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ngo2002 2015. 3. 28. 10:45

목 차

3-1,한국경제 `리셋`버튼을 눌러라

재정국부펀드노동시장 확 바꿔라

체질 다지고 출구전략 주도면밀하게

3-2.감세냐 증세냐` 한국은 논쟁중 -2009070617:30:05

감세재정건전성 `두토끼` 잡기 전략은? -20090706

끝나지 않은 세제재정개혁증세론vs 감세론

3-3달러 편식도 이젠 고칠때 - 2009070717:46:46

채욱 대외경제연구원장 "외환 결제수단 다양화할 필요"-20090707

外患 부르는 外換 보유액 3400돼야 안심 -20090707

3-4정규직 과보호 줄여야 비정규직 문제 풀린다- 2009070817:34:21 )

박준성 노사관계학회장 "사용기간 다퉈 뭐하나직업훈련이 더 시급"- 20090708

복수노조전임자 임금금지하반기 노사관계 최대 쟁점-20090708

기업인 55.4% "노조 불법행위 엄정히 법집행"-20090708

3-5국민연금 `더 내고 덜 받기` 선택 아닌 필수-20090709

특수직역 연금도 세금먹는 하마-20090709

3-6.이중국적 허용 글로벌 인재유치 물꼬틀 때- 20090713

인재유치는 기술도입과 맞먹는 효과  - 20090713

저출산 어쩔수 없어이민문턱 확 낮춰야 -20090713)

3-7아시아·중동 국부펀드 벤치마킹KIC만의 수익모델 만들라-20090714

국부펀드 외환보유서 투자로"-20090714

3-8위기돌파는 리더의 숙명기본으로 돌아가라- 2009071517:28:46

금융위기 맞고도 보너스 잔치라니"각국 CEO 보수 잇따라 줄여- 20090715

지금은 현장경영에 충실할때CEO들 왕처럼 암행 나서야" --20090715

3-9농업 자생력 키우게 보조금 의존 줄이고 R&D 투자 늘려야 --20090716

"혁신도시 건설계획 다시 짜야공공기관 옮기되 단계적 진행"  --20090716

균형만 앞세우면 `세종신도시` 미래 없다   --20090716

100년만의 위기한국은 1년동안 무엇을 배웠나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① ◆ ---------------43

호주가 케인스 최고 우등생-------------------------------------46페이지

호주가 케인스 최고 우등생-----------------------------------46

신속하고 과감한 나랏돈 투입이 경제운명 갈랐다 -------------------47

신속하고 과감한 나랏돈 투입이 경제운명 갈랐다 -------------------48

[전문가 분석] "풀린 재정 브레이크 타이밍이 중요" ----------------50

금융위기 이후 OECD`고통지수`스페인이 가장 아팠다 -------------51

G20 경제체력중병, 독감, 은 회복 기미-------------------52

금융지표 착시 심해 맹신에서 벗어나야" ---------------------------54

글로벌 금융위기 어떻게 조사했나? --------------------------------55

금융위기 1G20 경제체력 점검해보니 ----------------------------56

수출 두자릿수 증가` 확인후 출구전략을---------------------------57

G20 정상회의서 출구전략 국제공조 논의 --------------------------60

"중국은 금융위기 극복 모범국가적기 재정투입해 고용늘려"--------61

경제위기 출구 보이지만 가계부채中企대출이 `뇌관` --------------62

중국이 금리 올리면 한국 수출산업 타격"---------------------------64

`경제불청객` 부동산투기 재현 조짐 -------------------------------65

경기회복은 남의 얘기 깊어지는 中企 CEO의 한숨-----------------66

고용없는 경기회복 "추석때 고향가기 겁나" ------------------------68

탄소세 도입해 녹색성장 기금으로 활용 ----------------------------70

한국 수출다변화가 살 길------------------------------------------72

돈줄 죄기보다 자금흐름 왜곡 막아야 ------------------------------73

역외시장 의존 줄이려면 외환시장 문턱 확 낮춰야-------------------76

"세계경제 디플레 위험 한국, 출구전략 신중해야" ---------------77

매경 글로벌 콘퍼런스 콜 "삼성전자같은 금융사 키워야"-------------78

"세계경제 디플레 위험 한국, 출구전략 신중해야" ---------------79

가계부채 부실률 낮아 경제에 부담안돼

 

 

 

 

 

 

 

 

 

 

 

한국경제 `리셋`버튼을 눌러라

섣부른 낙관론에 단기처방 치중개혁부진고질병 방치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1)

새장에 갇혀 밤에만 노래를 부르는 꾀꼬리가 있었다. 박쥐가 새장에 다가가 물었다. "너는 왜 밤에만 노래를 부르고, 낮에는 조용한 거지?" 꾀꼬리가 대답했다. "낮에 노래를 부르다가 이렇게 잡혀와 새장에 갇히게 됐잖아. 더 이상 낮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했어." 어이가 없어진 박쥐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말했다. "어차피 지금은 아무 상관없잖아. 넌 이미 새장에 갇혀 있는데." 달라진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에 갇혀 있는 어리석음을 빗댄 우화 한토막이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세계 자본주의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난 지 280여 일이 지났다. 2008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세계 자본주의는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장기 불황의 공포는 초대형 재정적자와 제로(0)에 근접하는 금리정책을 등장시켰고, 이는 `구제금융 거품(Bailout Bubble)`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감소했다. 또 저성장과 낮은 기대이익을 감수하며 리스크관리에 매달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요컨대 `금기(禁忌)`는 깨졌고, 예전으로 되돌아 가기에는 경제위기의 골은 깊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진국들은 지난 9개월여 동안 생존을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추진되는 대개혁이다. 유럽 각국도 중앙은행의 시장 모니터링과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정책기능을 재조정하는 식의 개편에 나섰다. 기업과 금융회사 구조조정도 거침없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재정을 쏟아부으며 금융회사의 부실을 털어내고 있고, 시장원칙에 따라 기업 퇴출과 인력조정을 묵묵히 감내해가고 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9.5%2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5월 실업률 역시 9.5%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지난 5월 한국의 실업률은 3.8%1년 전에 비해 0.8%포인트 높아졌을 뿐이다. 그나마도 일부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청년층이 고용 악화의 피해를 뒤집어썼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위기 전으로 복귀할 수 있으리란 근거 없는 낙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안이하게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위기극복을 위한 단기 조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덕분에 긴장감만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체계 개선과 노동 유연성 확대, 서비스업 선진화 등의 시스템 개혁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오로지 정책당국자의 ``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핑계 삼아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각종 고질병들이 마냥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거듭나기`에 열중하는 동안 한국만 예전의 관행을 답습하며 미래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밤에만 노래하는 꾀꼬리`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위기의 징후들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부채 만기의 불일치가 초래한 비극이었다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소비와 저축의 불일치가 주원인이다. 이런 판국에 한국 정부와 한국 개인의 빚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관리대상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GDP 대비 -5.0%3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5%, 30.1%에 비해 크게 악화된 수치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나라 빚 때문에 정부 부문에 의한 추가 수요 확대(경기부양)도 앞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월평균 3조원씩 증가했다. 지난해의 2조원을 크게 웃도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넘치는 유동성은 이미 한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가 `집값 버블`로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출구전략(Exit Stategy)`의 결단 시기는 반드시 온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출구전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유럽연합(EU) 각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제 경기회복에 맞는 정책적 조율이 중요하다""신뢰할만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경제는 출구전략 실행 시점에 맞춰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고,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출구전략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이종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책을 설계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막상 상황이 닥쳐 출구전략을 준비하게 되면 적절한 정책 타이밍을 놓쳐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장 실행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나중을 위해 출구전략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질 다지고 출구전략 주도면밀하게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1)

대공황에 빠진 미국을 구하라는 사명을 띠고 1933년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첫 임기는 성공적이었다. 19291024일 블랙먼데이 이후 1932년까지 유동성 확대에 손을 놓았던 전 정부와는 달랐다. 전국산업부흥법이나 농업조정법으로 공급을 줄여 가격을 유지했고 대규모 토목공사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1933년 바닥을 친 경기는 36년까지 가파르게 살아나 이 기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11%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이때부터 겁을 집어먹었다. 고삐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유동성 흡수를 시작했다. 1936GDP 대비 3.8%였던 재정적자는 1년 만에 0.2%로 흑자 전환해 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소기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부작용은 컸다. 37~38년 사이 GDP는 다시 3.4% 감소했고 3324.9%에 달했던 실업률은 3714.3%까지 떨어졌다가 3819.0%로 치솟았다. 훗날 케인스주의자들은 이를 섣부른 위기 탈출전략이 가져온 `불황 속 경기후퇴`였다고 회고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출구전략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경기하강이 진행 중이고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이 드러나는 7월 말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국은행은 "경기하강이 멈췄다"며 금리인상 시기를 조율하는 듯한 인상이다. 올해만 5.5%포인트 치솟은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재정악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출구전략 실행에서 문제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일단 한국은 언제에 대한 고민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미국 등 외국 정책기조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FRB는 이미 양적 완화정책 철회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경제금융위기유동성 확대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자산시장 과열 조짐금리인상긴축 등 출구전략 가동경제 균형 회복`의 순환구조는 경제가 `쓴 약`을 버틸 기운이 회복됐을 때 유효하다. 경제 체질개선을 서두르면서 한편으론 면밀한 출구전략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것.

 

결단의 시간은 곧 다가온다. 재벌 계열사 4곳을 포함해 한국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14%가 좀비 기업이며, 한계 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경제위기 극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김준경 KDI 교수)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과 함께 끝났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수출 호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은 전쟁도, 수출 대박 가능성도 희박하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체질개선만이 유일한 위기 탈출 정공법일 수 있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재정국부펀드노동시장 확 바꿔라

외환보유액과 내수 시장 더 키우고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1)

금융시장발 경제위기가 세계를 덮친 지 9개월이 흘렀다. 일단 세계는 잠시 숨을 돌렸다.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각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지출로 오히려 구제금융발 거품(Bailout Bubble)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 정도가 변화의 끝일까. 세계 석학의 답변은 `아니다`로 일치된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경세제민의 틀은 앞으로 더 빨리 변할 것이다. 벌써부터 글로벌 강자들은 위기 이후의 신질서를 선점하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나. 지금 제자리걸음은 몰락의 다른 이름이다. 과감한 개혁으로 자본주의 신질서에 대응할 경제틀을 만드는 일,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지상과제다.

변동성 높아질 세계경제외환보유액 벽 더 두껍게 = 작년 9월과 12, 그리고 올해 3. 채권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한국은 `위기설`에 시달렸다. 저명한 외신들이 달려들어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물어뜯었다. 논거도 늘 같다. 은행의 예대비율이 높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으며, 외환보유액 가용분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실질이 그렇지 않으니 위기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희생은 막대했다. 원화가치가 저평가됐고, 우리 기업들은 수출입에 애를 먹었다. 춤추는 환율을 따라 CRS, CDS, 국가신용도 역시 불안한 행진을 거듭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경제 여건의 급변이라는 거센 파도를 막는 방파제와 같다. 경제전문가들이 보유액 3000억달러, 5000억달러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글로벌 축소균형내수부터 살려라 = 미국의 수출입 규모는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2007년에 비해 18%가 줄었다. 줄어든 물량의 3분의 2는 수입이다. 전 세계 무역총량은 작년 4분기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추산한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몰락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 물론 한국 경제는 앞으로도 수출로 먹고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소비시장의 파이도 키워놔야 한다. 예측할 길 없는 대외 충격을 실물경제로 받을 부분은 내수뿐이다.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이래서 중요하다. 정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후 세계는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등 블록형 내수경제권이 부상할 것"이라며 "소비계층을 끌어들일 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의 선진경제권 도약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 습관처럼 부르짖는 투자 역시 `수출용`으로는 안 된다. 이제야말로 투자 자체가 시장을 만들어내는 `트랜스포머`형 기업투자가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닌텐도형, 아이팟형 투자처를 찾으라는 요구다.

