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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인터넷 “전기나 수돗물처럼 쓸 것”

ngo2002 2010. 9. 7. 14:38

모바일 인터넷 “전기나 수돗물처럼 쓸 것”

한상기 교수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강의 활동 중이지만 대중적으론 소셜 컴퓨팅 분야 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그는 삼성전자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 그룹장과 다음커뮤니케이션 일본법인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IT 업계에서 활동해오기도 했다.

이런 실무적 경험과 지식 덕에 지금도 모바일과 소셜앱 등을 논할 땐 그의 이름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폭염이 계속되던 8월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과 대전을 오가다 보니 인터뷰 시간 잡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을 만큼 바쁜 일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더구나 2시간 넘는 세미나를 막 끝낸 직후여서 목소리도 조금 갈라져 있었다.

그래도 그의 주종목(?) 격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얘기를 꺼냈더니 금세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한다.

사실 트위터와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SNS는 IT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긴 대통령부터 연예인, 기업인과 정부 산하 기관과 단체까지 너도나도 SNS에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SNS 보급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역시 스마트폰이다.

■ 스마트폰 덕에 SNS 널리 보급, 신뢰도는 과제

"정확한 통계는 자료를 다시 들쳐봐야겠지만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기 이전과 이후를 기점으로 SNS 사용률이 240%나 늘어났습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외롭고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인터넷과 SNS가 사회적 고립감을 조금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은 현대 사회의 고질적 문제 가운데 하나다.

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가운데 자신의 문제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인터넷 사용자는 이보다 조금 높은 35%, 모바일 사용자는 32%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SNS가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내지만 아직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죠. 다만 이 같은 사회 참여와 연결된 공동체 요소가 늘어나면 사회적 자본이 높아지는데 이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입니다.

" 여기서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이 공동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의 조건이나 특성을 말한다.

그러니까 스마트폰과 SNS라는 도구가 등장해 사회 문제를 원활하게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요소가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도구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SNS는 무엇보다 신뢰감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요. 트위터에서 팔로우 1만 명을 갖고 있다고 해서 5,000명을 가진 사람보다 더 신뢰도나 투명성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

해외에서도 SNS의 신뢰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세계적 석학인 제레미 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인터넷에서 해당 정보를 클릭하는 게 배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티브잡스 애플 CEO 역시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D8 콘퍼런스에서 미국 언론 상황이 매우 염려되며 미국 언론을 블로거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트위터 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도 트위터의 미래에 가장 필요한 기능으로 위치 표시와 디지털 평판 시스템 도입을 언급했다.

모두 신뢰도 관련 이야기다.

■ 스마트폰 시장, 무제한 데이터로 흐를 것

앞서 언급했듯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SNS도 빠른 성장을 보였다.

"스마트폰은 PC와 달리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고 결국 내가 친구와 무엇을 한다는 사실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죠. 누구나 스타가 되고 주위 친구로부터 주목받기를 원하는데 이건 나르시시즘에 바탕을 두고 있죠." 나르시시즘이란 자기 자신에게 애착을 보이는 걸 뜻하는데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애(自己愛)와 마찬가지 개념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는 나르시시즘이 존재하며 예측 가능한 호혜성, 그러니까 쟁점의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리에 따라 SNS가 활성화된다고. 위키피디아에 참여하는 사람의 심리 가운데 재미라는 요소가 가장 큰 것과 마찬가지다.

집단 지성에 참여하는 사람이 재미를 느끼면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은 그만큼 더 많은 지식을 얻을 터다.

물론 스마트폰을 통한 SNS 확대는 그만큼 통신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스마트폰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고 다양한 모델이 나왔다는 것, 3G나 와이파이 등 통신 인프라 확충이 큰 역할을 했죠. 스마트폰을 정의할 때 인터넷과의 연결성이 가장 중요한데 앞으로 무제한 데이터로 시장이 흐를 것으로 봅니다.

" 한 교수의 말은 공감이 가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니는 모바일기기는 무엇보다 인터넷과 연결해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

SNS는 물론 VOD와 앱스토어 등이 모두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 당연히 3G나 4G, 와이파이, 와이브로 같은 통신 인프라가 중요해진다.

국내 이동통신사도 이에 맞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와이파이존을 크게 늘리는 건 기본, SK텔레콤처럼 아예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무제한 데이터가 활성화되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용자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 늘 온라인 상태가 된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 한 교수의 모바일 라이프가 궁금했다.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까? 그냥 전화 통화를 위한 일반 휴대폰은 물론 요즘 아이폰 3GS와 갤럭시S까지 3대나 쓴단다.

"이동 중에는 3G, 집이나 카페에선 와이파이를 쓰는데 사용시간으로는 3G, 데이터 사용량은 와이파이가 더 크죠. 어차피 인터넷이라는 건 결국 전기나 수돗물 쓰듯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인터뷰 끝내고 작별 인사를 하려는데 스마트폰 케이스가 명품 브랜드다.

마침 같은 브랜드를 한 명함첩을 쓰던 터라 "저랑 같은 브랜드 쓰시네요. 원래 이런 것에 별로 관심 없는데 그냥 씁니다"라고 했다니 속내를 들켰다.

"말도 안 됩니다.

그냥 쓰다니요? 다른 사람에게 보이려고 쓰는 것 아닌가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게 나르시시즘이라고 하는 겁니다.

더 좋은 브랜드가 있으면 저도 스마트폰에 씌워서 다닐 거예요. 물론 선물로 받았을 경우죠. 따로 돈주고 사기엔 비싸잖아요." 이수환 기자 shulee@ebuzz.co.kr |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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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6 13:24:5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