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암과 싸우는 사람들⑥ 김남규 이사장
대한대장항문학회, ‘한국형 진료권고안’ 마련에 힘쓸 것
[MK헬스는 국민들에게 올바른 암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암환자들의 암 극복 의지를 응원하기 위해 '암 정복 기획특집'을 마련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3월 성공리에 막을 내린 제1회 국제암엑스포의 성과를 한데 모으고, 2011년 개최되는 제2회 국제암엑스포의 성공적 출발을 알리기 위해 진행된다. '암 정복 기획특집'은 △암과 싸우는 사람들 △암 예방이 희망이다 △암정복 신기술이 앞장선다 등 3개 주제로 구성된다.]
“방금 30대 남성 환자의 복강경 수술을 마쳤습니다. 지난해 게실염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1년이 지나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장 내시경을 받았더군요. 검사 결과, 대장암 2기였죠. 정말 다행입니다”
수술실 한 켠에 마련된 세미나실에서 만난 ‘대장암 명의’ 김남규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은 젊은 대장암 환자들을 접할 때면 가슴에 돌을 단 것과 같다고 한다. ‘대장 내시경을 빨리 했으면, 상황은 달랐을텐데…’하는 의사로서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끝없이 밀려온다.
김 이사장은 “이 환자는 대장암 2기로 5년 생존율은 80% 이상이 된다”면서 “젊은이들은 젊다는 이유로 대장암을 의심하는 게 힘들지만, 사실 요즘 대장암은 30~40대에서 꽤 많이 발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젊은층 발병률 급증, ‘질병 패턴의 글로벌화’
육류와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 등 식생활의 급속한 서구화는 대장암 발병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경제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사회활동에 한창인 젊은층은 각종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술과 담배로 대장암 발병에 유리한 환경에 처하게 됐다.
김 이사장은 “일본도 서구화가 급속히 진행됐는데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발병률은 늘고 있는 등 우리나라와 질병 패턴이 비슷하다”면서 “예전에는 미국에 사는 일본 교포 2, 3세의 경우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 본토 일본인과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급속한 서구화 등 사회·환경적 변화가 대장암 발병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 패턴의 글로벌화가 질병 패턴의 글로벌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장암 발병률은 급증하고 있지만, 대장 내시경 수검률은 아직까지 낮다. 내시경 검사는 하루 전 금식과 4리터의 장 세척액을 마셔야 하는 등 세심한 준비과정 요구된다. 하지만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직접 대장의 내부를 보면서 진단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지혈을 하거나 조직 검사 또는 의심 병변을 제거하는 치료도 가능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김남규 이사장은 “최근에는 기술 발달 등으로 예전과 같은 불편함과 천공 등 위험이 거의 없다”며 “수면 내시경으로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늘었고, 내시경 검사도 전문병원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 고령사회 진입 앞두고, ‘노인 대장암’ 급증에 주목
대장암 정복을 향한 검사 방법의 발달로 조기 발견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지난해 국립암센터 등 서울·경기 지역 6개 병원에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대장암 수술을 받은 3만1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1기 대장암으로 수술 받은 환자 비율이 1999년 13%였으나 2008년에는 2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김 이사장은 “대장암은 일찍 발견하면 완치를 뜻하는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나 된다”면서 “10여년에 걸쳐 대장의 점막 세포가 용종을 거쳐 암으로 자라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0대부터 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대장암 급증 현상과 함께 국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노인층의 발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몇 십년 후 ‘노인 대장암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같은 발병 특징은 고령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특히 대장암 진단을 받은 노인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잠혈반응에서 문제가 있어도 검사를 더 이상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와 상담을 거친 다음, 치료 단계로 가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 복강경 등 수술법 진일보, 환자의 선택 책임감 있게 도와야
가까운 미래에 노인 대장암 환자 ‘쓰나미’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최소 침습수술’로 불리는 복강경 수술 등 수술방법이 진일보하고 있기 때문.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큰 절개창을 여는 개복 수술과 달리, 복부에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고 그 안에 비디오 카메라와 각종 기구들을 넣고 시행한다. 무엇보다 회복이 빠르고 치료에 대한 부담이 적어 노인 환자들에게 적절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김 이사장은 “복강경 수술은 국내 대장암 수술에 있어 60~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젊은 의료진들의 호기심과 의욕이 상당하고 도전의식이 강하다”며 “개복수술을 보완하는 복강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대장암의 치료, 특히 수술적 치료법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복강경 수술 뿐만 아니라 심장수술에서 많이 다뤘던 로봇수술이 대장암, 직장암 분야에서도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로봇수술은 로봇이 사람의 손처럼 자유자재로, 특히 정교하게 손떨림없이 수술할 수 있고 카메라를 의료진이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로봇수술은 환자의 배뇨 신경, 성 기능 신경 등을 미세하게 잘 보존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라면서 “의료진은 이들 수술법을 익혀 환자 상태에 맞는, 또 종양학적으로 안전한 수술을 위해 환자들이 책임감 있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장암연구회 발족, ‘한국형 진료권고안’ 마련 방침
대한대장항문학회는 대장 내시경 검사가 국가 검진사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학회는 몇 년 전부터 그동안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주로 해오던 내시경 검사를 외과 의사들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대장 내시경이 검진사업에 포함될 때를 대비해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학회 산하에 대장암연구회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한국형 진료권고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 치료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주목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증거는 미국 중심으로, 이는 국내와 정확히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국적인 증거를 찾아냄과 동시에 외국 기준을 평가함으로써 한국형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수 MK헬스 기자 [winfrey@mkhealth.co.kr]
김남규 이사장 |
수술실 한 켠에 마련된 세미나실에서 만난 ‘대장암 명의’ 김남규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은 젊은 대장암 환자들을 접할 때면 가슴에 돌을 단 것과 같다고 한다. ‘대장 내시경을 빨리 했으면, 상황은 달랐을텐데…’하는 의사로서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끝없이 밀려온다.