전 세계가 살림 걱정미완의 재정개혁, 미룰 수 없다 =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책은 각국의 재정이 지속 가능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당장 올해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35.6%까지 치솟는다. 내년엔 37%를 넘길 수도 있다. 작년 천문학적인 감세 조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중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이것으론 완전치 않다. 세원 확대와 세수의 투명성 향상, 국세청 개혁, 재산세제의 균형 확보 등 갈 길이 멀다.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아직 부담이 적은 부가가치세를 어떻게 레버리지로 활용할지 이제부터 면밀히 검토할 일이다. 올해 9월에나 공개될 우리의 중기 재정운용계획이 주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정에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는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 개혁도 미룰 수 없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바뀐다국부펀드 날개를 펴라 = 지난달 1일 중국을 방문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 국채는 안전하니 투자해달라"는 말을 꺼냈다. 베이징대학 초청강연에서 나온 발언이다. 청중에게서 폭소가 터졌다. 가이트너의 얼굴이 붉어졌다. 중국은 3월 말 현재 7679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최근 한 미국계 대기업에서 회사채 직접 인수 제안을 받았다. 기업이 직접 국부펀드에 접촉한 선례는 이전까진 없었다.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상당한 손실을 본 우리 한국투자공사도 아픔을 딛고 다시 대체투자에 나섰다. 다른 국부펀드와의 MOU체결 등 횡적인 네트워크도 공고히 했다. 모든 투자기회는 변화에서 나온다. KIC를 필두로 우리 투자자들도 변화에 몸을 맡겨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인구 감소는 메가트렌드노동개혁, 다문화 포용은 필수 = 국내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비정규직법 하나 제때 해결하지 못해 비정규직 70만명 이상이 해고위기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노동시장 유연화 등 산적한 현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이것도 여의치가 않다. 한국의 평균출산율은 가구당 1.2명도 안 되는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어느새 우리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개발도상국의 우수인력풀에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 다민족국가의 허브가 돼야 인재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감세냐 증세냐` 한국은 논쟁중

`감세냐 증세냐`논쟁중 "정책 일관성 유지 - 재정건전성 문제" 갑론을박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2)

감세냐, 증세냐.`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직면한 중대한 갈림길이다. 감세를 통한 투자와 소비 진작은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기조)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위기 후 재정 건전성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안에서조차 감세정책을 계속 밀어붙일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가 관리 대상 수지 대비 5%까지 치솟고 경기 회복 시점도 확실하지 않은 만큼 법인세 등 인하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부가세율을 높이자는 `극약 처방`까지 거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이제까지 추진된 재정 확대에 힘입어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추가적인 경기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지금 재정 상태는 효과적인 `세컨드 패키지(Second package추가적인 경기 부양책)`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심지어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가 50%에 이를 수도 있다""한국에선 국가나 개인 모두 빚으로 위기를 버텨내려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질의응답에서 "(소득법인세 인하를)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했다. 같은 달 재정부는 뒤늦게 "다른 사안들과 함께 답하다 보니 오해가 있었다""감세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한 번 불거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제는 재정 건전성을 생각할 때"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앞장서 혼선을 정리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문에 답해야 할 정책당국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다. 감세 기조에 변화를 요구하는 이면에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버틸 체력(재정)이 걱정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이 독자적이고도 과감한 감세정책을 지속하다가는 위기 대응 능력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는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우선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불과 1년 만에 조세정책 기조를 뒤엎는 것은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감세로 인한 중장기 경쟁력 향상 효과를 고려하면 중장기 위기대책과 상충될 소지도 작다는 게 감세론자들 시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재정 확대와 환율 효과로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하반기에는 민간 부문이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소비 진작을 위한 소비세율 인하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윤 장관이 국회에서 한 발언은 현 정부 정책기조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전해 들었다""답변 과정에서 일부 정교하지 못한 언급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 악화 원인을 `감세`로만 돌리는 분위기도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재정 확대로 풀린 돈이 28조원"이라며 "이 가운데 경기 위축이 아닌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5조원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 적자의 화살을 감세로만 돌리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세증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재정과 세제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는 9월 발표할 중장기 재정운용 방향과 올해 세제개편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정 건전성 악화와 관련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의문점들을 정부가 해소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한 대학 교수는 "감세 기본틀을 유지하려면 올해 세제개편안이 어떻게 세수 감소분을 보전할지 답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억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감세증세 논란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중대한 갈림길이다. 한국 경제, 한국 자본주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을 일부 정책당국자들 ``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경제 여건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감세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말만 되뇌는 정부 측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끝나지 않은 세제재정개혁증세론vs 감세론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2)

다시 세금의 계절이다. 8월 말이면 공개될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최대 화두가 `감세`로 모아지고 있다. 작년처럼 `얼마나, 언제`가 문제가 아니다. 감세를 계속하는 것이 새로운 경세제민의 틀에 맞는지 전문가들조차 견해가 팽팽하게 나뉜다. 감세를 강행하자는 측에선 정책 기조의 일관성과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조 변화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재정 건전성 문제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그러나 증세 선회를 외치는 쪽에선 혹시 모를 장기전을 대비해 지금은 한 줌의 재정 여력이라도 아낄 시점이라고 한다. 복지예산 확대 등 피할 수 없는 지출 확대 요인도 거론된다. 대표적인 감세론자인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재정학회장), 증세론자인 황성현 인천대 교수(전 조세연구원장)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감세론, 개인기업 부담줄여성장위한 정책 펴야 "조세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감세하겠다던 정부가 갑자기 증세로 돌아선다면 경제 주체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정부가 일관적인 조세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가적인 감세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 현재 계획된 감세 스케줄은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정돼 있는 소득세, 법인세 인하를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만약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재정 건전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감세 조치 유보를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앞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가정해서 감세를 유보하는 것은 경제 주체들의 불확실성만 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 부담이 되는 부분을 줄여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안 교수는 "지금 감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보장 부담금, 준조세 등 국민의 부담이 되는 부문을 줄여 나가는 것"이라며 "조세 부담률을 줄이는 것에 치중하지 말고 전체 국민부담을 완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위기를 맞아 늘린 재정 지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지출 구조조정이 없다면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낭비를 줄이고 지출 효과를 최대화해서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소득세, 법인세는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하지만 소비세는 다소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세목에 비해 소비세를 인상한다고 해서 경제 주체들의 행동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부가가치세 인상은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담배, 환경오염과 연관된 일명 죄악세를 먼저 인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론, 저출산양극화 감안재정여력 더 늘려야 "저출산 문제,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 증세로 조세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게다가 경제위기를 맞아 세출을 늘리면서 세금을 깎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황성현 전 한국조세연구원장(인천대 교수)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 방향 자체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저출산, 소득 양극화 문제는 물론 연구개발(R&D) 투자, 교육 문제 등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태산 같다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소득세, 법인세 인하는 유보해야 한다고 황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4대강 살리기, 녹색성장 등 앞으로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소득세, 법인세를 인하한다면 앞으로 정부 재정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재정 건전성 문제도 중요한 이슈라고 황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국가 채무 수준으로만 보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괜찮은 듯 보이지만 이는 절대적인 수치로만 얘기할 수 없다""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외부에 대한 충격이 크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조세 부담률을 낮춘다고 해서 한국에 투자가 몰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의 조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도 낮다""정부는 싱가포르, 홍콩 등과 비교하는데 이들 국가는 소규모 도시국가가 아니냐.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조세 부담률을 23%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22% 수준인 조세 부담률을 2012년까지 20.8%까지 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향인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앞으로 인구 고령화 문제, 사회 안전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중장기적으로는 소비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소득세도 지금 수준보다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감세재정건전성 `두토끼` 잡기 전략은?

재산세부가세 포함한 효율적 세제정비 필요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2)

 

"올해는 크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 최근까지 세제를 담당하는 고위 정책당국자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작년에 워낙 세제를 많이 바꾼 까닭에 올해는 주로 사후 보완과 안정성 유지에 전념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바람대로 올해 세제개편안이 맨송맨송해선 곤란한 상황이 됐다. 정부는 달아오른 감세 논쟁에 대한 답을 8월 말 공개할 개편안을 통해 내놓아야 한다. 이미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다양한 세수 확보 방안이 거론되는 데다 소득세법인세 인하 시기를 놓고는 가을 입법 과정까지 만만치 않은 실랑이가 남아 있다. 감세의 시작은 좋았다. 작년 세제개편안에 대해선 월스트리트저널까지 나서 "과감하고 적합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절박하다. MB노믹스표 감세는 생존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한 액션플랜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측 원론은 "감세 기조는 유지해 나가되 재정 건전성도 함께 고민한다. 조세감면 조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병행한다"는 수준이다. 그러나 조세감면 정비로 향후 5년간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세수를 보충하고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조세감면 정비가 세율 인상이나 새로운 세법 만들기보다 어렵다는 건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상식 수준 이야기다. 감세의 큰 방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솔로몬의 해법이 그래서 절실하다. 일단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세원 확보 방안으로는 임시투자세액 공제 감면연장 재검토 외부불경제 항목 소비세 증세(담배 술 등) 녹색성장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에너지 저효율 제품 세율 조정 등이 알려져 있다. 부가가치세법 정비에 대해 정부는 "올해는 계획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세청 개혁과 이를 통한 과세 기반 강화, 과세 투명성 향상도 시의적절한 과제다. 재산별로 세율이 들쭉날쭉한 재산세제는 형평성은 물론 세수 일관성 차원에서도 추가적인 정비가 필수적이다. 미술품,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천차만별로 적용하는 세율이 과연 맞는 것인지, 건강한 투자를 유도한다는 의미에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기본세율은 낮고 꼭 있어야 할 조세감면이나 특례 외에는 원칙이 바로 선 세제가 투명한 것"이라며 "우리 세제가 `누더기`에서 이런 방향으로 가려면 감세와 함께 제도 보완도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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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편식도 이젠 고칠때

국내 외환거래 98% 차지유로위안화 비중 늘려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③◆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일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31.1원이다. 2000년 이후 9년간 평균 변동폭(5.2)에 비해 여섯 배가 확대된 것. 문제는 한국은 외환 거래시 달러의 편중도가 심해 달러가치 변화에 따른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외국통화 간 거래 중 달러와 거래 규모는 282억달러로 원화와 다른 통화 거래의 98%를 차지한다.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국제 거래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전 세계 외환 거래 시장에서의 달러 거래량과 비교해도 한국에서 달러 비중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2007BIS 조사에 따르면 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 거래 비중은 86%(200% 기준). 이는 쌍방 통화의 거래를 합산해서 나온 수치다. 달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외환 거래 중 달러가 개입된 거래가 전체의 86% 수준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위기를 맞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조차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달러에 대한 반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중국의 슈퍼 싱크탱크로 부상한 중국 국제경제교류중심 이사장인 쩡페이옌(曾培炎) 전 부총리는 지난 3일 베이징 회동에서 "주요 통화들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해 달러를 대체할 새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중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인 세르게이 프리호드코프도 "G8 확대 정상회담에서 슈퍼통화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제적인 변화를 감안해 한국도 과도한 달러 의존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유럽 국가들과의 거래시 달러 이외에 위안화 유로화 거래를 늘려 나가야 한다""원화가 국제 사회에서 거래 수단으로 쓸모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통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윤 연구위원은 "그렇다고 달러 보유액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달러 자체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통화들과 언제든지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채욱 대외경제연구원장 "외환 결제수단 다양화할 필요"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③◆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경제 위기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국과 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고 외환시장 규모가 크지 않는 국가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위험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이번 위기는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채 원장은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확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단기간에 억지로 보유액을 늘리려 해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증가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채 원장은 달러에 대한 과도한 비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했다. 그는 "한국은 외환 결제수단이 달러로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한국의 달러 의존도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채 원장은 "외환 결제수단을 다양화하고 다른 통화의 보유액도 증가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 원장은 특히 한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내수를 키워 수출 의존도를 낮추자는 것"이라며 "서비스 분야의 경우 단계적인 개방으로 국내 산업 관계자들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外患 부르는 外換 보유액 3400돼야 안심

유사시 외국자본 이탈에 대비 더 늘려야

원화 무역결제등 다양한 보완책도 필요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③◆

경제위기의 공포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2008107.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던 A리서치센터장은 `한국에 계속 투자해도 괜찮겠는가`를 묻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전화를 받느라 온종일 진땀을 빼야 했다.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397억달러(20089월 말 기준).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객관적으로 충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의심에 가득 찬 시장의 시각은 달랐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외채 2223억달러(20086월 말 기준)를 빼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17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상환 부담이 있는 외채가 1600억달러에 달하므로 가용 외환보유액은 800억달러뿐이다`는 등의 비현실적 분석이 쏟아졌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설명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연일 원화값이 급락하고 한국물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가 급등세를 이어갔다. 위기설은 늘상 이런 식으로 반복돼 왔다. 3월 위기설, 6월 위기설, 9월 위기설 등으로 이름을 달리할 뿐 근거는 똑같다. 외부 충격에 따른 달러 부족으로 국가가 부도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6월 말 외환보유액은 2317억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가능성은 `원죄`처럼 한국 경제를 괴롭힌다. 아직도 일부 해외 언론은 한국의 유동외채 지불능력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단기외채와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외채 규모 수준에서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두 배 큰 교역 규모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1조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거래 통화`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외국인들은 거래 수단으로 가치가 없는 원화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본을 빼나가면 외환위기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쌓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외환보유액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보유액 확보를 위한 비용과 부작용을 감안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보유액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액 3400억달러 필요할 수도 =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에 따라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최대 3400억달러(올해 1분기 기준)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3개월 수입금액과 유동외채 규모,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를 합산해서 보수적으로 추정하면 이 정도까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유동외채에 대한 대비만을 감안했을 때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상거래 악화, 외국인 자본의 해외 도피 등 총체적 위기에 맞서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발적으로 터지는 북한 핵 관련 리스크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붕괴 리스크에 대해서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면 통일 비용에 대한 리스크가 제기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신뢰도도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무조건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해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외환을 조달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외환 조달로 인해 원화 통화량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늘리려 한다는 방향성이 드러난다면 투기세력의 환투기도 성행할 수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작정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는 게 좋은 것이 아니라 한국 상황에 맞는 적정한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 것"이라며 "단기간에 보유액을 눈에 띄게 늘리는 성향을 보이지 않으면서 순차적이고 기술적인 외환보유액 확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보유액 외 다양한 대비 수단 마련해야 = 외환보유액 확충으로 얻고자 하는 효과는 결국 외환시장의 안정이다. 이를 위해 외환보유액 확충 이외 다양한 안전망도 강구해야 한다. 통화스왑을 통한 국제적 공조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외채 구조조정과 원화 수요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차입의 장기화를 추진하면서 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무역결제 통화로서 원화 사용을 늘려가야 한다는 충고다. 이대기 연구위원은 "한국처럼 자본시장이 활짝 열려 있으면서도 통화의 국제화가 덜된 나라는 없다""기본적으로 외환시장의 취약성을 내재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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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과보호 줄여야 비정규직 문제 풀린다

능력직무에 걸맞은 보상체계 확립

비정규직 사용기간 논란 아예 없애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④◆

 

20061130일 비정규직법이 민주노총 총파업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정규직법에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 파견 가능업무 32개로 한정 차별시정제도 단계적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법 시행시기는 20077월로 정해졌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비정규직법은 한국 고용시장에 `독배`가 됐다. 벌써부터 산업현장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이 무더기로 나타나고 있다.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 70만명이 `해고``정규직 전환`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비정규직 해고촉진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는 결론 없는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한 `제자리걸음`에 익숙해진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단면이다.

