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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의 ‘격(格)’이 갖는 본래 뜻은 ‘나무의 굵고 긴 가지’였다. 한자 자전인 설문해자는 ‘큰 나무의 긴 가지(樹高長枝爲格)’로 정의한다. 나무는 굵은 가지가 튼튼해야 잔가지와 잎이 풍성해지는 법이다. 그러기에 ‘격’은 나무 모양을 결정하는 기준이자 근거였다. ‘격’은 이 뜻을 바탕으로 기준·격식·표준·품위 등으로 진화했다.
공자(孔子·BC 551~BC 479)는 ‘격’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예기(禮記)』에서 군자의 바람직한 언행에 대해 ‘언유물이행유격(言有物而行有格)’이란 말로 설명했다. ‘말을 함에 있어 내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 있어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뜻. 허튼소리를 삼가고, 문란한 행동을 말라는 충고다. ‘그래야 살아서 뜻(志)을 지킬 수 있고, 죽어서 이름(名)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한 ‘격’이 바로 ‘품위’요, ‘품격’이다.
‘격’은 ‘바르다(正)’는 뜻으로도 발전했다. 공자는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서 ‘덕으로 이끌고(道之以德) 예로 다스려야(齊之以禮) 백성들은 염치를 알고 정도를 찾는다(有恥且格)’고 했다. 백성들이 정도를 걷도록 돕기 위해서는 술수나 형벌이 아닌 덕과 예로 다스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뜻을 가진 ‘격’이 사람과 만나면 인격(人格)이요, 국가와 결합되면 국격이 된다. 개인의 가치가 중시되지 않았던 중국에서 인격(personality)이라는 말은 신해혁명 이후 나온다. 중국 교육학자인 채원배(蔡元培·1868~1940)는 ‘지식(智)·도덕(德)·건강(體)·아름다움(美)을 갖춰야 인격이 선다’고 했다. 국격을 자주 강조한 사람은 덩샤오핑이었다. 그는 “만일 중국이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설 수도 없을 것이요, 국격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나라의 품격은 ‘자존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격’이 튼튼해야 나무가 풍성해진다. 우리 국민 스스로 ‘격’을 살릴 때 대한민국이라는 나무는 세계에서 우뚝 솟은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