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3.0] 지식재산과 IT 경쟁력 '한글' | ||||||||||
세종 때 부정과 타협을 모르던 청백리 최만리의 상소문에 담긴 내용이다. 사실 우리가 민족 고유의 한글을 갖는다는 것은 한문으로만 세상을 보던 학자의 입장에서는 '천동설'을 믿고 있다가 갑자기 '지동설'을 믿어야 하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일지 모른다. 지금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절묘하게 구현하고 대단히 과학적으로 설계된 한글이 없이 IT 중심의 일상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아마도 한글이 없었다면 휴대전화를 통한 문자메시지의 전달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로마자를 매개로 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이고 우리 젊은이들의 초고속 문자교환도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한글의 존재는 우리의 IT산업을 다른 나라와 차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한때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질서 아래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1인당 GDP를 1만달러 이상 올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 문화와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우리의 글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반면 세종대왕의 고심 끝에 탄생한 한글의 국제화는 심심찮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자기 공용문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든지, 한류 열풍으로 일본 총리 부인이 한글공부에 열중한다든지 하는 현상은 우리 글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한글의 지식재산적 가치는 우리나라의 경제ㆍ문화적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가 국제특허(PCT) 출원시 한글로 된 서류를 인정하게 된 것도 놀랍지만 특허심사에 한글문헌이 필수적인 선행검색 대상이 된 것은 우리나라의 강한 IT산업 기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글로 된 특허 명세서와 대학의 학위 논문이 가치가 없다면 한글로 된 문헌 검색이 특별한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이와 같은 점에 착안해 줄줄이 한국특허청을 국제특허조사 및 예비 심사기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 해독 능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전문가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글문헌이 중요해지는데, 일본이나 유럽 그리고 미국특허청에서 한글 해독 능력이 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우리는 출발선에서부터 유리해진다. 물론 한글 특허문헌이나 논문도 국제화의 흐름에 따라 가기 위해 영어로 요약문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는 하지만 한글 문헌의 완전한 이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 우리가 2010년 G20 개최 국가로 확정돼 모두가 축하하고 있지만 특허 분야에서는 이미 G5에 해당하는 'IP5 회의'에서 작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시사하는 바 많다. 지금 한국은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물류 혹은 금융 허브'의 역할도 추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지식재산 허브(IP Hub)'만큼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분야는 없다. 강력한 우리의 IT기술과 산업을 기반으로 한글과 함께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소화할 수 있는 인재풀을 넓혀 나간다면 다가오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중국, 일본 등 거대 경제권을 주변에 둔 두뇌입국으로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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