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3.0] 정신적 브랜드 공유로의 진화 | ||||||||||
사실 아무런 처벌을 받지도 않으며 불법도 아니다. 패션 업계에서 저작권법은 대개 '상표'를 복제하지만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마 이쯤에서 뭔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작권법의 목적이 원발명자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해 줌으로써 창조적 아이디어의 시장 발현을 촉진시킨다는 관점에서 이 부분은 짝퉁을 허용함으로써 원제작자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브랜드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세계 패션 분야만큼 독창적이고 개방ㆍ창조적 시장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프라다가 파리에 있는 빈티지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재킷을 보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 복제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상대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취하고 그것에 새로운 영감을 더해 만들어내는 다양성의 시장, 그것이 패션 분야의 저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야흐로 창조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의 가장 큰 생산비용은 바로 '아이디어'가 됐다.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형태의 존속적 혁신은 다른 관점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파괴적 혁신 앞에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다. 기업은 각종 특허 공격과 특허권자들의 카르텔 앞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기업문화를 창조적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창조가 기업의 생존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혁신이 있다. 바로 브랜드를 개방하는 것이다. 세계 지성의 향연으로 불리는 'TED 콘퍼런스'가 대표적인 예다. TED는 하이테크, 디자인, 철학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시대를 이끄는 이들의 탁월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개방해 누구나 다운로드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TED는 TEDx라는 오픈소스 브랜드를 만들어 '전파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의 확산'이라는 신념에 근거한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TEDx 브랜드를 쓰고 지역 이벤트를 개최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불과 2년여 만에 TEDx는 전 세계 2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TED 콘텐츠는 수천 명의 자발적 참여자에 의해 77개 국어로 번역돼 아이디어가 언어의 벽을 넘어 공유되기에 이르렀다. TEDx 문화는 상대의 좋은 아이디어는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주위에 전파한다는 점이다. TED는 누가 생산자이고 누가 소비자인가 하는 경계 자체가 무의미한 문화적 공동체로서 모습을 띠고 있고, '종교 2.0'으로까지 규정할 정도로 브랜드를 뛰어넘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는 기업과 소비자 간에 경계가 뚜렷하던 시절에서 소비자에게 공기와도 같은 존재로 플랫폼을 공유하는 애플과 구글의 생태계 모델로 무게중심이 크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제는 고객이 기업을 성공시켜 주는 적극적 생산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는 물론 브랜드까지 공유하며 정신적 공동체로까지 성장하는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이 탄생하고 있다. 경제학자 알렉스 태브룩은 "이제 인류가 파이를 나누어 먹는 제로섬게임의 시대에서 더하면 더할수록 커지는 촛불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촛불시대에서 성공의 관건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최대한 서로 만나서 서로를 취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의 구축이다. 중요한 점은 창조적 아이디어의 발현이 패션 업계에서의 그것처럼 서로의 생각들이 쉽게 만나고 복제될 수 있어야 하며 경계를 넘어 만나는 사람들 간의 정신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송인혁 TEDxSeoul 에반젤리스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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