 

10명 중 4명 실업급여 못 받아

 

= `비정규직 월 평균임금 1232000, 정규직 2167000.`

 

통계청이 3월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대비 56.8%에 그친다. 주당 취업시간 격차(비정규직 40.8시간, 정규직 48.1시간)와 비교된다. 비슷하게 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임금이 크게 적은 셈이다. 유독 한국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극심한 것은 정규직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복지혜택과 사회보장에서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점은 문제다.

 

전체 근로자 중에서 퇴직금 수혜자 비율을 살펴보면 비정규직은 34.1%에 불과해 정규직(76.3%)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에서도 비정규직(39.1%)과 정규직(67.3%)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정규직 10명 중 4명은 퇴직 시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

 

=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에서 출발한다. 해고 규정이 까다로운 정규직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미다. 정규직은 기득권을 이용해 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8년 한국 해고난이도는 40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7.9)보다 1.4배 높다. 해고 비용은 91주치 임금에 달해 OECD 평균(25.7주치)보다 3.5배 많다.

 

현행 근로기준법 23조는 회사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정직 등 처벌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4조는 `긴박한 경영상 이유와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이 있어야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무엇이 정당한 이유인지, 긴박한 경영상 이유인지는 사안에 따라 해석이 달라 기존 정규직 근로자만 철저히 보호받는다. 따라서 회사는 한정된 인건비 예산으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해고 규정을 일부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그 대신 퇴직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위로금을 지급하고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

 

= 앞으로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이제는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 고용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구조가 첨단화하면서 근로시간과 형태가 다양한 일자리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일하다가도 건강 육아 등 필요에 따라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다시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능력과 직무 수준에 걸맞은 보상체계가 확립돼 있을 때 가능해진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은 점차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법에 못 박힌 사용기간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은 이런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근면 삼성광통신 대표는 "평생 한 직장이나 한 나라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어느 곳에서든 적응할 수 있는 글로벌한 능력을 길러 세계적인 노동 이동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성 노사관계학회장 "사용기간 다퉈 뭐하나직업훈련이 더 시급"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④◆

"일자리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박준성 한국노사관계학회장(성신여대 교수)이 제시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법이다.

 

박 회장은 "일자리에 대한 기본 생각이 정리돼야 한다""정규직은 좋은 일자리, 비정규직은 나쁜 일자리라며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단순 반복적인 일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를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은 지나치다""업무별 차이를 인정하되 동일 업무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 논쟁은 너무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1~2년 유예하거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든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힘들다"며 직업훈련 확대와 차별금지 등 정책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심각한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비정규직 계약기간 개념을 없애면서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직무에 따라 임금 차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직 진입과 퇴출 장벽을 조금씩 낮춰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한국 경제에 남겨진 숙제로 꼽힌다. 박 회장은 "적자가 3년 이상 지속되거나 사업 분야가 폐쇄되는 등 경영상 필요에 대해서는 해고가 가능해야만 노사 갈등이 줄고 노동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복수노조전임자 임금금지하반기 노사관계 최대 쟁점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④◆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51,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는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안된다.`(241,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담긴 조항이다. 두 현안은 법에 명문화돼 있으나 노사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13년째 유예됐다. 지금이라도 손을 쓰지 않으면 두 조항은 내년 1월부터 자동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복수노조 허용이란 한 사업장 내에 2개 이상 노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사업장 개념을 벗어나 지금도 기업별 산업별 노조라는 형태로 상하관계를 유지한 채 사실상 복수노조가 존재한다. 여기에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가 난립할 것으로 염려된다.

 

이 문제를 푸는 핵심 열쇠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과반수 지지 노조에 배타적인 교섭권을 주는 방안, 조합원 수에 비례해 교섭권을 주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은 노동계에서 격렬히 반발하는 내용이다. 노조 활동을 위한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노조일수록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실제 노조전임자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것보다 많아서 논란이 됐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노조 1개당 전임자 수는 단체협약에서 3.1명으로 정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3.6명에 달했다.

 

국제 비교를 해봐도 한국 노조전임자는 조합원 수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한국 노조전임자 1명당 조합원 수는 149명으로 일본(500~600) 미국(800~1000) 유럽연합(1500)과 비교된다.

 

 

 

 

 

기업인 55.4% "노조 불법행위 엄정히 법집행"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④◆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한 정부 역할은 무엇인가.`

 

전경련이 올해 193개 기업 인사노무 부서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인 55.4%는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노사문제에 관한 적극적인 중재(26.4%), 노사문제의 노사 당사 일임(11.9%), 공익사업장에만 선택적 중재(6.2%) 등 순이었다.

 

평화적인 노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동계 `떼법`부터 차단해 달라는 요청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법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문제는 정부가 정치권과 여론 눈치를 살피며 `오락가락`했던 전례가 많다는 점이다.

 

노동계의 불법시위나 파업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최평규 S&T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같은 시기에 대전에서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불법 `죽창시위`를 벌였다.

 

6월부터는 쌍용차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분규가 한창이다. 지난해 `쇠고기 총파업`을 치렀던 민주노총은 올해 7월에 또다시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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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직역 연금도 세금먹는 하마

정부 한해 2조씩 쏟아부어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메워사학연금도 2024년엔 고갈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5) 한국경제 시한폭탄 `용돈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곳간`이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다.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아갈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연금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은 연금의 부족한 부분을 세금으로 메울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답은 명확하다. 전면적인 연금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 공무원연금은 `세금 먹는 하마`로 표현된다. 이미 적자 운영되면서 매년 1조원 안팎의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재정을 투입해 일단은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지만 그것도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개혁이 요구되지만 이해관계자인 공무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민관 공동으로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를 설립해 오랜 논쟁 끝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내고 작년 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공무원 기여금을 기준소득월액의 5.5%에서 7.0%로 인상하고, 연금 지급률을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약간 더 돈을 내면서도 나중에 적게 받는 형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기존 안을 약간 손질했을 뿐 적자 운용을 막을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개혁안이 시행되어도 정부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써야 할 금액은 올해 1333억원에서 20186129억원으로 불어난다. 추가로 손을 대지 않으면 2040년에는 공무원연금을 위한 정부 보조금이 40조여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개혁안은 보험료와 급여 변수만을 소폭 조정했기에 장기적인 공무원연금 재정 문제에 대한 근본 처방을 제시하지 못했다""연금 급여 수준을 재직기간별로 비례적으로 재조정하고 신규재직 공무원 간의 지나친 차별화는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군인에게 지급되는 군인연금은 30여 년간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1960년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3년에 처음 적자가 발생한 후 1977년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간 9000억원대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군인연금에다 공무원연금을 포함하면 매년 2조원의 혈세가 적자 보전에 투입되는 셈이다. 공무원연금을 본떠 1975년 도입된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재정도 불안하다. 국가에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법정부담금을 지원받으면서 현재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면 재정이 급격히 나빠진다.

재정수지 전망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2016년 적자로 돌아서고 2024년 고갈될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 `더 내고 덜 받기` 선택 아닌 필수

이대로 가면 2060년엔 기금 안남아당장 월최고소득 기준부터 올려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5) 한국경제 시한폭탄 `용돈연금`

 

한국 경제에 있어 국민연금은 시한폭탄과 같다. 다만 `최종 폭발(연금 고갈)`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잠복해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도 노후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점이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2060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완전히 고갈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계산이다. 현재 20세 직장인이 70세가 되는 때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를 감안하면 `용돈연금`에 그칠 가능성도 농후하다.

2044년부터 적자전환 = 국민연금은 노령, 장애, 사망으로 소득능력을 상실했을 때 소득을 보장해 주기 위해 1988년부터 시행한 공적연금제도다. 모든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에 따른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60세가 됐을 때 실질 연금소득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낮아 용돈연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지난해 165000원에 머물렀다. 2030년에도 월평균 수급액이 963000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국민연금에 가입해 20년 만기를 모두 채운 시민들은 현재 매월 평균 755000원의 급여를 받는 실정이다. 앞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급속히 늘어나면 이마저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44년에 연금보험료보다 연금 급여 지출액이 많아져 적자전환하고 이때부터 적립금이 급속히 줄어들어 2060년에는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78년에는 국민연금 재정에서 657조원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의 과감한 국민연금법 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금운용 효율성 높여야 =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면 보험료 수입만큼이나 운용 성과가 중요하다.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려야만 시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5월 말 현재 255조원으로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4분의 1 수준에 달한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2014년에는 432조원으로 불어나고 적자전환 직전인 2043년에는 246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금융시장에 이어 실물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기 투자를 권장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도 이바지한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다 보니 기금을 운용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기획재정부 기금운용평가단은 최근 국민연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 실무평가위원회에 금융 전문가 채용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확대 기금을 그룹별로 쪼개서 운용 유동성 자산을 새로운 자산군으로 구성 사회적 책임투자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운영체계 개편방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개편안에는 특수법인인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고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적인 민간상설위원회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연금 개혁 사회적 합의 절실 =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와 이해 당사자들의 양보,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세대의 기득권만 유지하며 개혁을 마냥 늦추는 것은 무책임하게 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꼴이다. 당장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을 위해 시급한 현안은 360만원으로 정한 국민연금 월 최고 소득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1995년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임금이 90만원일 때 정한 것으로 평균임금이 약 180만원으로 높아진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 고소득자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그동안 미뤄왔던 개혁이지만 이번에 손질이 필요하며 정부도 연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월소득액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를 개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기초노령연금과의 통합도 필요하다. 통합 방안에는 기초노령연금을 생활이 어려운 노인층에 집중해서 지급하도록 개편해 전체 노인에게 국가가 담보한 기초연금을 도입해서 국민연금과 다층 체계를 구축하는 것 등이 논의 중이다. 아울러 `더 내고 덜 받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고 추가로 연금 급여율을 인하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사회보험연구실장

"저소득층에 보험료 지원국민연금 사각지대 줄여야"

= "4대 공적연금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는 불가피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장은 9"공적연금은 사회보장제도로서 세대를 이어가면서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실장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늘어나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개혁 시기를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적자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합의를 조속히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또 국민연금의 경우 노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지만 소득이 없거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보험료를 안 내는 시민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국민연금 소외계층을 계속 방치하면 노후소득마저 양극화된다""정부가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장 국민연금 급여를 올릴 수는 없다""국민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노후소득을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층 보장 체계로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중국적 허용 글로벌 인재유치 물꼬틀 때 -국적법 개정전문직 비자 요건 완화한국판 풀브라이트장학금도 서둘러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⑥◆

삼성전자 DMC연구소에 근무하는 알렉산더 알신 씨(36)는 동영상 압축 분야 전문가다. 그가 한국에서 일자리를 잡은 것은 2년 전이다. 모스크바대 연구원을 거쳐 삼성 러시아연구소에서 일하다 삼성 현지법인의 추천으로 2007년 한국행을 택한 것. 휴대폰, LCD TV 등을 개발하는 연구소에서 그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재로 꼽힌다. 한국어도 배우고 있고, 찜질방과 제주도를 사랑한다는 그는 이미 반쯤 한국 사람이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 120만명 시대에 알신 씨는 글로벌 인재유치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삼성 같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고급인력 유입은 선진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전문직 비율은 2006년 기준 7.6%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단순 노무직이라는 의미다. 미국 내 취업이민의 40%, 캐나다 경제이민의 80% 이상이 전문인력인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일본도 국적 취득자의 50%가 대졸 이상 학력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비자제도 개선과 이중국적 허용 등을 담은 글로벌 인재유치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 거주와 취업을 쉽게 해 글로벌 인재들이 국부창출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구상에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실효적인 개선안은 거의 없다. 금융회계 전문가와 이공계 엔지니어 등 고급인력에 대한 영주비자 입국 전 발급과 대상 확대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 비자 업무의 틀을 바꾸는 문제라서 해외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직 취업비자 요건 완화도 아직 진척된 게 없다. 고급인력들이 한국 국적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제한적 이중국적 제도도 일러야 1년 뒤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학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춰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될 경우 국내 거주 기간(5년 이상) 요건과 귀화시험을 면제해 주고, 외국인으로서 권리 행사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전제로 다른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지난달 입법예고를 했지만 법제처 심사와 국회 처리 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만들면 내년 6~7월께나 시행될 수 있다. 하지만 법제처 심사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10년 넘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회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한국처럼 이중국적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맞선다. 인재 허브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인 글로벌 장학제도도 갈 길이 멀다. 외국인 대상 장학 프로그램은 아직 정부 차원의 선발제도가 없고, 일부 대기업만 소규모로 운영 중이다. 포스코청암재단의 아시아 펠로십은 석박사과정을 선발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해 준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배출한 `지한파` 인재들은 인도 베트남 등 20여 개국에서 70여 명에 달한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Glo-Harmony` 프로그램은 올해 처음으로 11개 개도국에서 22명을 선발했다. 포스코청암재단 관계자는 "선발 인원의 3분의 1은 해당 국가의 외교부 상무부 등 공공기관 출신"이라며 "한국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는 효과

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풀브라이트 장학 사업을 벤치마킹해 올해부터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을 추진하고 있다.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은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풀브라이트가 2차대전 직후 설립한 뒤 현재 제3세계를 비롯한 100여 개 나라에서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최고 인재들을 세계 각지에서 모아 오피니언 리더로 키운 결과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끈 또 다른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나마 장학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주목한 이유다.

