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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破釜沈舟

ngo2002 2010. 7. 14. 13:48

[한자로 보는 세상] 破釜沈舟 [중앙일보] 2010.01.13 01:31 입력 / 2010.01.13 09:01 수정

‘탈(脫)’. ‘껍질을 벗기고 뼈를 바른다’는 뜻이다. 살벌하다. 지난주 출범한 통합 LG텔레콤의 이상철 대표이사는 그런 한자를 새해 키워드로 제시했다. ‘만년 통신 3위’의 오명을 씻기 위해 알량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초심에서 시작하겠다고 한다. ‘죽어야 산다’며 철저한 개혁을 부르짖는다.

‘파부침주(破釜沈舟)’를 올해 중국 시장 공략의 출사표로 던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부(釜)’는 ‘솥(鍋)’을 말한다. ‘부중지어(釜中之魚)’는 솥에 든 물고기다. 독 안의 쥐, 오래 갈 수 없는 목숨을 뜻한다. 한국 최대의 항구도시 부산(釜山)의 지명 또한 산 모양이 솥처럼 생긴 데서 유래했다.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파부침주’는 배수(背水)의 진을 쳤다는 얘기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진(秦)이 30만 대군으로 조(趙)를 침략하자 조는 초(楚)에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지원에 나선 초의 상장군(上將軍) 송의(宋義)는 진을 두려워해 중도에 머물며 병사들이 굶든 말든 저만 먹고 마신다. 격분한 항우는 송의를 죽이고 조 구원에 나서 장하(漳河)를 건넌다. 이어 삼일치 휴대 식량을 지급한 뒤 타고 온 배에 구멍을 뚫어 수장하고(沈舟), 밥을 짓던 솥은 부숴버린다(破釜). 용장 밑에 약졸은 없는 법(勇士門下無弱兵). 죽기 살기로 전투를 치러 진을 격파한다.

최태원 회장은 “중국 규제가 심해서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라”며 “파부침주의 자세로 경영에 임해 달라”고 요구한다. 서해 건너 대륙에 온 이상 다시 돌아갈 배는 없을 터이니 중국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파부침주의 자세로 일했던 대표적 인물은 중국의 ‘철혈(鐵血) 재상’ 주룽지(朱鎔基)다. 1998년 총리에 오른 그는 앞길이 지뢰밭이건 만장(萬丈) 심연이든 “용감하게 전진할 뿐이다. 옳다면 뒤돌아볼 필요가 없다. 나라를 위해 온 힘을 쏟기를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겠다(一往無前 義無反顧 鞠躬盡瘁 死而後已)”며 경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리 기업인들에게 ‘파부침주’의 각오와 ‘탈’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한국 경제의 미래엔 그늘보다 햇살이 더 많을 것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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