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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Life] 무병장수의 비결 '小食'

ngo2002 2010. 9. 15. 09:12

[Health & Life] 무병장수의 비결 '小食'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서 무더운 여름철에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을이 되면 식욕이 왕성해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사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다가올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원을 저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서늘해지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열을 발생시키려 한다"며 "이로 인해 에너지가 빠르게 소비되면서 식욕이 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뇌 시상하부에 있는 포만중추도 식욕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포만중추는 '배고프다' 혹은 '그만 먹자'라는 신호를 보내는 곳이다. 조정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포만중추는 음식을 먹거나 날씨가 더워서 체온이 올라가면 자극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여름에는 입맛이 사라지고 가을이 되면 입맛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난 입맛…과식ㆍ폭식 습관이 문제 = 음식은 건강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스 의학자로 의성(醫聖)으로 추앙받는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치지 못한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말할 정도로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 40세 이상 중장년층 주요 사망 원인인 암도 40%는 잘못된 식사습관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못된 식습관 중 가장 나쁜 것은 폭식과 과식이다.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장내에서 세균에 의한 부패물질이 그만큼 많이 만들어지고,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특히 고지방 고단백질 음식을 좋아하면 더 많은 부패물질이 만들어진다. 지방과 단백질 음식은 하루 식단에서 최대 2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는 식탁도 풍성해진다. 풍요로운 먹을거리에 둘러싸인 현대인은 계속되는 과식으로 영양과잉 상태에 있다. 특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은 연휴기간이 길어 평소보다 높은 열량에다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물을 과식할 염려가 있다. 과식은 고지혈증, 고혈당(당뇨병), 도뇨산증(통풍), 고혈압, 암, 폐경변, 충수염, 담석, 만성신장염, 뇌출혈, 심혈관계질환, 내장비만증후군 등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진다. 일본 니가타 의대 아보 도오루 교수와 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우리 몸에는 혈당을 높여주는 글루카곤, 티록신, 코르티손,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과 같은 호르몬이 10가지에 달하지만 과식으로 높아진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밖에 없다"며 "이처럼 소식(小食)에 익숙한 우리 몸이 과식을 하게 되면 인슐린 부담으로 이어져 당뇨병, 고지혈증, 암과 같은 질병을 초래할 수있다"고 설명한다. 식사를 할 때 양껏 먹기보다는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절제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갑자기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급격한 혈당치 상승을 불러오고 이에 따라 인슐린 분비도 과다 촉진돼 지방합성이 늘어난다.
100세 장수인 비결도 적게 먹는 습관 =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이건강과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영국 의학박사인 트리샤 맥네어(수명연장 방정식 저자)는 "인간 몸은 노화과정으로 염증이 진행되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신경계와 두뇌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음식을 적게 먹으면 몸속 염증 정도를 줄일 수 있고 두뇌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리샤 맥네어 박사는 "2년 동안 하루1000~1500㎉만 먹으면 수명이 1년씩 늘어날 수 있다"며 "다만 칼로리와 영양소를 너무 적게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심하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소식(小食)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다. 소식이란 식사량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위에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를 말한다.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은 "음식물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소화를 하면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포 노화와 암세포 발생을 조장한다"며 "100세 장수인 비결은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고 적절하게 먹어야 하며 배우자ㆍ자녀ㆍ이웃과 관계를 유지하고, 봉사활동이든 뭐든 참여해야 건강하게 장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식은 반드시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면서 실천해야 한다. 소식을 채소 위주 식사로 오해하고 장기간 편식하면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 급하게 먹다 보면 과식하기 십상이다. 머릿속에서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포만감 중추가 작용을 하려면 5~10분이 지나야 하므로 급하게 잔뜩 음식을 집어넣으면 뒤늦게 배가 불러서 힘겨워질 수 있다.
천천히 오래 씹어야 위부담 작고 포만감 = 위장 기능에 가장 좋은 습관은 '천천히 잘 씹어먹기'다. 사람 치아는 32개인데 이 중 20개는 어금니로 곡물을 잘게 갈기 위해 사용한다. 앞니 8개는 과일이나 채소를 자르기 위해 쓰인다. 고기를 먹는 데 필요한 송곳니는 4개에 불과하다. 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식생활도 치아 비율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치아 비율이 어금니 62.5%, 앞니 25%, 송곳니 12.5%이므로 식생활도 곡물 60%, 과일과 채소 20%, 고기와 생선 10% 정도 비율로 먹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고동희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별히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위나 장이 소화불량이나 위염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들어온 음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천천히 잘 씹어 먹어서 위장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기능성 위장장애 증상을 가진 환자들 대부분은 음식을 너무 급하게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사례가 많다. 한 번 음식을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잘게 부서지고 침과 충분히 섞일 때까지 씹어야 한다. 대개 최소한 20번 이상 씹기를 해야 음식이 골고루 부서진다.

[이병문 의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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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15:31:1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