 

인재유치는 기술도입과 맞먹는 효과

오응천 컨택코리아 단장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⑥◆

"해외에서 기술을 들여오려면 기술 유출이다, 산업스파이다 문제가 많지만 사람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기술을 전수받는 효과가 있다." 오응천 컨택코리아 단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글로벌 헤드헌터`. KOTRA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글로벌 전문인력 유치 서비스 `컨택코리아`를 맡아 지금까지 42개 기업에서 요청한 핵심 기술인력 69명을 리크루팅해 줬다. 현재 입국을 기다리는 전문인력도 17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글로벌 인재 유치는 대기업만 각축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아니면 해외 리크루팅을 나갈 엄두도 안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고급인력에 대한 목마름은 중소기업들이 훨씬 더하다. 국내 우수인력들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그나마 전문인력들도 중소기업을 외면하기 때문. 오 단장은 "KOTRA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무료로 전문인력을 발굴하고 영상면접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리크루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인력 유치는 단순히 인원 충원이 아니라 기술 도입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오 단장은 "기업들이 요청하는 인력은 대부분 이공계 엔지니어"라며 "해외 전문인력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5월 국내 한 중소기업이 채용한 러시아 엔지니어는 직원들에게 설계기술을 전수해 주고, 그동안 외국기업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소수력 프로젝트 시장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컨택코리아에서 유치한 글로벌 인재들은 러시아 인도 동구권이 가장 많다. 오 단장은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그린바이오 관련 인재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인재허브가 되려면 코리아 브랜드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단장은 "우수한 인재들이 중국행은 선뜻 택하면서도 한국 취업에 대해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국가 이미지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어쩔수 없어이민문턱 확 낮춰야

이대로 가면 2050년엔 생산가능인구 1200만 명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⑥◆

 

 

 

 

 

지난달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저출산 고령화에 관한 암울한 전망치를 내놨다. OECD2009세계이민보고서를 통해 2005~2020OECD 국가들의 생산가능인구(15~64)가 평균 1.1%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고령화가 심한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은 증감폭이 -5%를 넘었다. 충격적인 예측치와 함께 OECD가 선진국들에 던진 핵심적인 메시지는 이렇다. "노동력 공급을 위해 이민 규제를 완화하고 불법체류자를 합법 노동자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민자와 자녀들을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이민 문호를 개방하라는 것이다. OECD의 권고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어쩌면 이민 개방은 한국 경제가 걸어야 할 필연적인 경로일 수도 있다. 통계청은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2005~20203.2%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20053467만명인 생산가능인구는 20203583만명까지 완만하게 증가한 뒤 급격히 줄어 2050년에는 2275만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일본보다 `시한폭탄`이 늦게 터질 뿐 파괴력은 훨씬 크다는 의미다. 유엔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최대가 되는 2020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2020~2050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4%(643만명)를 해외이민을 통해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이민 확대에 관한 논의가 금기시되고 있다. 뿌리 깊은 단일민족 신화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저출산 고령화 해법도 우리 정부는 출산장려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참여정부 이후 보육수당 등 출산 인센티브에 10조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2005년 이후 출산율은 1.1~1.2명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1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독일 프랑스 등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펴는 나라들도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2005년 이후 꾸준히 끌어올렸다고 하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1.3명대에 머물고 있다. 똑같은 저출산 문제를 겪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이민 확대 정책에 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건은 이민 확대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민은 받는 나라와 보내는 나라 모두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책임 있고 공정한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민 문호를 개방해도 내국인의 일자리가 침해되지 않고,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이 1990년대 중반 이민 문호를 개방한 뒤 10년간 연평균 4%씩 일자리가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따른 생산소비 증가국내총생산(GDP) 성장고용 증가 선순환은 우리나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 의뢰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다문화 시대의 경제적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증대 효과는 GDP0.47%(42000억원), 소비에 의한 생산 유발액은 GDP0.43%(3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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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동 국부펀드 벤치마킹KIC만의 수익모델 만들라

IB헤지펀드가 이끌던 글로벌 금융 새강자로 부상

국채시장 큰손은 옛말부동산상품등 투자 다변화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7) 뉴플레이어 `국부펀드(SWF)`의 미래

지난 9일 오후 130(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재무부 기자실. 12일 시작되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유럽중동 순방에 앞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시작됐다. 가이트너 장관은 12일 영국과 프랑스를 시작으로 14일에는 중동으로 건너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모두 발언에서 가이트너 장관 중동 순방 목적이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쇄도하는 질문은 `장관이 미국 국채를 대거 보유한 큰손 중동 국부펀드(SWF)들에 향후 미국 경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미국 재무장관이 중동을 순방하는 주목적이 외교 이슈가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었던 것. 한 달 전 가이트너 장관이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미국 채권은 안전하다"고 얘기했다가 대학생들에게 비웃음을 샀던 것을 인식했기 때문일까. 이날 언론의 관심은 불안해 하는 외국계 큰손 SWF를 어떻게 안심시킬 것인지에 맞춰져 있었다.

새로운 강자 SWF =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위기 이전 영미계 대형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가 이끌었던 자본시장 리더십이 과연 어디로 넘어갈 것인지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 초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향후 자본시장 패권은 아시아와 중동 국부펀드(SWFSovereign Wealth Fund)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이 SWF 양대 축인 중국과 중동을 잇따라 방문하고, 미국 언론들이 `대체 장관이 어떻게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달라진 SWF 위상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시장에 4대 실력자(산유국, 아시아 국부투자자, 헤지펀드, 사모투자회사)가 생겨났으나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진정한 실력자는 아시아와 중동 SWF뿐이라는 것이다.

`국채 큰손 국부펀드`는 옛날 얘기 = 미국 국채를 필두로 한 안전자산 위주인 보수적 투자자 SWF는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매매 타이밍을 잘못 맞춘 초보 SWF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성공적인 SWF로 꼽혔던 싱가포르 테마섹은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메릴린치 지분을 44억달러를 들여 인수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올해 초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되팔았다. 운용자산이 전 세계 최대 규모라는 아부다비투자청(ADIA)200711월 미국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쓴맛을 보고 나왔다. 매수 당시 씨티 주가가 35달러대였으나 결국 1달러까지 떨어지는 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 국부펀드인 CIC도 블랙스톤에 투자해 손실을 봤고 한국투자공사(KIC)도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여전히 손실을 떠안고 있다. 이 상황에서 SWF들이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이 대체투자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등 일반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모주식(Private Equity), 부동산, 원자재,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주 투자에 실패하면서 SWF들도 싸니까 몰려가는 투자를 접고 자국 상황과 투자 정책에 맞는 최적 포트폴리오를 짜기 시작한 것이다.

KIC,브랜드 파워 키워야 = 최근 우리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3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면서 KIC도 이 중 10억달러를 이용해 대체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KIC는 이를 위해 1년여 동안 다른 나라 투자 형태를 연구하고 차입매수(LBO), 부실자산 투자,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투자 대상을 검토해왔다. 대체투자가 시작되면 국내외 사모펀드나 금융기업들과 함께 공동투자(Club deal)나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KIC가 설립된 지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SWF 주변에서도 합종연횡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KIC는 여전히 국제시장에서 브랜드를 크게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운용자산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는 중국 CIC는 최근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가장 실력 좋은 펀드매니저만 뽑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CIC가 지난 5일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국제투자자문회의를 열었다. CIC는 쩡페이옌(曾培炎) 전 국가 부주석뿐만 아니라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 등 국내외 저명인사 14명을 모시고 매년 국제 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에게 투자자문을 구하기보다는 중국 위안화 홍보대사 노릇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눈여겨 봐야 할 SWF의 변신이다.

자국기업 지키고 사회안전판 역할금융위기 겪은후 달라진 국부펀드 = SWF는 태생적으로 자국 이익을 보호하게 마련이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SWF 기능이 기대 이상으로 커졌다. 일부에서는 적대적 M&A에 맞서 자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국부펀드가 동원되는가 하면 사회안전판 노릇까지 자처하고 나서는 곳도 생겼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국부펀드인 프랑스 전략투자펀드(SIF)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최근 600만유로(8400만달러)를 들여 파리 케이블 회사인 넥산스 지분 5%를 시장에서 매입했다. 이 기업은 6월 말 현재 순부채 규모가 3~4억유로에 달하는 데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영업이익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주 구성상 보유 지분율이 월등하게 높은 대주주가 없어서 적대적 M&A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었다. 이에 프랑스 국부펀드 SIF가 나서서 이 기업 지분 중 일부를 장내 매수하고 경영권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SIF가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경영사정이 나빠졌지만 정부가 경영 개선까지 할 의지는 없다는 것.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도 프랑스 파리 자동차부품 제조사 발레오 지분을 SIF가 나서서 매입하기도 했다. 이때도 미국계 자산운용사가 발레오에 일부 지분 투자해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와 M&A를 시도하자 정부가 나서서 M&A를 막은 것이다. 이 같은 프랑스 국부펀드 행동을 놓고 일부에서는 자국 산업을 지나치게 보호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는 44년 만에 찾아온 최대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그동안 상당한 부를 축적했던 국부펀드 테마섹이 돈을 풀기 시작했다. 테마섹은 지난달 테마섹 케어스(Temasek Cares)라는 자선단체에 1억 싱가포르달러(690만 미국 달러)를 출연해 저소득계층과 장애인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을 돕기로 했다. 테마섹은 지난해 중국 쓰촨성 지진 때도 자선기금을 배정하는 등 국외 사회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부펀드 외환보유서 투자로"

아시아중동국부펀드 작년 한해 17천억글로벌 자본시장 투자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7) 뉴플레이어 `국부펀드(SWF)`의 미래

2008년 한 해 동안 아시아와 중동 SWF들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신규로 투자한 자금만 17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이는 결국 하루 평균 4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무역으로 벌어들인 자금 전액을 아시아와 중동 SWF들이 하루 투자금으로 다 쓰는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향후 2013년까지 아시아중동 SWF 자산 성장 속도가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2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망대로라면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차입(레버리지)해 고수익을 노렸던 헤지펀드들보다 향후 SWF 수익률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전자산 위주로 보수적인 투자만 하는 SWF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본시장의 강적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커지자 중국 러시아 중동 등 외환보유액 규모가 큰 나라들이 저축보다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이 운용하는 외환보유액(금 제외)은 지난해 8월 사상 최대 규모인 7조달러에 육박했다.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말에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이 65400억달러까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불과 6개월 만에 5000억달러가 급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앙은행이 대신 시장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던 달러를 풀어 환율을 안정시키고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금융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방어했기 때문. 하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전 세계 외환보유액이 지난 3월을 저점으로 4월부터 다시 조금씩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6월 말 현재 68170억달러까지 회복한 상태. 앞으로 외환보유액이 과거처럼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적자를 조정해 나가는 동안 중국과 중동 등 외환보유액 규모가 큰 나라들이 가만히 않아서 떨어지는 달러 가치를 묵과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미국채를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도 국채 대신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결국 향후 외환보유액 증가세는 둔해지는 대신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SWF가 과감한 자산운용을 시도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WF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게 되면 외환보유액으로 국채 대신 회사채나 주식을 사는 셈이 된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안 사는 대신 미국 부동산이나 기업을 산다고 해서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시아와 중동 SWF들이 미국 국채 편입 비중을 점점 줄여간다면 과다한 재정적자로 인한 미국 경제의 악순환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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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돌파는 리더의 숙명기본으로 돌아가라

새로운 리더상은 소통공감하는 CEO더 큰 용기책임감으로 난관 이겨내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8) 글로벌 위기 후 `뉴 리더십`이 뜬다

 

 

 

 

 

 

지난달 25일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도요타 전시장에는 1500명이 넘는 보도진과 자동차업계 관계자로 장사진을 이뤘다. 카메라 플래시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신임 사장(52) 일거수일투족을 쫓았다. 그는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 장남이자 창업주 고 도요타 기이치로 손자다. 도요타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창업가 출신 사장 체제로 회귀한 것은 14년 만이다.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 최고경영자를 갈아치운 직접적인 계기는 글로벌 경제위기였다. 도요타는 글로벌 불황 여파로 작년 회계연도에 4370억엔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최종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맨 밑바닥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한마디로 위기 한가운데서 일본 최대 기업 리더가 된 소감을 밝혔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 리더십은 이제 거대한 실험대에 올랐다.

변화에 직면한 CEO세계적 간판기업 얼굴 교체 = 도요타뿐만 아니다. GM 야후 혼다 닛산 월마트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세계 간판기업 CEO 얼굴이 속속 바뀌고 있다. 고용전문 컨설팅업체인 챌린저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물러난 미국 기업 CEO는 모두 1484명으로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 3월 회계결산기 때 일본 재계 CEO 교체폭은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CEO 교체 태풍이 불었다.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분기 실적과 주가에 집착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아이디어였다"고 고백한 잭 웰치 전 GE 최고경영자는 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많은 경영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GE를 호령하면서 회사 규모를 40배 키우는 동안 직원을 11만명 넘게 해고해 `중성자탄 잭`이란 별명을 얻었다. 건물은 그대로 두고 사람만 쫓아내는 `신공`을 발휘했다 해서 붙은 별명이다.

잭 웰치 경영원칙은 규모를 키워야 시장을 장악한다 시장에서 1등이나 2등이 돼야 한다 주주가치가 최고다 직원을 평가해 최우수 직원과 일하라 카리스마 있는 CEO를 고용하라 등으로 요약된다.

그랬던 그가 "회사 주요 구성원은 종업원과 고객과 상품"이라며 단기 실적이 능사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사업 단위를 소규모로 쪼개고, 당장의 점수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고, 찍어 누르기보다는 공감하는 CEO가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상이 된 셈이다.

