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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원래 술잔을 일컬었다. 한자의 초기 형태인 갑골문 등을 보면 이 글자는 술잔 비슷한 모양의 물건을 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이다. 주로 고대 왕조사회의 국가적 행사인 제례(祭禮) 등에서 사용한 물건이다.
고대 예법(禮法)에서는 상·하의 관계가 매우 엄격했고, 사람이 제례 등에 참여해 서로 잡는 술잔의 크기와 모양이 각자의 계급에 따라 달랐다. 따라서 그런 자리에서 잡는 술잔, ‘작’의 여러 가지 모양은 그곳에 참여하는 사람의 관직(官職) 서열을 뜻하게 됐다. 관직을 일컫는 관작(官爵)의 의미가 붙여진 것이다.
하늘의 벼슬, 인간세상의 벼슬이라는 구분을 둔 사람은 맹자(孟子)다. 하늘이 내린 벼슬은 천작(天爵)이라고 적었다. 공후장상(公侯將相)의 인간 사회 속 벼슬은 인작(人爵)이라고 했다. 천작은 인자하고 의로우며, 충성스럽고 믿음이 있는 사람의 덕목(德目)을 가리켰다. 곧 ‘인의충신(仁義忠信)’이다. 선행에 늘 앞장서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작은 달리 설명할 게 없다. 일정한 경로를 통해 오르는 관직, 또는 그런 사람이다. 맹자는 천작과 인작을 설명하면서 “옛날에는 좋은 덕목을 갖춘 뒤에야 벼슬자리를 얻었으나 요즘에는 품성을 연마하는 척하다가 벼슬자리를 꿰찬 뒤에는 그를 버린다”며 한탄하고 있다. 2300여 년 전 맹자의 탄식인데, 조금도 낯설지가 않다. 지방에서는 군수가 건설업자에게 공사를 몰아줘 호화 빌라를 제공받는 비리가 횡행하고, 사정(司正)의 주축인 검찰 역시 건설업자와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으로 얽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 지금의 벼슬자리에 오르기까지 제대로 인성교육이나 마쳤는지 궁금하다. 맹자 시대 관료만도 못한 게 분명하다.
“불이 곤강산을 태우니, 옥과 돌이 모두 탄다(火炎崑岡, 玉石俱焚)”는 말을 기억하실 것이다. 관리의 부도덕은 그런 불보다 무섭다는 지적이다. 그 부패의 불길을 재촉하는 것이 바람이라. 추운 겨울 내내 기다렸던 봄바람 앞에서 괜히 우울해지는 요즘이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