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23개 여성노동단체로 구성된 무급타파행동단이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성 비정규직 임금차별타파의 날’ 선포식을 하고 있다. 행동단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의 35.8% 밖에 되지 않는 임금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 격차를 날짜로 환산하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5월11일부터 연말까지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남녀간 급여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남성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2700만원, 여성 직원 급여는 8800만원으로 약 3900만원의 급여 차이가 났다.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남성의 69.3%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0대 기업 중 남녀 급여 차가 가장 큰 기업이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급여를 가장 빠르게 늘려온 기업이기도 하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여성 직원의 급여는 122.8% 늘어, 두 배 이상 급여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남성 직원의 급여는 75.9% 늘었다. 남성 대비 여성 직원의 급여는 2007년 54.7%에서 지난해 69.3%로 올랐다. 반면 삼성물산·포스코·네이버 3곳은 지난 10년간 여성 급여보다 남성 급여를 더 많이 올려, 남녀 격차를 더 벌린 곳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시가총액 상위 10곳의 2007, 2017년 사업보고서에서 성별간 임금 격차 추이와 직원 수 변화 등을 분석했다. 비교 시점을 맞추기 위해 상위 10곳 중 2007년 이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KB금융을 제외하고 후순위인 네이버·삼성생명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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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포함시켰다.
■상위 기업 대부분, 여성 급여는 남성의 70% 이하

지난해 10대 기업 중 남성 급여 대비 여성 급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86.1%)이었다. 이는 남성 직원이 평균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직원은 86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셀트리온 남성 직원 1인 평균 급여는 5817만원, 여성 직원 급여는 5008만원으로 약 800만원 남녀 임금 격차는 10곳 기업 중 가장 작은 차이였다. 셀트리온 여성 직원 급여는 2007년 2100만원에서 2017년 5008만원으로 138% 급신장해, 셀트리온은 지난 10년간 여성 직원 급여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곳이기도 했다. 남성 급여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은 셀트리온, 네이버(78.6%), 현대자동차(78.5%) 순으로 높았다.
이들 3곳을 제외한 나머지 7곳 기업은 모두 지난해 남성 급여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이 70%를 밑돌았다. 꼴찌는 삼성물산(64.9%)이었고 삼성생명(65.7%), LG화학(66.4%), SK하이닉스(66.8%)가 뒤를 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어떨까. 2007년 남성 급여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이 높은 곳은 네이버(80.3%), 셀트리온(77.8%), 현대자동차(74.4%) 순으로 상위권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변화가 두드러지는 곳은 삼성이다. 지난해 10대 기업 중 4위를 차지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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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0년 전까지 꼴찌였다. 지난해 10대 기업 중 꼴찌였던 삼성물산은 10년 전에는 5위였다. 삼성전자는 남성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을 10년새 크게 끌어올렸고, 삼성물산은 크게 낮아지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대부분 기업들이 여성 직원의 급여 수준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간 급여 차이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격차가 벌어진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앞서 언급한 삼성물산이다. 2007년 삼성물산의 남성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은 70.9%였는데 지난해 64.9%로 6%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포스코도 같은 기간 71.7%에서 68.5%로 3%포인트 하락했다. 네이버는 80.3%에서 78.6%로 하락 폭이 작았지만 역시 1.7%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경제 규모나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실제 급여는 올랐지만, 남성 직원 급여가 오르는 속도를 여성 직원 급여가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비율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이 세 곳은 남성 직원 급여가 오르는 속도보다 여성 직원 급여가 오르는 속도가 더뎠다. 지난 10년새 삼성물산의 남성 직원 급여가 35.1% 오르는 사이, 여성 직원 급여는 23.8% 오르는 데 그쳐 급여 상승률간 약 11.3%포인트 차이가 났다. 포스코는 6.1%포인트, 네이버는 3%포인트 가량 여성 급여 상승률이 더 작았다. 반면 삼성전자(46.9%포인트), 삼성생명(30.5%포인트), 현대모비스(23.5%포인트) 등 나머지 기업 7곳 모두 여성 직원 급여상승률이 남성 급여상승률을 앞질렀다.
■여성 직원이 더 많았던 SK하이닉스, 10년새 무슨 일이
여성 직원의 숫자나 비율은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철강·자동차 공장, 건설현장 등 남성 노동인력이 많이 필요한 제조업·건설업 등에서는 남성 직원이 많을 것이고 반도체나 패션, 정보통신기술(IT) 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남성 대비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생명(81.5%), 셀트리온(73.4%), SK하이닉스(66.5%), 네이버(55.9%) 순이었다. 반면 여성 직원 비율이 낮은 곳은 현대자동차(5.2%), 포스코(5.6%), 현대모비스(12.4%) 순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대부분 기업에서 남성 대비 여성 직원 비율이 오른 데 반해, 오히려 떨어진 곳도 있었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곳은 SK하이닉스였다. 2007년 SK하이닉스의 여성 직원 비율은 110.6%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10년 뒤 SK하이닉스의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은 66.5%로 44%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남성 10명당 11명이던 여성 직원이 10년 후 10명당 6.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남성 대비 여성 직원 비율이 떨어진 곳은 삼성전자(56.9%→36.5%), 삼성생명(98.7%→81.5%) 등 총 3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