한국은 `오너의 귀환` 줄이어 =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들어 `오너의 귀환`이라 할 만한 사례들이 많았다. 두산그룹은 지난 3월 주총에서 2명이던 등기이사를 5명으로 늘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7년 만에 다시 한화석유화학 공동대표로 선임됐고 최재원 SK 부회장은 그룹 SK()SK텔레콤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형제 경영` 시대를 알렸다. 돌아온 오너들이 위기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기대 못지않게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상황이 훨씬 어려워진 만큼 더 큰 도전과 용기,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백 투 더 베이직조직 내 핵심가치를 북돋아라 = 위기가 지나면 유행처럼 새로운 리더십이 부상했고 그 진원지는 대부분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잖이 당혹스럽다. 벤치마크였던 미국 리더십이 심하게 타격을 받은 데다 그동안 실험했던 다양한 리더십들이 전방위적으로 도전받으면서 이제 더 이상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 때가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기 이후 리더십의 핵심을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로 요약한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기업마다 본질, 즉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강화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제조업이면 제조, 영업이면 영업에서 핵심역량을 발굴해야지 자동차회사가 금융에 올인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이번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것 역시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 미국시장 축소와 아시아 시장 팽창, 대형 기업 주가 폭락 등 도처에 널린 기회를 잡으려면 글로벌 경영감각도 필수적이다. "글로벌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영어능력이 아닌 외국 리더와 소통할 수 있는 식견과 소양"이라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조했다. 보스턴에서 온 CEO를 만나 다짜고짜 일 얘기부터 꺼내는 게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를 화제 삼아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춘근 LG경제연구원 인사조직연구실장은 "아직도 우리 현장에는 테일러식 경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조직원이 가진 내적 에너지와 창의력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주어진 틀 속에서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본질적인 힘을 끌어내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번 위기에서 보듯 리더 1명이 통제 가능한 경영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질 텐데 1명의 창의력이 아닌 집단 창의력을 발현시켜야 조직의 영속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현장경영에 충실할때CEO들 왕처럼 암행 나서야" 박찬희 중앙대 교수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8) 글로벌 위기 후 `뉴 리더십`이 뜬다

한국 경제를 일으킨 선대 경영인들은 알고 23세 후계자들은 모르는 것, 그것은 아마도 `숫자``결과` 뒤에 숨은 속사정일 것이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경영자가 숫자와 결과만으로 직원과 사업을 판단한다면 유능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아 위기 돌파가 어려워진다""특히 변수가 많은 국외사업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기업을 쌓아올린 창업주들은 철저한 현장 경영으로 직원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과 사업 분야의 한계요인 등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사업 규모가 커지고 많은 것이 시스템화된 지금은 현장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과거 임금처럼 암행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인들이 통제범위를 좁히고 사업부 간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미국은 기업에 자금을 대주던 금융권이 붕괴하면서 자금시장 목소리가 힘을 잃었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위기 이후 `남의 돈`을 끌어다 사업하려면 시장에 더 큰 신뢰를 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 찾아가 "그저 믿고 맡겨달라"고 하기엔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맞고도 보너스 잔치라니"각국 CEO 보수 잇따라 줄여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8) 글로벌 위기 후 `뉴 리더십`이 뜬다

 

 

 

 

 

1930년대만 해도 미국 기업 CEO 평균 연봉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40배 정도였다. 최근 데이터는 상상 초월이다. 2007년 기준 성과급상여금 등을 포함한 미국 S&P 기업 CEO 평균 연봉은 1050만달러로 일반 노동자 평균치 대비 344배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미국 `공정경제연합`). 기업에 기여한 바가 큰 만큼 각종 보너스로 보상받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는 최근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정치권이 발 빠르게 먼저 나섰다. 미국 하원은 올해 350억달러 이상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 지급한 보너스에 대해 90%까지 세금으로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상정시켰다. 오바마 정부도 경제 재건을 위해 기업 보수체계 개편을 중요 어젠더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기업 CEO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의견을 제시할 권한과 경영진에서 독립된 기업보상위원회를 설치할 것 등을 명시한 `보수 가이드라인 법안(say on pay)`을 마련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GM 크라이슬러 AIG GMAC 크라이슬러파이낸셜 등 7개 기업 최고경영자는 기본급 대비 3분의 1을 초과하는 보너스를 받을 수 없는 조치도 생겼다. 이들은 모두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들이다. 독일 정부도 공적자금 투입 기업에 대해 경영자가 보너스를 계약기간 만료 후에야 받을 수 있음은 물론 스톡옵션도 2년 후가 아닌 4년 후에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도 신한금융지주가 3월 임원회의를 열고 스톡옵션을 모두 반납하기로 결정했고 국민은행 대구은행 등이 스톡옵션 부여 계획을 철회했다. 또 정부는 그동안 방만 경영 책임을 물어 전체 공기업 성과급 지급률 상한을 일률적으로 20%씩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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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9) `균형발전` 진정한 성공의 길은

농업 자생력 키우게 보조금 의존 줄이고 R&D 투자 늘려야

세계 12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기적을 이끈 한국의 뒤편에는 `몰락하는 농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농업은 점점 더 영세해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농가 소득이 정체되면서 도농 간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95년 농가 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의 95.1% 수준이었으나 2007년에는 72.5%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도농 격차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농업의 영세성, 젊은 농업인 부족 등의 영향으로 농업 생산성은 계속 정체되고 있다. 농림기술센터(ARPC)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농업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40~50%에 불과하다. 그동안 한국 농업은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을 과감하게 줄이고 농업 자생력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개별농 중심의 영세 농업을 기업형 법인형으로 대규모화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숙제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민간 투자가 농업 분야에 흡수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규제 완화정책도 필요하다. 정부 지원을 떨쳐내고 농업 자체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하는 것. 이 밖에 농업 연구개발(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전체 R&D 예산 중 농림분야 비중은 5%에 불과하다. 한국처럼 인건비와 토지가격이 비싸지만 세계적인 농업 강국으로 성장한 뉴질랜드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는 국가 R&D 예산의 20%를 농업 분야에 투자해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새 품종 개발에 집중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짐에도 불구하고 품질 경쟁력에서 앞서 세계 시장에서 뉴질랜드 제품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균형만 앞세우면 `세종신도시` 미래 없다

국토 균형발전은 `발전통한 균형으로`지역특성따른 맞춤형 개발모델 찾아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9) `균형발전` 진정한 성공의 길은

#1. 2005727. 당시 정부 균형발전위원회가 혁신도시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발전 가능성`만 있으면 어떤 지자체도 대형 공공기관을 유치할 수 있다는 약속이 담겼다. 그해 여름은 지자체간 유치 경쟁으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당시 건설교통부에는 지자체 인사들 방문이 이어졌다.

#2. 혁신도시로 지정된 전주시 만성동중동, 완주시 이서면 갈산리 10145000일대. 한가한 풍경이 펼쳐진 이곳에는 포크레인이 지나간 바큇자국만 움푹 패어 있을 뿐이다. 포크레인은 멈춰 서 있고 일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한국토지공사 본사 이전 공사는 20083월 착공했다. 그러나 대한주택공사와의 통합 결정으로 설계 용역이 중단된 상태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공정률은 5%가 안 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난 정부의 국토발전 전략이 실패했다는 데 이견을 달지 못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지방이 더 타격을 받은 데는 개발붐을 일으켜 부동산 경기를 과열시킨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는 적어도 지금까진 지역성장의 마중물이 된 게 아니라 잠시 시름을 잊는 환각제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도마다 국고에서 풀린 수조 원대의 토지보상금은 지역주민들을 잠시 기쁘게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편승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난 지방아파트는 악성 미분양이라는 부메랑으로 지역경제를 내리누르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지방 미분양은 총 124594가구. 4월보다 1106가구 줄었다지만 집을 다 지었는데도 임자가 없는 집만 54141가구에 달한다. 사상 최대치다.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지방도시 개발계획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공기업 개혁과 통폐합민영화로 혁신도시는 찬밥신세가 된 지 오래다. 세종도시 역시 과거의 그림대로 중앙행정기관이 대거 내려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행정도시에 대해선 "결국 삼성그룹과 서울대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기업도시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2005년 시범지구 선정 이후 4년이 지난 기업도시가 표류 중이다. 정부 승인을 받은 6곳 중 무주, 무안, 서남해안(영암해남) 3곳은 추진 주체가 사라지거나 투자비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나마 착공한 태안, 충주, 원주 3곳도 공정률이 미미한 수준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부 안팎에선 `균형을 수단으로 한 지역발전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스스로 투자를 유치하고 도약하려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준 것이 아니라 대놓고 특정지역에 지원을 몰아준 방식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은 물론 같은 지역 내에서도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계획수립에 참여했던 전 정부 관계자 역시 `국토균형`이 결과가 아니라 수단이었다는 문제를 인정한다. 그는 "전체적인 전략보다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지가 정해진 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 `대못`이 된 행정기업혁신도시에 대해선 "진행하더라도 도시의 콘텐츠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행정도시에 대해선 대학, 기업의 추가 유치가 거론되고, 혁신도시 역시 국토부가 별도의 활성화방안을 준비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MB정부의 국토발전전략은 참여정부의 실패를 피해가고 있을까. 현 정부는 초광역개발권 전략, 163 기초생활권, 5+2 광역경제권 전략 등 이른바 3차원 지역발전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켜 균형을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실천이다. 작년 가을 30대 지역 선도프로젝트 선정과 5+2 광역경제권역 개발에서 보듯 아직도 일선 지자체들은 정부가 줄 `선물`을 따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역별 재정자립과 독특한 발전전략 수립은 요원할 따름이다. 새 정부가 행정, 혁신, 기업도시에 대한 추가 대책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만 반복하는 한 제대로 된 발전 청사진이 나올 리 없다. 이들 개발계획은 이미 정상 일정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새로운 청사진보다는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효과적인 전환이 바람직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절실하다.

 

혁신도시 건설계획 다시 짜야공공기관 옮기되 단계적 진행" 허재완 중앙대 교수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 (9) `균형발전` 진정한 성공의 길은

"지역마다 각기 특색에 맞는 발전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올바른 균형발전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이 비슷한 수준으로 잘 살게 되는 `결과의 균등`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정부는 최소한의 사회간접자본(SOC) 설립을 지원하면서 각 지역이 특색에 맞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방 소비세, 소득세 도입을 넘어서 각 지방이 주요 세율과 세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법인세율 등을 지방 자치적으로 조정해서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에 도입했던 혁신도시 건설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은 국민과 약속한 사항인 만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추가 개발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상황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혁신도시 건설이 예정된 도시는 최소 100만평 규모에 달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에 필요한 토지는 10~20만평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토지는 주거용지, 상업용지 등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부 지방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지역 경제 사정상 이 정도 대규모 도시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잘못했다가는 대규모 유령도시만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도시 개발을 다른 용도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보고 순차적으로 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허 교수는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지방 성장 거점을 집중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접근성이 용이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KTX 역세권을 중심으로 집중 개발해야 한다""성장잠재력이 높고 인프라스트럭처가 좋은 곳을 우선 개발해서 성장 효과가 주변으로 번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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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위기한국은 1년동안 무엇을 배웠나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① ◆

 

 

작년과 다름없는 가을이다. 어느 새 주가는 1600선을 넘겼고, 집값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안정적인 봉급생활자라면 지난 1년이 평범했을 수 있다. 100년 만의 위기라지만 변화라야 고작 보너스가 줄어든 것 정도니 무리도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큰 틀, 경세제민의 틀은 이미 뒤바뀌기 시작했다. 세계는 지난 1년간 `사건`들이 던진 과제의 해법을 찾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20089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후 의미심장한 10대 사건을 꼽아봤다. 전인미답의 험로를 헤쳐가는 한국 경제에 이들 사건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자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의 터전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무너진 선진 금융신화 (2008915) 작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선진 금융의 신화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은 시장의 변동성(VIX지수)을 역대 최고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이후 실물경제 전반을 뒤흔들었다. 투자은행(IB)에 대한 일반인의 선망 어린 시선이 한순간에 증오로 바뀌었고, 전 세계 금융시장 중개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자금 조달 통로가 사실상 폐쇄됐다. 기존 금융 관행의 모든 것이 의심받았다. 이전까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현상이었다. 리먼 파산은 시장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그것도 변화의 서두에 불과했다. `건강한 젊은이들은 이제 월스트리트를 기웃거리지 말라`는 기사들이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의 머리를 장식했다.

정부 대외채무 지급보증 외환위기 낙인효과 절감 (20081019) 리먼 사태 이후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의사와 무관하게 10년 전 외환위기로 되돌아가는 악몽에 시달렸다. 환율이 치솟고, 외국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길이 막혔다. 기업이 건실하고, 외환보유액이 세계 6위며, 단기외채 성격이 예전과 다르다는 해명은 시장에 먹혀들지 않았다. `한 번 부도 위기를 겪은 나라`라는 낙인 효과(Stigma effect)는 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눌렀다. 정부가 1000억달러에 이르는 대외채무 지급보증에 나선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는 절박한 시도였다. 사실상 민간의 리스크를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 통화스왑 경제외교의 중요성 인식한 계기 (20081030) 역사적인 날이었다. 미국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왑 체결은 단기 자금경색을 풀어내는 전환점이 된다. 이후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이 체결되면서 `달러 보릿고개`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12월과 3월 위기설마다 환율이 치솟았지만 자금조달 기능은 작동했다.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와 함께 미국과의 통화스왑 막차를 탄 효과는 대단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지나치게 높은 무역의존도와 공용통화를 갖지 못한 서러움을 절감한 계기이기도 했다.

