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스마트한 세상' 만드는 열린 마음

ngo2002 2010. 9. 8. 11:02

[디지털 3.0]

요즈음 IT기업들이 스마트폰으로 앞다퉈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나선 데 이어 '스마트TV'와 '스마트카'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점점 더 바라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스마트 기기를 잘 개발할 수 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 애플이 어떻게 아이폰을 개발했는지 살펴보자. 원래 이 회사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디자인이 매력적인 컴퓨터를 잘 만들었다. 애플은 기존 컴퓨터 전문지식을 발전시켜 터치스크린이 있는 소형 컴퓨터를 만들었고 운영체제도 소형 컴퓨터용 방식으로 특화시켰다. 여기에 통신 기능을 추가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거래 공간을 만들어 콘텐츠 개발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응용프로그램을 직접 올릴 수 있고 사용자들이 손쉽게 응용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아이폰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제품이 아니라 애플이 오랜 연구와 경험을 통해서 보유하게 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지식을 사용자 요구에 맞게 발전시키고 인터페이스 기술과 새로운 통신기술을 결합시켜 만든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애플은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아이폰 개발과정이 보여주듯, 무엇보다 스마트 기기는 그 기능이 다양하고 고도의 기술이 집적되기 때문에 한두 명의 창의적인 사람보다는 최고 수준의 전문지식을 가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력할 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현실을 짚어보자. 먼저 제조기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전문성은 부족한 실정이다.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창의적인 안목도 부족하다.

또 우리의 생활방식은 상당히 폐쇄적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그룹 구성원끼리는 비교적 협력이 잘 되지만 다른 그룹 구성원과는 교류가 충분하지 않아 서로를 잘 모르고 이해도 부족하다. 설령 교류가 있어 서로 안다고 해도 그룹 간 이해관계 때문에 협력이 잘 안 되는 사례가 많다.

다른 문제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기득권의 문제다. 여러 그룹이 모여서 연구개발을 할 때 한두 집단이 지금까지의 업적이 많다거나 또는 업무기간이 더 길다는 이유 등으로 기득권을 갖게 되는 때가 많다. 이런 경우에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더 나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발전은 미미하게 되고 심한 경우 모두 공멸할 수도 있다.

휴대폰 분야에서 한때 세계 최고였던 회사가 휴대폰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할 때 기득권을 가진 아날로그 전문가들의 저항을 겪은 경우가 있었다. 그 결과 디지털 기술을 빨리 채택하지 못한 탓에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선 필요한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전문성은 단순히 시간에 비례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이론적 기초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때 생긴다.

또 열린 마음을 갖고 다른 그룹과 교류도 늘리고 서로 이해하도록 노력하면서 다른 집단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개발되고 사용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협력하면 우리나라는 저력이 있기에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앞장서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열린 마음은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스마트한 세상'도 오게 할 것이다.

[이광복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0.08.31 17:04:3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