김 이사장은 “이 환자는 대장암 2기로 5년 생존율은 80% 이상이 된다”면서 “젊은이들은 젊다는 이유로 대장암을 의심하는 게 힘들지만, 사실 요즘 대장암은 30~40대에서 꽤 많이 발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젊은층 발병률 급증, ‘질병 패턴의 글로벌화’
육류와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 등 식생활의 급속한 서구화는 대장암 발병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경제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사회활동에 한창인 젊은층은 각종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술과 담배로 대장암 발병에 유리한 환경에 처하게 됐다.
김 이사장은 “일본도 서구화가 급속히 진행됐는데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발병률은 늘고 있는 등 우리나라와 질병 패턴이 비슷하다”면서 “예전에는 미국에 사는 일본 교포 2, 3세의 경우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 본토 일본인과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급속한 서구화 등 사회·환경적 변화가 대장암 발병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 패턴의 글로벌화가 질병 패턴의 글로벌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장암 발병률은 급증하고 있지만, 대장 내시경 수검률은 아직까지 낮다. 내시경 검사는 하루 전 금식과 4리터의 장 세척액을 마셔야 하는 등 세심한 준비과정 요구된다. 하지만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직접 대장의 내부를 보면서 진단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지혈을 하거나 조직 검사 또는 의심 병변을 제거하는 치료도 가능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김남규 이사장은 “최근에는 기술 발달 등으로 예전과 같은 불편함과 천공 등 위험이 거의 없다”며 “수면 내시경으로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늘었고, 내시경 검사도 전문병원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 고령사회 진입 앞두고, ‘노인 대장암’ 급증에 주목
대장암 정복을 향한 검사 방법의 발달로 조기 발견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지난해 국립암센터 등 서울·경기 지역 6개 병원에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대장암 수술을 받은 3만1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1기 대장암으로 수술 받은 환자 비율이 1999년 13%였으나 2008년에는 2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김 이사장은 “대장암은 일찍 발견하면 완치를 뜻하는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나 된다”면서 “10여년에 걸쳐 대장의 점막 세포가 용종을 거쳐 암으로 자라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0대부터 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대장암 급증 현상과 함께 국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노인층의 발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몇 십년 후 ‘노인 대장암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같은 발병 특징은 고령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특히 대장암 진단을 받은 노인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잠혈반응에서 문제가 있어도 검사를 더 이상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와 상담을 거친 다음, 치료 단계로 가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 복강경 등 수술법 진일보, 환자의 선택 책임감 있게 도와야
가까운 미래에 노인 대장암 환자 ‘쓰나미’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최소 침습수술’로 불리는 복강경 수술 등 수술방법이 진일보하고 있기 때문.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큰 절개창을 여는 개복 수술과 달리, 복부에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고 그 안에 비디오 카메라와 각종 기구들을 넣고 시행한다. 무엇보다 회복이 빠르고 치료에 대한 부담이 적어 노인 환자들에게 적절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김 이사장은 “복강경 수술은 국내 대장암 수술에 있어 60~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젊은 의료진들의 호기심과 의욕이 상당하고 도전의식이 강하다”며 “개복수술을 보완하는 복강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대장암의 치료, 특히 수술적 치료법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복강경 수술 뿐만 아니라 심장수술에서 많이 다뤘던 로봇수술이 대장암, 직장암 분야에서도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로봇수술은 로봇이 사람의 손처럼 자유자재로, 특히 정교하게 손떨림없이 수술할 수 있고 카메라를 의료진이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로봇수술은 환자의 배뇨 신경, 성 기능 신경 등을 미세하게 잘 보존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라면서 “의료진은 이들 수술법을 익혀 환자 상태에 맞는, 또 종양학적으로 안전한 수술을 위해 환자들이 책임감 있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장암연구회 발족, ‘한국형 진료권고안’ 마련 방침
대한대장항문학회는 대장 내시경 검사가 국가 검진사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학회는 몇 년 전부터 그동안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주로 해오던 내시경 검사를 외과 의사들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대장 내시경이 검진사업에 포함될 때를 대비해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학회 산하에 대장암연구회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한국형 진료권고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 치료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주목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증거는 미국 중심으로, 이는 국내와 정확히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국적인 증거를 찾아냄과 동시에 외국 기준을 평가함으로써 한국형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수 MK헬스 기자 [winfrey@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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