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스마트 사회, 전지전능한가

ngo2002 2010. 9. 8. 10:59

[매경의 창] 스마트 사회, 전지전능한가

최근 스마트폰 돌풍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휴대용 소형 컴퓨터라 할 스마트폰을 통해 대화와 소통이 손쉽게 이뤄진다. 개인 사이 혹은 조직 안에서 비공식ㆍ공식적인 업무도 처리한다. 생산ㆍ유통ㆍ소비 과정에서 스마트폰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디지털 시민이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점차 모바일족(mobile tribe)으로 자리잡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의 등장이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이든 손 안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퀴터스 시대다. 그러다보니 가정도 스마트 홈, 대학도 스마트 캠퍼스, 직장도 스마트 워크 등 바야흐로 우리는 스마트 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사회가 유토피아로 이어질지, 아니면 디스토피아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모바일 환경 아래 생활의 편의가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앱(application)'에 대한 의존으로 인간의 자활 능력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 사회를 열고 있는 스마트파워의 정체는 무엇인가. 7년 전 미국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날로 쇠퇴하는 미국의 영향력을 되살리기 위해 스마트파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군사력 경제력을 가리키는 하드파워를 넘어 문화 가치 이념을 지칭하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함으로써 미국의 지도력이 부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견지에서 스마트파워는 '완력'이란 하드파워에 '매력'이란 소프트파워를 더한 것이 진짜 '실력'이라는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

스마트 사회는 정보 기반에 의한 문화혁명과 다르지 않다. 다양한 콘텐츠를 PCㆍ휴대전화ㆍTV에서 별도 전환 작업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 3자를 결합한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웹2.0을 통해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웹3.0은 그러한 정보를 다양한 연결망을 통해 관리하고 확산할 수 있다. 블로그나 위키피디아를 넘어 유튜브나 트위터로 이어지는 변화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휴대용 소형 컴퓨터가 융합해주니 그야말로 편리한 세상이 열린다.

그렇다면 과연 스마트 사회는 전지전능한가. 수평적 네트워크가 수직적 위계를 대체한다. 정보의 공유가 광범위하게 이뤄짐으로써 일상생활에서 거래비용을 낮춰 준다. 그러나 가능성과 동시에 한계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는 올해 말 300만명에 달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수혜자가 아니다. 이들 중 하드파워도 없고 소프트파워도 없는 시민은 그야말로 낙오자나 다름없다. 스마트 사회는 가정에선 집 밖에서도 조리나 청소를 할 수 있고, 직장에선 재택근무를 넘어 움직이면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원격치료나 범죄예방에 효율적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인간적 대화가 없는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고, 일상생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스마트 캠퍼스도 장점과 단점을 지닌다. 이미 미국 대학에선 교수 면담, 도서 대출, 학생 모집 등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개방된 강의도 스마트폰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강의실에선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발표와 토론을 시키고 과제도 직접 지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울산과기대를 필두로 일부 대학에서 이러한 스마트 강의가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강의가 학생들의 수업성취도를 높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강의의 단점을 극복하여 교수와 학생 사이 면대면 접촉을 늘리면서 개별 지도를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과 지속적 학습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편익 대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직 스마트 사회는 갈 길이 멀다.

[임현진 서울대 정치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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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5 17:15:4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