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國富창출 원천' 기업이 뛰어야 한국이 산다

ngo2002 2017. 12. 26. 10:23

'國富창출 원천' 기업이 뛰어야 한국이 산다

獨·日 등은 총리가 앞장서 규제철폐 진두지휘하는데
韓은 대기업 적폐시 분위기 규제에 기업가정신도 바닥

  • 이재철,김정환,황순민 기자
  • 입력 : 2017.12.25 18:01:46   수정 : 2017.12.26 08:43:19

◆ 기업사랑 나라사랑 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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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거센 풍파 헤치고 다시 질주를
올해 한국 기업들을 겨냥한 글로벌 통상 압박과 중국발 사드 후폭풍으로 한국 완성차 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거센 파도를 헤쳐나가야 했다. 지난 24일 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서 해외로 팔려나갈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들이 분주하게 선적되고 있다. [울산 = 이승환 기자]
"이렇게 규제가 강하면 독일에선 차를 1대도 생산하지 못합니다. 과도한 규제는 안 됩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3월 의회 청문회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사건을 둘러싸고 130분 동안 정치적 추궁을 당하며 궁지에 몰린 가운데서도 기업 규제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넉 달 후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소신을 행동으로 옮겼다.
아우디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내놓았음에도 규제로 발목이 잡히자 해당 규제를 직접 풀어줬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의 경우 운전자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주행 중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된다는 새 조항을 신설했다. 독일 정부는 심지어 해당 차량인 아우디A8이 해외에서 출시될 수 있도록 유럽연합(EU)과 유엔을 찾아다니며 "핸들 규제에서 아우디A8은 예외로 해달라"며 탈규제 세일즈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독일 정부가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것은 기업이 경제 혁신을 좌우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규제강국으로 꼽히던 일본도 지금은 '규제와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1990년대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기업들이 한순간 한국 기업들에 추월당한 충격을 겪으면서 일본 정부는 '규제 철폐만이 기업을 살린다'고 각성했다.

아베 신조 정부의 드론산업 규제 폐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베 총리는 2년 전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드론택배 전략특구 지정과 도서·산간지역에서 의약품 드론배송 계획을 전격 승인했다. 규제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기업들 기(氣)부터 살렸다. 이후 아베 정부는 도쿄 인근 지바현을 드론전략특구로 지정했다. 항공법과 약사법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밭처럼 규제를 없앤 곳)'를 만들었다. 일본 기업들이 속속 드론시장에 진입해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배경이다. 결국 죽어가던 일본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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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반도체·전자산업에서 한국과 정면 경쟁하는 독일과 일본의 탈규제 정책 여파로 한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규제사슬이 과감히 사라져 한국 기업들도 혁신성장에 돌입해야 하지만 우리 당국은 규제 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 핵심 이슈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조차 "한국은 규제가 많아 '안돼 공화국'이라 한다"고 자조하는 형편이다. 기업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정부에 토로하고 싶어도 '적폐' 프레임으로 인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정신도 바닥이다. 매일경제가 2018년 신년 화두로 '기업 사랑 나라 사랑'을 꺼내든 것은 바로 이런 위기 상황에서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며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를 살찌우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성장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매일경제는 1999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국민을 향해 '기업을 사랑해야 나라가 산다'는 화두를 처음 던졌다.
기업이 자신감을 얻고 다시 뛸 수 있도록 하려면 기업에 대한 사회의 공정한 평가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당시 캠페인은 조기 환란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 이후 약 20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에 반기업 정서는 여전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와 가계의 성장을 견인하는 파트너이자 중심축이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망가지지 않고 정해져 있지 않은 길에서 제대로 '모험'을 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줘야 우리 경제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재철 팀장 / 도쿄·나고야·싱가포르 = 김정환 기자 / 뮌헨·런던·탈린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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