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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標準

ngo2002 2010. 7. 14. 14:35

[한자로 보는 세상] 標準 [중앙일보]

2010.05.03 00:34 입력 / 2010.05.03 08:54 수정

맨 위의 나뭇가지 끝이 표(標)다. 물이 대기와 맞닿은 수면(水面)을 가리키는 한자어는 준(準)이다. 두 글자가 합쳐서 생기는 게 표준(標準)이다. 나뭇가지 끝은 나무의 가장 꼭대기라는 점에서 높이를 관측하는 대상이 된다. 수면 또한 평면(平面)이라는 뜻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이 찬 상태, 물의 높낮이인 수평(水平)을 가늠하는 잣대다. 그래서 두 글자가 합쳐지면 사물의 척도(尺度)에 해당하는 뜻이 된다.

그런 말은 많다. 원형(圓形)을 그리는 컴퍼스의 한자어는 규(規)다. 네모의 방형(方形)을 재는 도구는 구(矩)다. 두 단어를 합쳐 규구(規矩)라고 하면 사물의 기준을 뜻하는 말이 된다. 표준과 동의어다. 규칙(規則)과 규율(規律), 규모(規模)와 규범(規範)이 여기서 파생을 했다. 그와 비슷한 정규(正規), 상규(常規), 범규(犯規) 등의 단어도 있다.

표준이라는 한자어에 각각 과녁 적(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표적(標的)과 준적(準的)이다. 화살이 날아가는 궁극적인 목표이자, 그 기준점이라는 말이다. 고니 곡(鵠)에 표적의 뜻을 넣어 곡적(鵠的)이라는 말로도 부른다. 이런 말이 많이 발달한 것은 기준에 관한 집착 때문일 것이다. 사물과 현상에 기준점이 없을 경우 일은 처리를 할 수가 없을 것이고, 상황은 종잡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준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목수가 나무를 만질 때 치는 먹줄이 승묵(繩墨)이다. 실에 먹물을 묻혀 나무 위에다 댄 뒤 튕겨주면서 긋는 금이다. 천연의 나무를 사람의 구미에 맞게 자르고 깎을 때 반드시 필요한 기준에 해당한다. 기준이 되는 줄이라는 의미의 준승(準繩)이란 말도 예서 나왔다.

흙이나 금속 등을 반죽하거나 녹여서 물건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은 거푸집이다. 나무로 만든 것은 모(模), 대나무로 만든 것은 범(範), 흙으로 만든 것은 형(型)이다. 모범(模範), 모형(模型)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근간이다.

뭔가 정해진 틀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옳다.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는 그렇다. 천안함 46용사의 장례가 치러졌지만, 우리는 안보 분야에서 드러난 허점을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 적에게 내준 바다, 그 뒤의 혼란스러운 대처 상황에 대한 잘잘못을 따져 명확한 표준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