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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극복하라

ngo2002 2010. 8. 25. 09:56

냉방병,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극복하라

대부분 직장인들은 하루 종일 과도한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고 있다. 점심 때 들리는 식당의 에어컨은 더 차다. 집에 돌아가도 덥다고 짜증내는 아이들 때문에 찬바람을 참고 지내야 한다. 그래서인지 몸이 나른하고 무기력해진다. 눈이 뻑뻑하고 침침해지기도 하며 목은 매일 잠기고 때로는 콧물도 나온다. 외부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는 날이면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진다. 바로 과도한 에어컨 때문에 생기는 속칭 ‘냉방병’이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규정된 병은 아니다. 과도한 냉방으로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좋지 않은 게 한 둘이 아니다.

전립선에 쥐약 같은 냉방병 ==전문가들은 추운 겨울에 증상이 심해지는 전립선염이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바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말초혈관 수축으로 전립선 기능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의 김세철 비뇨기과 교수는 “날씨가 추우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따뜻하면 덜 마려운데 냉방이 잘 된 실내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전립선 주위의 근육이 수축된다. 특히 요도를 둘러싼 근육이 수축돼 구멍이 가늘어지므로 오줌발이 약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증상은 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라면서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긴장해서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근육이 긴장하면 좋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냉방으로 수축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좌욕을 해서 풀어주면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오줌발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면서 “가급적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가능하면 자주 움직이고 수분은 충분히 섭취하되 찬 맥주나 카페인이 들어 있는 탄산음료를 삼가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 냉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생리불순 등 부인과 질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인체의 적응력이 신체기능을 비정상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의 유준현 교수는 “비정상적인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조건이 반응한다. 소음 스트레스에 노출돼 무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선풍기는 문 열고 틀어라

지난 6월말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을 때 경기도 수원에선 20대 초반의 남성이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고는 연례행사처럼 매년 몇 건씩은 발생한다. 선풍기는 이처럼 생명 그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사용 시 주의가 요구된다. 선풍기에 의한 사고는 체온저하나 질식사 형태로 나타난다. 앞의 20대 남성은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다 변을 당했는데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 저체온증에 빠져 생명의 위험을 부르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선풍기를 틀 때는 창문을 열어 놓아 저체온증이나 질식사를 막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바람을 직접 쐬지 말고 간접적으로 오도록 하고 가능하면 선풍기를 몸에서 멀리 떼어놓고 트는 게 좋다고 한다. 특히 기관지 천식을 비롯한 만성 폐질환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 등일수록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냉방병에 좋은 음식 & 차

냉방병으로 온몸이 나른해지고 면역력까지 떨어진다면 어떻게 추스르는 게 좋을까. 용인 경희수한의원의 김철우 원장은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면 외부 기온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특히 폐가 약한 사람일수록 기온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감기에 잘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예전엔 여름엔 땀을 발산하면서 속이 냉해져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었고 겨울엔 피부가 닫혀 내열이 생기기 때문에 냉면을 먹었다”며 “요즘엔 속이 찬데 에어컨 때문에 겉까지 차서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때 좋은 음식에 대해 그는 “체질을 떠나서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속이 냉하므로 삼계탕 등으로 보양을 해주며 전해질까지 보충하거나 인삼과 오미자 맥문동을 달여 만든 생맥산을 복용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삼계탕에 들어가는 황기나 대추는 물론이고 생강도 좋은데 모두가 열성 음식이다”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인삼이나 생강 외에도 마늘이나 미나리 양파 등도 냉방병에 좋은 식재료로 꼽고 있다.
마늘 - 소화를 촉진하고 혈액순환에도 좋은데 통마늘을 꿀에 넣어 한 달 정도 재웠다가 흐물흐물해졌을 때 따뜻한 물에 타서 먹는다. 이런 과정이 귀찮다면 각종 요리에 될수록 많이 넣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미나리 - 미나리의 독특한 향을 내는 정유성분이 몸의 찬 기운을 내보내고 동시에 몸을 따뜻하게 덥혀 주는 효능까지 발휘한다. 살짝 데치거나 생으로 먹거나 어떤 방법으로 먹어도 좋은 식재료다.
양파 - 파나 양파에 있는 유화알릴 성분은 혈소판에 영향을 주어 전신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이 효과로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수축된 근육을 풀어 냉방병에 도움을 준다. 요리는 너무나 다양한데 즙을 내서 먹어도 좋다.
생강 - 생으로 먹기 힘들면 마른 생강을 가루를 만들어 끓여 마시면 좋다. 생강의 향이 너무 강하면 계피를 약간(20% 정도) 섞어 끓이면 좋다.
익모초 - 부인과 질환의 명약으로 지혈, 강장, 이뇨 효과가 있는데 혈액순환을 도와 여름철 허약해진 몸을 보충하는데도 좋다. 생즙으로 마셔도 되지만 마늘을 넣고 삶아 국물을 내어 마셔도 괜찮다. 차 중엔 향유차와 칡차가 좋다. 이뇨효과가 큰 향유차는 냉방에 장시간 노출돼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졌을 때 도움을 준다. 찬 것을 먹고 탈이 난 경우에도 좋다. 칡차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뻐근하게 아픈 등덜미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피가 잘 돌게 해 움츠러진 근육을 풀어준다.

■ 유준현 교수가 제시하는 냉방병 예방법

냉방병은 냉방된 실내와 외부와의 온도 차이에 인체가 적응하지 못해 생겨나는 질환이다.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가 5~8℃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주위 온도가 내려가면 열의 발산을 막으려고 말초 혈관을 수축하므로 손이나 발, 얼굴이 붓게 된다. 또 열을 보충하기 위해 몸 안에서 계속 열을 생산하게 되어 피로가 쉽게 오고 권태감이나 졸음을 유발한다. 에어컨 가동으로 실내가 건조해지면 호흡기 점막이 마르고 인후염이나 감기 증세를 일으키거나 두통 소화불량이 생길 수도 있다. 여성들은 생리불순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며 노인들은 안면신경 마비 등 근육 마비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피부 온도가 내려가면 근육이 경직되어 섬세한 운동에 지장을 받게 되고 능률도 떨어진다. 어린이나 노약자, 몸이 마른 여성, 만성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생리학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예비능력이 떨어져 냉방병에 걸리기 쉽고 2차 감염 위험도 높다.

실내외 온도차 줄이는 게 핵심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 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실내외의 기온차가 5℃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냉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 소매가 긴 옷이나 스웨터를 준비해 실내에서 입도록 하고 심하게 추위를 느끼면 얇은 담요를 준비해 무릎 위를 보온하는 게 좋다. 냉방하는 방에서 담배는 금물. 틈틈이 바깥바람을 쐬며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에어컨 사용 시 2주에 1번은 필터를 청소해야 한다. 먼지가 쌓이면 냉방이 잘 안 될 뿐 아니라 세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 가능한 한 냉방 노출 시간을 줄이고 1시간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과로를 피하며 아침을 거르지 말고 반드시 먹도록 한다.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많이 먹고 근무시간 중엔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개인의 노력 이전에 건물 관리자가 먼저 건물 안 환경조절 기준을 설정하고 시기와 외부기온에 따라 유연하게 온도를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진건 기자]

2010.08.16 17:59:0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