 전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전기 사용량을 줄여서가 아니다.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해도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를 찾아 합리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매일 퇴근 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집안 콘센트에 연결해 충전해왔다. 충전에는 대략 4~5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에는 주로 초저녁부터 자정시간까지 충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스마트 그리드'를 설치한 이후 충전은 자정이 넘어야 시작된다. 똑똑한 실시간 시스템이 하루 중 가장 전기요금이 싼 심야시간대를 찾아 충전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전씨가 스마트 그리드를 이용해 단순히 전기 요금을 절약하는 것에 그친다면 별 흥미를 못 느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변화는 남는 전기를 한국전력에 되팔 수 있다는 점이다. 2년 전 지붕 위에 설치한 소규모 태양광발전기는 집안 내 전력 수요를 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효율적으로 전기를 소비하며 저장까지 가능해져 피크 시간대 아껴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싼 값에 한전에 팔 수 있게 됐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미래의 생활의 한 단면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스마트 그리드'라는 용어도 아직 익숙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도 초기에 그랬다.

개념조차 생소했던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은 것처럼 '스마트 그리드'는 다시 한번 우리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꿀 시스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는 간단히 말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 전력 사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전력망을 디지털화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때는 '전력IT'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논의의 폭이 더 광범위해지면서 '스마트 그리드'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IBM은 스마트 그리드를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확장해 정의하고 있다. 즉 지능형 전력망을 기반으로 통신ㆍ가전ㆍ건설ㆍ자동차ㆍ에너지 등 유관 산업들이 융합돼 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모든 제반 여건을 갖춘 녹색 성장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한한 시장성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6~2030년 세계 스마트 그리드 관련 시장이 총 2조9870억달러(약 3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배전 분야와 수용가(이용자) 관련 시장이다. 이 시장만 2조5490억달러(약 3240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5년 이후 매년 2000억달러 이상 막대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비가 예상되는 것은 다음 세대 배전망을 설치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설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관련 시장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IT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하면, 거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스마트 그리드 구현을 위한 포괄적 협력의향서(SOI)를 체결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가장 발빠르게 투자에 나선 국가가 바로 미국인 까닭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스마트 그리드를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내세울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GE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 분야에 45억달러 투자를 승인했다.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무기로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이 한국과 손을 맞잡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앞선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을 테스트 베드(Test Bed)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한국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성공리에 해 낸다면 세계 시장을 기술로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 나서고 있다.

이호준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은 "법ㆍ제도 인프라스트럭처를 조기 정비하고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적용하면 테스트 베드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견제 의식을 느낀 중국도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2위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6800억위안(약 1000억달러)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MEF)에서 의미 있는 세미나가 하나 열렸다.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해 한ㆍ미 양국 정부 간 협약뿐만 아니라 기업 간 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KSGA)와 미국 그리드와이즈얼라이언스는 이날 '제1차 한ㆍ미 스마트 그리드 투자포럼'을 열고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IBM과 구글, GE 등 굴지의 기업들이 가입돼 있는 미국 그리드와이즈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은 LS산전,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 한국 측 회원사들과 앞으로 공동 기술 개발 과제를 발굴하고 국제표준화기구에서 기술표준 공조에 주력하기로 다짐했다. 그 결과물은 제주도에 들어설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에서 처음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에서는 제주도 실증단지 구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ㆍ미 정부와 기업 간 만남에서 제주도를 미국 원천기술과 한국 사업화 능력이 만나는 접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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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7 14:51:3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