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타인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리처드 셸 와튼스쿨 교수가 말하는 `성공 인생학.2015.3.26
"타인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이들의 시끄러운 의견을 듣느라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파묻히지 않게 하세요. 정말 중요한 건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입니다. 가슴과 직관은 여러분이 진정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했던 이 명연설은 많은 이들 가슴을 뜨겁게 했다. 리처드 셸 미국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교수 역시 같은 의미에서 젊은 경영학도들에게 인생의 길을 안내한다. 그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돈과 명성만을 위해 삶을 살지 마라"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기 인생을 사는 게 성공한 삶"이라고 강조한다. 젊은 시절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세계를 방랑하던 그는 한국 송광사에서 현대 불교의 큰 스승 구산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성공한 삶을 위해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선불교와 요가에 심취했던 잡스 인생관과 오버랩된다. 셸 교수는 2005년부터 `성공학:윤리와 역사적 관점들(The Literature of Success:Ethical and Historical Perspective)` 강의를 해오고 있다. 학생들이 재무관리나 마케팅 등 공부를 하기 전 `내 인생과 행복이란 무엇인가`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좀 더 근본적 질문을 던져보고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최근 `와튼스쿨 인생학 강의 첫 번째 질문`(리더스북, 영어 원제 `Springboard`·국내에 출간된 책에서는 좀 더 포괄적 의미에서 `성공학`을 `인생학`으로 번역함) 출간에 맞춰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며 "성공한 삶을 위해선 `의미 있는 일(Meaningful Work)`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열정과 흥미, 재능과 장점, 일정 수준 경제적 안정 등을 충족시키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최적지점, 의미 있는 일)`을 모색하라"며 "우선 무엇이라도 시도하고 배워가며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일을 찾아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성공한 삶을 정의한다면. ▷건강과 사랑,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의미 있는 일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일은 생계를 위한 `직업`,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의 자아를 향한 약속을 의미하는 `경력`, 그리고 수준 높은 전문성과 자존심을 제공하는 `소명`으로 나눌 수 있다. 소명은 종교적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일정 수준 경제력을 보장할 수 있는 `보상지향성 일`, 자기 재능과 장점을 사용할 수 있는 `재능지향성 일`, 자신이 좋아하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열정을 샘솟게 하는 일`,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스위트 스폿`이다(B3면 그림 참조). 안락한 삶을 위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재능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흥미와 열정도 느낄 수 있는 일을 말한다. ―스위트 스폿을 찾는 게 쉽진 않을 텐데. ▷계속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우선 무엇이라도 시작하라. 나는 대학 졸업 후 레스토랑 웨이터, 발레파킹 주차원, 페인트공, 악기 연주자, 사회복지사, 탁아소 직원, 아마추어 극단 배우, 부동산 판매직, 건자재 판매상, 변호사 등 수많은 직업을 거치면서(수년에 걸친 세계 방랑까지) 내가 가장 열정을 불태울 수 있고 잘하는 일이라 판단한 지금 자리까지 오게 됐다. 나는 맡았던 모든 일에서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좋든 실패했든)거기서 항상 뭔가를 배웠다. 그리고 다른 일로 옮겨가 또다시 배우고 더 성장했다. 그 과정을 거쳐 결국엔 내가 하는 일을 찾았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한다. 바로 내 자신이 `만들어낸 일(created it myself)`이기 때문이다. "자기 꿈을 따르라(Follow your dream)"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처음부터 거창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든지, 시작 단계부터 이미 앞으로 뭘 해야 할지 훤히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우선 시도하고 일단 시작하라. 자기 재능과 능력을 따라가고, 그 길 위에서 당신 마음이 하는 소리를 들어라. 만약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지금 하는 일 때문에 흥분되고 즐겁다면 거기서 멈춰라. 그 일에서 탁월해질 수 있도록 열정과 노력을 쏟아라. ―스티브 잡스는 "열정을 따르라"고 외쳤지만 칼 뉴포트 조지타운대 교수는 "잡스의 충고는 최악"이라며 "열정보다 실력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직업을 택할 땐 열정과 관심이 우선인가, 재능과 실력이 먼저인가.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지다. 어떤 길을 택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그 등반을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기술과 실력을 갈고닦다 보니 그 일에 열정도 갖게 됐다면? 훌륭한 일이다. 열정과 흥미를 갖는 일에 몰입하다 보니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됐다? 역시 멋진 일이다. 정답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등산로를 고르면 된다. 흥분되고 자부심을 느낄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산 정상이고 당신 삶의 목표다.