G20 정상회담 한국, 흥국 이익의 대변자 부상 (20081115) 리먼 사태 후 두 달 만에 전 세계적인 공조가 본격화된다. 국제 공조가 가동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공조의 형식과 내용이었다. 결론은 선진 8개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포함된 G20가 논의를 주도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영국 등 선진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이자 의사결정 구조에서 소외됐던 개발도상국의 발언권 높이기가 현실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0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 자리를 꿰차고, 정상회담 국내 유치를 노릴 정도로 새로운 대화창구를 적극 활용했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하 중앙은행 역할 재정립 (20081211) 위기 상황의 새로운 정책 시도는 각국 중앙은행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했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기준금리를 무려 1%포인트나 떨어뜨린 이날을 전후해 한은은 금융위기 해결사로 전면에 나선다. 외국 중앙은행들과 함께 이전에 `걸어보지 않은 길`로 들어선 것이다.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공격에 시달렸던 한은은 이후 추가적인 금리인하로 기준금리를 2%까지 떨어뜨리고, 총액한도대출을 확대하면서 위상을 높여갔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은행법 개정과 공동검사권 부여 등을 논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경제팀 교체 시장 친화 경제정책의 중요성 수용 (2009119) 외환시장 불안과 위기 대응방안을 놓고 불거진 정부 내 알력은 1기 경제팀에 "위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안겼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청와대로 이어지는 위기대응 시스템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시키자, 금융위원회를 다시 합치자,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새해 벽두까지 이어졌다. 정책 해법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인사에 대한 비판은 손쉬운 탈출구였다. 이후 윤증현 경제팀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강만수 경제팀이 채택했던 과감한 위기대응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3월 위기설 재발, 환율 최고치 경신 시장신뢰 최우선 (200932) 지난 32,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1600원을 넘겼다. 작년 가을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원인은 시장의 심리적 불안감이었다. 외신들은 은행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당국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과도 일부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3월 위기설은 설로 그쳤다. 다시 환율은 달러당 1200~1300원대로 안정세를 찾아갔다. 12월과 3월 위기설을 넘기면서 한국 경제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28조원대 추가경정예산 적재적소 재정투입 대응 (2009324) 금융이 무너진 상황에서 위기에 대응할 힘은 나랏돈, 즉 재정뿐이었다. 이미 48000억원대 추경(2008), 10조원이 넘는 추가예산을 편성했던 정부는 2기 경제팀 출범의 첫 작품으로 총 28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했다. 세수 부족분 11조원을 뺀 17조원 남짓이 추가 지출분으로 잡혔다. 희망근로와 각종 서민지원안이 담겼다. 당장 반응은 좋았다. 그러나 이후 국가 재정에 대한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정부는 그래도 "확장재정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M 파산 GM 파산 금융위기의 실물 전이 막는 대비책 부심 (200962) 미국형 성공모델의 상징, GM의 파산보호 신청은 리먼 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파장이 컸다. 금융위기가 바야흐로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5월 내내 금융시장을 괴롭혔다. GM의 파산전망에 따라 연일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다행히 뚜껑을 연 GM 파산 처리는 아직까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6월 초 파산보호 신청 한 달 만에 각종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GM 같은 위기의 잠복 요인은 여전하다.

출구전략 논의 활발 부작용 최소화하는 탈출 모색 (20099월 현재) 지금 한국 경제에는 회복 신호가 완연하다. 2분기 성장률이 2.3%를 기록했고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 -1.5%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물가가 1~2%대로 내려왔고, 광공업생산도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주가지수는 다시 1600(2009824) 선을 넘었다. 정부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민간은 물론 G20 차원에서도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투자가 부진하고 가계와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급격한 출구전략은 또 하나의 위기를 부를 수밖에 없다.

 

호주가 케인스 최고 우등생

선진 10개국중 두나라만 위기전 수준 회복

선제적결단력 있는 재정 투입이 주효

글로벌 금융위기 1년 분석해보니 매일경제삼성공동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① ◆

# 1작년 1011일 오후 호주 총리 관저에서 케빈 러드 총리와 웨인 스완 재무부 장관이 긴급 회동했다. "대대적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스완 장관 보고에 러드 총리는 "동원 가능한 재정을 즉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기부양책을 마련한 호주는 퇴직자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등 100억호주달러(10조원)를 그해 연말까지 쏟아부었다.

# 2같은 해 1026, 일요일인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자료는 어느 때보다 두툼했고 회의 분위기는 숨막힐 정도로 긴박했다. 실물경기 회복을 위한 종합대책 방향이 사실상 결정된 이날 정부는 재정의 조기 확대와 기준금리의 파격적인 인하, 환손실 대처,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광범위하게 논의결정했다. 배석한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비상대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선제적이고(preemptive), 결단력 있고(decisive), 충분한(sufficient)` 대응원칙은 이후 30조원이 넘는 재정투입의 기초가 됐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 1. 국가별 성패는 과감성과 대응속도에 따라 냉정하게 엇갈렸다. 1일 매일경제와 삼성경제연구소가 G20에서 선진경제권으로 분류되는 10개국의 재정투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 호주와 한국이 가장 빠른 경제 회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후 가장 먼저 과감한 재정정책을 폈던 것이 주효했다는 진단이다. 나랏돈을 경제살리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썼다는 것이고 재정을 통한 `국소처방` 효과가 가장 확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 회복과 고용 안정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한국과 호주 경제를 되살린 셈이다. 이번 분석은 각국의 `위기극복용 재정 투입 대비 GDP 회복 효율성`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제통화기금(IMF)7월 말 성장전망치 등 거시지표를 기준으로 위기 전후 2년간(2007~2009) GDP 성장률을 위기극복 재정 증가율로 나눈 값(효율성 지수)을 구했다. 그 결과 호주가 0.5, 한국은 0.1G20 선진경제권 10개국 중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미국(-0.8)과 영국(-2.2), 프랑스(-3.2) 등 나머지 8개국은 값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과감한 재정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GDP가 위기 전인 2007년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방식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이전까지는 전체적인 재정투입 대비 산출효과만을 분석대상으로 삼아왔다. 다만 정부 지출에 의존한 경기 회복은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해 민간 수요 확대나 글로벌 불균형 해소와 같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속하고 과감한 나랏돈 투입이 경제운명 갈랐다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더블딥 방어가 과제

호주 G20서 출구전략도 공동제안키로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① ◆

 

한국은 재정과 환율이라는 버퍼가 있기 때문에 (주요국 가운데) 경기회복이 가장 빠를 것이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내 경제가 `패닉` 상태로 치닫자 1기 경제팀은 이런 논리를 펴며 시장불안을 진화했다.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당시 낙관론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정만 놓고 볼 때 한국경제는 선진국보다 더 과감하게 쓰고, 더 나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위기가 닥친 뒤 주요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재정지출을 늘렸다. 2007년에는 G20 5개국이 재정흑자였지만, 올해는 20개국 모두 재정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20개국 평균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GDP 대비 8.1%, 2년 만에 7배 넘게 치솟을 전망이다. "불황 때는 정부가 지출을 늘려 수요를 창출하라"는 케인스의 충고를 따른 결과 세계 경제는 조기회복 기대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개별 국가들을 놓고 보면 `모르핀 효과`는 제각각이었다. 얼마나 신속, 과감하게, 적절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G20 선진 경제권 10개국 가운데 2007~2009GDP 대비 위기극복 재정 확대 비율이 가장 높았던 호주와 한국은 이 기간 각각 1.6%, 0.4%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머지 8개국은 모두 GDP가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위기극복 재정 확대 비율이 가장 낮았던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는 각각 GDP성장률 전망치가 -6.1%, -5%, -2.3%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또 무조건 재정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위기극복 분야 지출에 집중했던 것이 보다 효율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본은 전체 재정 확대 폭이 호주나 우리나라보다 더 컸지만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6.6%, -3.5%로 부진하다. 금융회사 부실처리와 고령화 대책 등 경제회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에 에너지를 소모한 결과다. 위기극복 재정은 얼마나 신속하게 집행하느냐에 따라서도 효과에 차이가 있었다. 증세가 악화된 후에는 `모르핀`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지난 27870억달러 규모의 천문학적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이 가운데 올해 책정된 규모는 1849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마저 상반기 집행률이 35%에 머물러 경제회복을 견인하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정의 3분의 2를 상반기에 쏟아부은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재정적자에 보수적이어서 경기부양책 규모도 작고, 타이밍도 늦었다. 위기의 한가운데 있던 지난 4G20 정상회의에서조차 유럽 측은 재정적자 확대를 놓고 미국과 실랑이를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정 조기집행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이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속도가 늦었다""각각 정치 스케줄과 재정적자 가이드라인 등으로 신속 과감한 집행에 제약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정을 모두 쏟아부어 `실탄이 떨어진 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민 중 하나가 됐다. 재정적자 확대는 결국 국채발행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더블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 악화 역시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IMF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내년 재정적자 규모가 GDP10%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IMF는 한국이 2007GDP3.5% 재정흑자에서 내년 4.3% 재정적자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가 오는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호주와 함께 `출구전략 G20 공조방안`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급속하게 흑자재정에서 적자재정으로 바뀐 두 나라가 출구전략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분석] "풀린 재정 브레이크 타이밍이 중요"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시기 잘못 판단땐 장기침체 우려출구전략 서둘지말고 신중해야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① ◆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청신호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2분기 이후 급격히 개선되기 시작한 거시지표들은 경기가 바닥을 탈출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가능케 한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가격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각국 정부가 고민하는 대목은 현재의 경제 회복세가 미증유의 재정확대 정책에 힘을 입었고, 재정지출 확대는 지속가능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불황은 경기 사이클상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수준`이었으며 실업률은 올해 6월 기준 9.5%로 쉽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회복세도 상당 부분 재정 조기 집행과 승용차 세제혜택 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근본적인 원인 치유를 미룬 채 지출 확대를 통한 대증요법에 치중해 왔다. 이는 일종의 `버블로 버블을 치유`하는 방식이지만 당면한 금융위기를 타개하고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민간 수요가 회복되기까지 각국의 정부 지출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는가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률과 부채 규모가 작은 중국이나 한국 같은 국가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세수 증대를 수반하는 흑자재정은 당분간 선택 가능한 대안이 못 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명목성장률과 금리, 재정적자 및 부채 규모를 고려했을 때 장기적 재정 건전성이 이미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 OECD2010년 미국과 일본, 영국, EU를 비롯한 주요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7~-14%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나라들은 정책금리가 명목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 재정적자를 계속 떠안고 가기 어려운 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도 현 시점에서 재정확대 정책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가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재정을 풀었다가 긴축하는 타이밍이 적절치 않을 경우엔 자칫 1930년대의 미국이나 1990년대의 일본 같이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 이른 재정 축소가 회복세를 둔화시키고 장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너무 늦은 균형회복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장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재정 지출 확대로 국채발행이 늘고, 이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 합리적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의 성패는 적절한 `타이밍`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출구전략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독자적으로 앞서 나가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선진국의 정책 추이를 지켜보며 이행 시기를 조율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경제 규모가 작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경쟁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선제적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한다고 해서 특별한 이익과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OECD`고통지수`스페인이 가장 아팠다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① ◆

 

 

 

 

 

글로벌 경제위기를 체감하는 강도는 선진국 간에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지난 2분기 현재 통계가 나온 13개 회원국을 분석한 결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직전 6개월간)을 합한 `고통지수`는 스페인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6.85%에 달했다. 뒤를 이어 헝가리(13.31%)와 아이슬란드(11.49%)가 두 자릿수 고통지수를 기록했다. 유럽 국가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의 `유탄`을 가장 먼저 맞은 나라들이 고통의 강도도 가장 심했던 셈이다. 우리나라는 5.61%, 13개국 가운데 10위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경제위기의 `참화`에서 개인들이 겪은 피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었던 셈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 실업률(3.9%)13개국 중 두 번째로 낮았던 결과다. 스위스(3.52%) 일본(4.02%) 등은 고통지수가 3~4%에 불과했다. 위기의 `진앙`인 미국은 위기 이후 고통지수가 급격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5.19%였던 미국의 고통지수는 올해 2분기 9.75%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고통지수 증가율로 따지면 13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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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경제체력중병, 독감, 은 회복 기미

한국 감기 빠른 회복중

이탈리아 아직도 위기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②◆

글로벌 금융위기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지난해 9.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세계 각국의 경제가 터널 속에 갇혔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각국의 사정을 좌표로 찍어보면 위치가 제각각이다. 지난 1년간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성적표가 되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각국 대응 성적표를 통해 G20 국가를 4개 그룹으로 분류해 보면 면역성을 갖춘 국가부터 중환자, 독감, 감기형으로 나눌 수 있다.

