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3.0] 자원빈국 이스라엘을 살린 기술 | ||||||||||
1960년대 이스라엘은 관개 파이프라인이 없는 곳에서는 식물이 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주저하지 않고 갈릴리 호수의 물을 대규모 파이프라인으로 주요 거점에 운반하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점점 가느다란 파이프로 연결하여 거리의 가로수, 정원의 꽃, 농장의 채소에까지 직접 물을 공급했다. 물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공기 중에 분사했겠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그런 사치가 허용되지 않았다. 루트 투 루트(root to root) 방식을 통해 식물이 겨우 갈증을 해소할 만큼만 수분을 공급한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이스라엘 채소나 과일은 크지 않고 볼품없이 생겼지만 당도만은 어느 나라 것보다 높아서 국제시장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40년 전 이스라엘은 악조건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농업국으로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당시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에 자극제가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농업정책의 한계를 깨닫고 지식과학기술경제를 진두지휘한 곳은 부총리실 산하 CSO(chief scientist office)였다. 자연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분야별 전문가 150명이 두뇌집단을 구성해 이스라엘 핵심 경제정책들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조직이다. CSO가 농업 다음으로 주목한 분야는 해수를 담수화하는 기술이었다. 관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에 역점을 둔 것이다. 기존 해수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기 위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소금을 걸러냈는데 이 공정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석유가 나지 않는 이스라엘은 여기서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전기분해 대신 역삼투압 원리를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최소 에너지로 최대 소금을 분리해낸 것이다. 게다가 이를 통해 확보한 많은 특허로 그 후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로열티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 후에도 이스라엘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세계적인 자원 부족을 예견하고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여 방사능 안전기술을 선점했다. 1990년대에는 정보기술(IT) 시대가 도래할 것을 간파하고 세계 최초로 'IT벤처기업'과 'IT벤처 펀드'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2000년대에는 뉴미디어 활성화를 예견하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네트워크 보안기술에 주목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미리 보고 핵심기술에 미리 투자함으로써 이후 다른 나라들이 천문학적 비용으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설 때에는 부가가치를 싹쓸이해 가고 있다. 전형적인 지식 드라이브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 입주한 기업 중 25% 정도는 이스라엘 정부의 펀드에 기초를 두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옛 소련 몰락으로 귀국한 유대인 수학자들을 영입해 네트워크 보안 등 핵심기술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일례로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은 이스라엘 NDS사가 개발한 암호화 장비를 갖춘 케이블 사업자에게만 영화를 공급하려 할 정도다. NDS가 개발한 암호화 알고리즘은 현재까지 한 번도 해독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의 생존법'을 키워드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는 '과학기술이 곧 경제정책'이라는 철학 아래 CSO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국정철학이 전 세계 인구 중 0.2%에서 노벨상 수상자 20%를 배출한 저력이기도 하다. [윤종록 벨연구소 특임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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