―많은 이들은 성공을 돈과 명예로 여긴다. ▷성공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소로 문화와 가족을 들 수 있다.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특히 대중매체에 의해 부풀려진 성공(대개 `돈`과 `명성`)만으로 자존감을 가늠하는 이들은 `굶주린 유령(Hungry Ghost·불교 신화에 등장하는 아귀를 일컬음)`이 되기 쉽다. 아귀는 몸집은 코끼리만 하지만 머리는 바늘귀만 하고 입이 너무 작아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먹어도 언제나 허기가 진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일종의 병적인 `성공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타인 소망을 만족시키려 버둥대는 것에 불과하다. 이들은 때론 돈과 명성을 위해 부도덕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돈을 무시할 순 없지 않나. ▷물론이다. 안정된 생활을 위해 충분한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돈을 인생 목표로 추구한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만족할 수 없다. 돈에 굶주린 아귀가 되지 않으려면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목적으로 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돈을 좇아 달리는 대신 경제적 안정을 목표로 삼아 보라. 예를 들어 자신과 가족에게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는 데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돈을 번다면 그 일부는 기부해 삶에 성공했다는 인식을 북돋을 수 있다. 또 헛된 명예와 인정존중(Recognition Respect·타인이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해줄 때 느끼는 감정) 대신 주지존중(Informed Respect·자기 재능을 알아주고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탁월함을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받는 존중)을 구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인생과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가 많다. 입시경쟁, 부모의 기대, 사회적 기준(돈, 명예, 학벌, 직업 등) 등이 너무 강해서 그렇다. 조언을 해 줄 수 있나.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은 결국 자기 삶은 한 번뿐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자기 가치와 목표에 따라 살 것인지 타인들 기대와 가치에 바탕해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당신이 가진 시간은 한정돼 있다. 다른 사람 삶을 사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국 학생들이 문화적 환경이나 교육시스템 때문에 미국 학생들에 비해 이런 질문(인생과 꿈에 대한)을 좀 늦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졸업을 앞둔 학생은 물론이고 이직을 생각하는 이들, 경력 단절 뒤 재취업하려는 주부들,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물음이다.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대개 `행복`이란 답을 한다. ▷행복은 성공한 삶의 내적 측면을 일컫는 것이다. 성취는 외적 측면이다. 행복과 성공은 좀 다를 수 있다.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행복도 `순간적 행복(순간적이고 긍정적인 감정)` `전반적 행복(노력과 희생이 따르는 장기 목표를 달성했을 때 획득하는 결과)` `지혜로운 경험(스스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영혼이 느끼는 경험)`으로 나눌 수 있다. 행복이란 단어는 많은 뜻을 갖고 있고 자기 성공관을 고려해 어떤 형태의 행복을 추구할지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결국 `성공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행복`이라 답하는 것은 해답을 찾은 게 아니라 답을 얻는 과정을 막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영대학에서 이런 철학적 강의를 한다는 게 조금 낯설다. ▷전략적이고 분석적 기술을 연마하기에 앞서 학생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인생의 목표와 열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코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도구를 갖고 있어도 왜 이를 사용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 내리고 이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짜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자신은 누구이고 충만한 인생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학생들이 졸업한 뒤 갖는 첫 직업이 자신과 자신이 가진 재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실험임을 깨닫도록 돕는다. 위기가 찾아오거나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 확신을 갖고 여기에 대처할 수 있게 말이다. 10년간 이 수업 강의를 해오면서 수많은 졸업생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연락해오곤 한다. ―학생들 중 자기 삶의 목표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인생이 바뀐 사례가 있을까. ▷많은 예가 있지만 하나만 들어보자. 한 졸업생은 (MBA 졸업생들이 선택하는 일반적 코스 중 하나인)컨설팅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2년 뒤 재학 중 들었던 내 수업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진정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고 한다. 자신은 비즈니스보다는 다른 이들을 돕는 일에 더 많은 열정이 있음을 깨닫고는 간호학교에 들어가 행복하게 예비 간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나는 그 학생이 간호학교에 지원할 때 흔쾌히 추천서를 써줬다. ―인생에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행동에 나서긴 쉽지 않다.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고 조금씩 리스크를 감내하라(Take small steps and small risks).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실험해 보라.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라. 어떻게 그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 물어보라. 천천히 그들을 따라해 보라. 서서히 자신감을 가져라. 결국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성공을 꿈꾸는 이들도 때론 `현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고 그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 정도로만 여길 때가 있다. ▷불교 명상을 수련하면서 오직 현재만이 존재함을 배웠다(그의 스승이었던 구산 스님은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니 놓아버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 놓아버려라. 그럼 지금 이 순간만 남는다. 거기서 참선하라"고 설파했다). 과거는 기억이고 미래는 상상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는 당신의 마음과 지금 현재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지금에 집중하라. ■ 군인 가문에서 나고 자란 그…반전운동이 삶 통째로 바꿔오디세우스처럼 방황하다 한국에서 스승 구산 스님 만나
리처드 셸 교수는 한국과 깊은 연을 맺고 있다. 인생 방황기에 한국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1909~1983·사진)을 만나 자기 삶의 길을 찾게 된다. 군인 가문 출신인 그는 군사장학금을 받으며 프린스턴대를 다녔다. 하지만 베트남전 반전운동을 계기로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다. 자신이 믿는 가치와 집안의 기대 간 충돌로 심각한 내적 갈등에 빠졌다. 결국 `자아`를 찾아 오디세우스처럼 세상을 방랑한다. 간염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리스 터키 아프가니스탄 인도 스리랑카 네팔 태국 홍콩 대만 등을 거친 오디세이 마지막 기착지는 한국 송광사였다. 전생의 인연이 닿았을 것이다. 그곳에서 구산 스님을 만났다. 구산은 당대 `해인사 성철·송광사 구산`으로 불릴 정도로 법력이 높은 선승(禪僧)이었다. 삶이 변화함을 느꼈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 그는 "눈과 마음을 열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그는 스님이 되는 대신 귀국을 택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의미 있는 일)이 가르치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이어갔고 법조인을 거쳐 와튼스쿨 교수가 됐다. 셸 교수는 지금도 연구실 벽에 당시 찍은 스승 사진을 액자에 걸어놓고 소중히 모시고 있다. ■ He is… 리처드 셸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로 협상·설득·대인관계 분야 전문가며 법학, 경영학, 기업윤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와튼스쿨 최초로 성공학 강의를 개설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린스턴대 영문학과와 버지니아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연방 항소법원 서기와 변호사 등을 거쳐 37세에 와튼스쿨 교수로 임용됐다. 미해군특수전부대(SEAL), 미연방수사국(FBI), 포시즌스호텔, 구글 등 조직과 기업을 대상으로 강연과 컨설팅을 해왔다. [이호승 기자][ⓒ 매일경제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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