기초 튼튼 외풍에도 강한 면역형 = 중국이 속해 있는 I그룹은 면역형이다. 지난 1년 동안 금융위기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는 했지만 큰 병치레 없이 면역 체계를 갖추게 된 국가들의 유형이다. 중국과 함께 일본 브라질 인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는 강한 경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그동안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한 결과 이번 위기의 탈출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강한 경제체질에 비해 무기력한 모습도 보인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과 공격적인 대출 확대에 힘입어 경기가 빠른 속도로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지난 7월에는 인플레이션이 -1.8%(전년 동월비)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구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물가 상승 위험도 없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 8월 말 주가는 지난해 9월 말에 비해 50% 이상 급등한 상태다.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히던 은행 부실도 안정을 찾고 있다. 지난 연말 5600억위안(2.4%)에 달하던 중국 은행의 부실자산(NPL)은 올 75180억위안(1.77%)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빠른 침체빠른 회복 감기형= 중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감기를 앓고 있는 상태. 우리나라를 비롯한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멕시코 등은 모두 경제 펀더멘털은 강했지만 금융시장에 취약한 그룹에 속한다. 이 그룹에 속한 나라들은 대체로 자원의존도가 높거나 수출주도형 경제로 구성돼 있어 외풍에 약한 게 특징이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초반부터 고위험 국가로 분류돼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올해 초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유동 외채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를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과 함께 위험국가로 분류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이 그룹은 본래 펀더멘털이 강하기 때문에 경기가 반등할 때에도 먼저 일어서는 양상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 이목을 집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독일도 유로 경제권에서는 비교적 가파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0.3% 증가하면서 예상 밖의 확장세를 보인 데다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기업 투자도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3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독일의 기업신뢰지수도 지난달에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체력 약한데 외풍까지중환자독감형 =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분류되는 미국 영국 등이 각각 중환자와 독감환자 그룹에 속한다. 이 그룹에 속한 나라들은 대체로 경상적자 누적이 심각하고 예대율이 낮아서 거시경제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 미국 터키 프랑스 등은 그나마 금융시장이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지난 1년간 자국 통화가치가 24% 이상 급락하고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73.3% 급등하는 등 여전히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지표 착시 심해 맹신에서 벗어나야"

정호성 삼성경제수석연구원전문가 분석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②◆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경기회복의 기대감에 따른 재고조정이 진행되면서, 각국 경기는 순환적인 확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각국의 CDS 프리미엄(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리먼 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는 듯하다. CDS 프리미엄과 관련해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 피크타임 및 절댓값의 차이다.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작년 10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CDS 프리미엄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월비 2.6배 이상 폭등한 반면 금융위기의 주역인 선진국은 2.1배에 그치면서 금융시장의 실제 취약성과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이것이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첫 번째 착시현상이었다. 즉 실제 불은 미국에서 났지만 불 끄는 데 필요한 물(달러)은 신흥시장에 집중돼 있어 미국이 자기의 물을 사용하는 대신 신흥국에 쏟아 부었던 물을 회수하면서 신흥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렸던 것이다.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은 중국의 과감한 경기부양책 추진 등을 기점으로 하향 안정화 궤도에 진입했으나, 대응이 뒤처진 선진국 금융시장은 올 2월이 되어서야 피크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때에도 절대적인 수치는 121에 불과해 신흥국 평균의 6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부실 처리 문제로 취약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도 전 세계의 시장 관계자들은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을 훨씬 덜 위험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착시현상이다. 외환보유액도 같은 이치로 설명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전 세계의 63%에 해당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단지 몇억 달러의 증감이 발생했을 뿐인데 당장 국가가 부도에 처할 것처럼 일희일비하게 된다. 반면 달러(기축통화)나 유로와 같이 외채 결제가 가능한 통화를 사용하는 구미 선진국들은 평상시에 외환을 비축해 둘 필요성이 떨어진다. 이렇게 볼 때, 선진국들은 신흥국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가지는 의미가 희석되고, 더불어 금융회사의 예대율이나 자기자본비율 등의 지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DS 프리미엄에 이러한 리스크가 반영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흥국에서는 금융지표의 의미를 과대평가하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달러경제권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며 동시에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며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약인 것이다. 따라서 신흥국들은 금융지표의 변화에 대해 냉정한 자세가 요구되며 반대로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금융시장 취약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지표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어떻게 조사했나?

5개 거시지표금융시장 종합분석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②◆

`글로벌 금융위기 각국 대응 성적표`는 지난 한 해 동안 각국 경제 성적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두 부문으로 나눠 조사한 후 이를 합산해 산출했다. 조사 대상 국가는 G20 국가(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EU의장국) EU의장국을 제외한 19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거시경제 부문은 한 나라에 대한 위험을 측정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표(외환보유액 GDP 대비 경상적자 장단기 외채 수출 예대율)를 기초로 했다. 이들 5개 거시경제 지표에 대해 금융위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말 통계와 올해 가장 최근 지표를 비교해 변화율을 구했다. 이를 통해 평점과 순위를 매긴 것이 거시경제 부문 성적표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위기를 겪으면서 특정 국가 위험이 실제보다 과장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있었으므로 앞서 구한 거시경제 부문 성적표에 다시 시장에서 보는 위험 시각을 첨가해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각국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금융시장 지표인 환율과 주가지수, 크레딧디폴트스왑 프리미엄 등 세 가지 지표 변화율을 분석해 거시지표와 같은 방법으로 절대값, 평점, 순위 단계를 거쳤다. 이렇게 해서 구한 거시경제 부문과 금융시장 부문 통계치를 종합해 점수화한 후 다시 순위를 매긴 것이 종합성적표다. 각 부문 성적의 전체 19개국 평균치를 두 축으로 상대적 강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재분류한 것이 각국 대응 성적표 매트릭스다.

 

금융위기 1G20 경제체력 점검해보니

한국, 이어 종합 2매일경제삼성공동 분석

글로벌 금융위기 1(2) / 4부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각국 정부가 일제히 위기 대응에 나선 가운데 국가별 경제체력 순위에서 치열한 자리 바꿈이 거듭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경제 체질이 가장 돋보인 나라는 중국이었다. 2일 매일경제신문과 삼성경제연구소가 G20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경제위기 대응 성적표를 산출해본 결과 중국이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특히 거시경제 부문과 금융시장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이 종합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부문에서 상대적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거시경제 부문에서는 조사 대상 19개국 중 2위를 차지한 반면 금융시장 부문에서는 13위를 차지해 성적표가 확연히 엇갈렸다. 중국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면 한국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각국 대응 성적표는 G20에 속하는 19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거시경제 측면 변화(외환보유액 GDP 대비 경상적자 장단기 외채 수출 예대율)와 금융시장 부문 변화(환율 주가지수 크레딧디폴트스왑 프리미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경제체력을 국가별로 재점검해본 것이다. 종합성적 하위 5개국은 영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호주 이탈리아 등이 차지했다. 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종합성적 13위에 랭크됐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신흥시장국들이 전반적으로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낸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노출 정도가 크기 때문에 금융시장 부문에서는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수출 두자릿수 증가` 확인후 출구전략을

주택 가격 상승이 세계경제 회복 시그널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②◆

전 세계의 관심이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쏠려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했던 정책을 언제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다. 재정 긴축과 금리 인상, 증세 등을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을 언제부터 거둬들일 것이냐가 핵심이다. 새로운 경제환경 변화에 살아남으려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이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일경제신문은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파악할 수 있는 10대 지표를 선정했다. 금융, 실물, 대외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선정한 10개 지표의 회복 시점에서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부문은 위기 이전 수준 회복 = 환율, 주가, 외환보유액, 신용스프레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등 5대 금융지표는 상당 부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코스피 1600선을 돌파한 주가와 2500억달러에 육박한 외환보유액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을 위기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달러당 1250원 선에서 맴돌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안심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위기 이전에 환율은 달러당 900원대 중반이었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 지연을 감안하면 더 이상 이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지금으로서는 환율이 달러당 1000~1100원대로 수렴할 때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시장의 신용경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신용스프레드나 금융회사가 외화를 빌릴 때 기준이 되는 CDS 프리미엄도 많이 회복됐지만 아직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 3년물 간 금리 차이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는 올해 초 460bp까지 올랐다가 현재 120bp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위기가 반영되지 않았던 지난해 초 20~30bp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CDS 프리미엄도 위기 직전 수준인 120~130bp까지 떨어졌지만 적어도 100bp 미만으로 떨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물 부문은 아직 요지부동 = 금융지표만 보면 한국이 출구로 나갈 때가 됐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실물 부문은 갈 길이 멀다. 실물 부문에서는 특히 수출과 투자, 고용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월별 수출증가율은 현재 -20%대를 기록하고 있어 일본 독일 프랑스 등 -30%대를 보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서지 않고서는 실물경제 회복을 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재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 회복세가 다소 더디더라도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면 실물경제 위기 탈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출 회복은 결국 세계 경제 회복을 뜻하므로 위기 탈출의 결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지표로는 실업률보다 취업자 수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6월 반짝했다가 7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취업자 수가 수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는지가 중요하다.

미국 부동산 가격에 주목해야 =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가 살아나지 않은 채 한국의 독자 회복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경제 회복의 시그널은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위기의 시작이 미국 부동산 가격 폭락이었기 때문이다. 2006년 중반 고점에 비해 현재 33% 정도 하락한 미국의 주택 가격은 일단 하락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대도시 집값 동향을 보여주는 S&P케이스실러지수는 지난 2분기 중 2.9% 올랐다. 3년간 지속되던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 가격 상승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종료 예정인 지원책에 힘입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물가상승률이 낮아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미국이 선제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과 함께 다양한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서 출구전략 국제공조 논의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②◆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제3G20 정상회의는 `출구전략` 회의가 될 전망이다. 출구전략은 다른 논의 주제와 달리 각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G20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출구전략에 관한 한 대체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최근 "미국과 영국, 유럽 국가와 다른 선진국들이 채택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철회하기에는 아직 이르다""이번 G20 회의에서 이 문제에 관해 각국 정상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운을 뗐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도 이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펴왔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서 서서히 손을 빼는 출구전략을 시작할 때 국가 간 조율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맞췄다. 1, 2차 회의를 거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자임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이번 회의가 남다르다. 차기 개최지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차기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될 경우 호주와 공동으로 제안할 예정인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 공조방안에 보다 강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몇 가지 이슈에서는 대륙 간, 국가 간 이견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인 금융업계에 대해 유럽은 "임금마저도 규제해야 한다"며 보다 강력한 수준의 규제를 주문하고 있어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G20 회의에서 은행들의 과도한 보너스 지급을 제한하는 등 `금융과잉` 현상을 막기 위해 동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후 브라운 영국 총리도 "금융가의 과도한 보수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맞장구를 친 만큼 미국과 유럽의 대결이 볼 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나 세계은행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얼마나 구체화될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최근 부상한 경제 대국에 보다 많은 대표성을 인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유럽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금융위기 극복 모범국가적기 재정투입해 고용늘려"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상업부동산 문제로 더 큰 위기 맞을수도"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②◆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위기관리를 제일 잘한 나라입니다. 적기에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렸기 때문입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1년을 맞아 전 세계 각국을 분석한 결과 중국을 위기관리 능력이 가장 뛰어난 모범국가로 꼽았다. 그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다른 나라와 연관성이 적어 유럽이나 남미처럼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았고 그 결과 재정 투입 효과가 바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경제는 앞으로 수년 동안 매년 8~10%씩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위안화의 국제통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중국이 외환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버리지 않는다면 위안화는 기축통화나 국제결제 화폐가 될 수 없다""중국은 가까운 장래에 외환통제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도 잘 극복한 나라 중 한 곳으로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위스는 "한국은 자본재 위주의 중국 쪽 수출 덕분에 잘 버텨왔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스템에서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금융 개혁에 힘입어 위험 요소를 줄여온 나라라고 진단했다. 위스는 미국 경제는 이제 막 바닥을 찍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더블딥(경기가 회복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급격한 회복 가능성도 작다고 예측했다. 그는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려면 급속한 경기 회복이 필요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경기가 빠른 회복은 아니지만 안정되다가 다시 급강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과 함께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재발을 향후 경기 회복의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부실 문제는 대형 은행이 아닌 주로 소규모 은행에 연관돼 있고 그 규모도 주택용 모기지보다 작다. 그러나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에만 연결돼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나 AIG 때보다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임밸런싱(불균형)도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그는 "무역적자 국가들은 적자 규모를 줄이길 원하고, 흑자국은 흑자 규모를 유지하려고 한다""리밸런싱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이 남아 있다""무역전쟁은 경제를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위스는 1999S&P에 들어오기 전에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수석경제학자를 역임했고, 영국 중앙은행 경제고문을 지냈다. MIT 학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위기 출구 보이지만 가계부채中企대출이 `뇌관`

대출금리 7.5%땐 가계부담 14조 늘어

정부보증 만료후 中企 부실 속출 가능성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③◆

#1회사원 J씨는 두 달 전 서울 광장동 아파트를 산 뒤 CD금리를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됐다. 집을 살 때 CD금리에 연동해 대출을 받았는데 지난달 금리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자 좌불안석이 된 것이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더 오르면 그는 매달 30만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2창원에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K씨는 내년 1분기에 돌아오는 대출 만기 때문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올해는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조치로 넘어갔지만 연말 보증지원 시효가 만료되면 내년에는 다시 `빚독촉`에 시달릴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출구`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가지 `뇌관`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700조원 규모 가계부채와 430조원 규모 중소기업 대출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품이 꺼진다면 조기 회복은 물 건너가고 2차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신용카드 할부를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6977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3분기에 676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위기 이후 오히려 가계빚이 3.2% 증가한 셈이다. 상반기 개인 부문 연체율이 1%를 밑돌 정도로 안정돼 있었지만 향후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79개월 만에 처음 올랐다. 신규 대출 평균금리가 5.58%로 전달보다 0.11%포인트 오른 것. 연말 이후 한은이 정책금리를 인상해 단계적으로 위기 전 수준까지 대출금리(신규 대출 평균 금리 7.45%)가 오른다고 가정할 때 가계가 부담할 이자비용은 연간 14조원 늘어난다. 그만큼 가계는 소비여력이 줄고, 은행 또한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카드사태`에 버금가는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분기처럼 9%대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고, 가계대출 금리가 4분기 6%까지 오르면 가계신용위험지수는 4분기 1.56까지 높아져 2003년 카드버블 붕괴 당시(1.63)에 근접한다"고 경고했다. 카드버블 붕괴는 1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금융권 부실과 소비 침체로 이어진 바 있다. 중소기업 대출도 `시한폭탄`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올해 말까지 전액 만기 연장과 함께 최대 100% 보증이라는 파격적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신용경색으로 인한 줄도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부실이 터지는 시점을 1년 뒤로 미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6년부터 지난해 위기 발생 시점까지 국내 은행들은 부동산 규제 등 영향으로 개인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매달 중기대출 잔액이 4~5조원씩 증가하는 비정상적인 활황세였다. 구조조정이 필요했지만 정부의 보증 지원으로 한계기업들이 `산소호흡기`를 달게 됐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중소기업에 제공한 신규 보증과 만기 연장은 411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동기(228000억원)보다 80%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 조치 시효가 끝나는 연말 이후다.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정부 지원 시효가 끝난 뒤 내년 이후 중소기업 부실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위기 이전 1%를 밑돌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 42.59%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는 이달부터 자본금 50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증서를 받고 대출한 은행 피해는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정부는 대규모 재정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지원한 보증 지원에서 사고율이 10%일 때 세금으로 4조원을 메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보증사고율이 14%에 달했다.

중국이 금리 올리면 한국 수출산업 타격"

모건스탠리 샤론 램 이코노미스트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③◆

1년 전과 비교해보면 현재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 시각은 온건해졌다. 유동성을 통한 자산가격 상승 염려도 큰 편은 아니다. 오히려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유가 상승이나 중국의 갑작스러운 통화정책 변경 등이 우리 경제에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샤론 램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버블`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치다""정부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확대하는 것도 새로운 버블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금융위기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자산 가격 하락과 저금리를 기회 삼아 투자를 재개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 램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비싼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더 빌리고 있는 것이지만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과 상관없이 주택대출이 늘어나 집값이 오르고 있어 문제"라며 "따라서 한국에서 추가 대출 규제나 금리 상승 등이 나타나더라도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돈을 빌리는 사람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정책이 금융시스템 안정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위기 수습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이 풀린 돈이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흘러들어가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염려도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증가를 설명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M1(협의통화)은 지난 2분기 말 한국이 37% 수준인 반면 중국은 63%, 대만은 79%에 달했다""주변국과 비교하면 한국 유동성이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나 주변국 통화정책 변경 등 대외변수는 여전히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갑작스럽게 통화정책을 변경하게 되면 향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만약 중국이 금리를 올리고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면 건설기계 등 한국 주력 수출 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이번 위기에서 탈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수출 부문이 건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만일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마저 수입을 줄이게 된다면 한국 경제에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불청객` 부동산투기 재현 조짐

미국유럽은 죽쑤는데 강남 일부평형`뜀박질`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③◆

"부동산 편식이 심각하다. 개인자산 80% 내외를 집과 땅으로 가진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가 유일하다. 중대형 아파트를 사면서 필요하지 않은 공간을 가지는 이유가 가격 상승 기대 때문이라면 언젠가 이런 거품은 붕괴된다. 그리고 붕괴는 과거 일본처럼 `우리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사석에서 남긴 경고가 섬뜩하다.

 

금융위기 후 1, 경기 회복 신호가 강해지면서 우리 경제에 오랜 불청객이 돌아왔다. 부동산 투기다. 서울 강남 재건축에서 시작되는 이 고질병은 늘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위화감을 심화시킨다. 게다가 과도한 가계대출을 동반해 가격 하락 시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잠재적인 부실도 늘린다. 최근 과도한 가계대출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태반은 부동산이 근본 원인이다. 미국과 유럽이 여전히 죽을 쑤는데 우리만 유독 부동산값이 뛰는 건 좋지 않다. 또 있다. 집값과 땅값이 오르면 임대료도 뛰게 마련이다. 최근 3.3(1)1000만원을 넘긴 강남권 전세금과 덩달아 불안한 수도권 일대 전월세는 안 그래도 어려운 서민중산층에게 심각한 걱정거리다. 정부도 부동산 투기의 심각성을 잘 안다. 윤증현 장관 말을 빌리면 "한국 경제 발전 역사는 부동산 투기와 전쟁의 역사".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경제정책 당국이 이번엔 부동산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다. 7일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 60%, 서울 50%로 일괄 확대한 것은 이런 고민에 따른 결과다. 정부는 내심 이미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 확대 공급과 함께 이번 조치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길 기대한다. 문제는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은 선뜻 투자에 나서기보다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에 자꾸 곁눈질을 한다. 지난 6월 송도국제업무지구 청약에 2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을 상기해보자. 강남 재건축 일부 평형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모두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

 

경기회복은 남의 얘기 깊어지는 中企 CEO의 한숨

공장선 재료살 돈없어 발동동

정부 지원금 신청해도 예산 다 썼다는 말만 되풀이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③◆

"사장님, 재료 살 돈이 없습니다. 선수금을 좀 주셔야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환경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A기업의 C사장은 물건을 만드는 공장에서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일감이 없었던 공장에서 현금이 부족해 물건 재료도 사지 못할 지경이라는 얘기다. 물건 납기일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제품을 못 만드는 아찔한 상황이다. 사실 그에게 이런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어 주기로 계약했던 공장이 망한 것도 벌써 두 번째. 고스란히 날아간 계약금은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C사장은 은행으로 발품을 팔러 다녔다. 공장에 재료 구매 비용을 마련해 주기 위해 다시 한번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나마 나 같은 경우는 회사 운영은 할 수 있어 괜찮은 상황"이라며 "경제가 나아진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돈 없어서 문닫는 공장이나 물건이 안 팔려 사업을 접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이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2.6%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7월 광공업 생산은 9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거시 지표들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물경제 구석구석에는 위기의 여파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기사들은 다른 세상 얘기일 뿐이다. 사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J씨는 "일감이 계속 없어 이제는 공장을 접어야 할 판"이라며 "올해 초부터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신문에서 `경제가 살아난다`는 기사를 보면 복장이 터진다"고 말했다. 무역업을 하고 있는 B씨는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봤자 자동차, IT 등 대기업들 중심으로 나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전반적인 실물경제 분위기가 여전히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아직 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나고 있는데 정부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재정 조기 집행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중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시설자금, 공장 구입자금을 신청했는데 이미 다 소진됐다고 하더라. 경기도에 요청했을 때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이제 3분기가 지났는데 올해 예산이 벌써 없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상반기에는 제대로 된 심사도 없이 돈을 막 쏟아부어서 하반기에 막상 필요한 사람에게는 지원이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힘든데 돈줄을 쥐고 있는 은행의 고압적인 태도도 중소 기업인들을 좌절시킨다. 최근 새 제품을 발명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J씨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들을 돌아다녀 봤지만 은행에서는 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돈을 꾸기가 쉽지 않다""미국에서는 은행에서 제품의 사업성을 보고 대출도 해준다는데 한국에서는 재산이 없으면 돈을 꾸기 힘들다"고 말했다.

들썩이는 물가경기회복 발목 잡을라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③◆

가까스로 이어가고 있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악재는 단연 물가 상승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물가는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5%대까지 올랐던 물가상승률이 올 들어 지난 71%대까지 떨어진 것.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하는 데 물가를 고려하지 않아도 무방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물가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그 단초는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이 2.2%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한 것. 수산물 가격 상승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따라붙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우선 공급 측 교란요인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측정한 8월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비 3.1%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을 1~2%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인 유가 안정세를 제외하면 물가불안 요인이 상존해 있는 셈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가능성이다. 이미 국제 유가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40달러를 저점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달 평균 70달러를 돌파했다. 앞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질수록 원유 수요가 늘어나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국제 금 가격도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 선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원자재 수요 증가원자재값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물가 불안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셈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명목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서민과 봉급생활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고용없는 경기회복 "추석때 고향가기 겁나"

민간 설비투자 여전히 부진일자리 줄어

영세 자영업자청년실업자 체감고통 여전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③◆

행정인턴 K(28)는 다가오는 추석이 벌써 걱정이다. 어렵사리 경기도 분당신도시 소재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지만 계약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올해 대기업들의 가을 채용이 거의 없어 `취업 삼수`가 눈앞에 다가온 까닭이다. 버젓이 서울시내 대학을 나왔지만 온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 또 한 번 `걱정거리`가 돼야 한다니 자괴감이 앞선다. 중견건설사 2세로 촉망받는 사업가였던 P(37)는 주말이 아예 없다. 작년 가을 회사가 `C`등급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이후부터다. 채권 금융회사와 협력업체 협의, 현장관리로 평일 점심도 거르기 십상이다. 애주가였던 그는 아쉬운 소리만 해야 하는 술자리를 이젠 피해 다닌다.

위기 후 1, 여전한 `체감고통`= 글로벌 금융위기 후 1년 실물경제의 회복신호는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곳보다 뚜렷하다. 7월 광공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고, 일자리도 정부의 희망근로 프로젝트 지원으로 감소세가 꺾였다.

물가는 2%대로 안정됐고, 경상수지 흑자도 연말까지 300억달러를 넘어설 기세다.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고통이라고 해야 잡셰어링, 임금동결, 보너스 반납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K씨나 P씨처럼 실제 위기 영향권에 든 청년 실업층,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취업자보다 실업자, 중상위층보다 서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실제 위기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금까지 30조원이 넘는 나랏돈을 쏟아 일단 위기는 벗어났지만 민간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운명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부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닌 셈이다.

투자, 고용 앞으로가 더 문제 = 광공업생산, 고용, 물가, 경상수지가 모두 회복세지만 우리 실물경제에는 잠재적인 위험요인 두 가지가 아직 남아 있다. 먼저 민간 부문의 경기회복 신호, 즉 설비투자가 지지부진하다.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늘고, 소비생산도 일어난다. 지난 6월 잠시 -4.9%로 감소폭이 줄어 기대감을 높였던 설비투자는 7-18.2%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자동차세 감면 효과를 보려고 기업들이 6월에 차를 몰아서 구입한 것이 투자로 잡혔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아직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와 자본재 수입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추세적인 회복`이라 보기엔 이르다. 고용, 즉 일자리 얘기는 한층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인 고용은 경기회복을 아직 점치기 힘든 상황에서 점점 악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정부가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행정인턴, 공공근로를 늘리면서 일자리가 지난 5219000명 감소에서 64000명 증가로 반짝 반전했다. 그러나 7월에는 다시 7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기존 생산설비가 모두 과투자된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성장동력이 나타나지 않는 한 추가 투자나 고용이 힘들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녹색성장, IT, 생명공학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경기 자체에 대한 기업이나 개인의 확신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등 장기과제 고민 =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지만 구조조정, 서비스 선진화, 의료교육개혁, 법질서 정비 등 중장기 과제가 지지부진하다는 것도 짚어야 할 문제다. 실물경제 지표들이 회복되면서 이들 의제에 대한 개선논의가 다시 늦어질 경우 `위기 이후 재도약`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건설, 해운, 조선, 중소기업 해당 업체들은 민간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 원칙이 없다는 불만을 터뜨린다. "해당 주채권은행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자금조달과 구조조정 요구안, 부실 처리기준이 달라진다"는 평판이 공공연하다.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 인사출신의 재무임원을 채용하거나 별도 로비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탄소세 도입해 녹색성장 기금으로 활용

매경-삼성`위기이후` 10대 제언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④ ◆

"위기가 지나가면 한국 경제는 위기 이전보다 글로벌 랭킹이 한 단계 오를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위기가 닥친 뒤 정책당국과 민간연구소에서 자주 들리던 `희망의 메시지`.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강화됐고, G20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은 높아졌다. 하지만 투자 부진과 청년 실업, 부동산 과열 등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매일경제신문과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가 `위기 이후` 비상하기 위한 10개 분야별 정책 제언을 선정했다.

투자 활성화의료 교육 등 서비스 분야에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서비스업 투자를 늘리고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대부분이 내수 기반이기 때문에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녹색성장녹색산업 육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별도의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의 에너지특별회계,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은 조성 목적이 녹색기술 산업화와 연관성이 낮다. 강희찬 수석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산업화를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는 특화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기금 조성을 위해서는 교통환경세 등 목적세 부과와 에너지 수입에 대한 수입부과금, 탄소세 도입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지역 밀착형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갑수 수석연구원은 "지방은행 설립의 진입 장벽을 낮춰 지방 금융회사의 해당 지역 중소기업 밀착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만 일부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 교란을 차단할 수 있다.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일정 규모 이상 부동산 거래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와 실거래가 신고제 등을 확실하게 시행하면 투기와 투자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육아휴직 사용 비율을 현재의 2배 수준인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와 함께 여성의 파트타임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손민중 연구원은 "보육시설이 충분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직장에 다니는 부모의 근무시간에 탄력성이 부여돼야 직장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제도 정착 등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도 필수다.

금융산업금융회사들의 위기관리 기법을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도 은행이나 증권사별로 나름의 위기관리 기법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쏠림 현상`이 있어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시스템 전체가 요동치게 된다.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금융권 전반의 `조기경보 장치`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외환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게 최우선이다. 현재처럼 역외시장 거래가 원화가치를 좌우하지 않게 하려면 국내 외환시장 규모를 키워 가격결정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를 늘리고, 가격조정자를 키워 역외시장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중국은 위기 이후 56000억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소비진작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주 수혜 대상인 중저 소득계층의 소비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엄정명 수석연구원은 "서민층 소비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일자리 창출에 국정 운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2012년 고용률 목표를 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66%로 설정할 경우 매년 40만명 이상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교육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의 경쟁 체제에서 공급자 중심의 경쟁 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류지성 연구위원은 "대학입시 자율화와 교원평가제 등을 통해 공급자 경쟁을 확대하면 교육의 질도 높아지고 산업으로서 교육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수출다변화가 살 길

소비 위기전 회복엔 시간 필요

은 소비 적어 `대체` 역부족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4)

지난 1년간 유례없는 세계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제용어가 생산됐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단어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리밸런싱(global rebalancing)`. 세계 경기 침체가 `미국의 과잉 소비와 아시아 경제의 과도한 수출 의존`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문제에서 생긴 것이라면 지난 한 해는 이 불균형을 해소하는 `글로벌 리밸런싱` 단계였다. 그동안 미국이 자산가격 거품을 바탕으로 빚을 내 소비해 왔고 이러한 과잉 소비가 아시아 국가의 수출과 투자를 견인하고 있었다면 지난 한 해 동안에는 미국의 소비와 연관됐던 전 세계 경제가 힘든 구조조정 시기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글로벌 리밸런싱이 언제쯤 끝날 것이라는 예측은 아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고작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소비 지출이 최근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미국 소비, 중국 저축`의 위기 이전 세계 경제 성장모델이 금세 `중국 소비, 미국 저축`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중국 소비자가 한 해 동안 쓰는 돈은 16000억달러(2008년 국내총생산 기준) 수준으로 미국의 한 해 소비(101000억달러)15%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 미국인이 연간 소비를 1% 줄일 때 중국인이 소비를 6.5% 늘려야만 세계 경제가 한 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위기 이후 미국에서 두 자릿수 소비 감소가 일어났음을 감안하면 중국 소비자에게 기댄 글로벌 경제 성장모델은 사실상 요원하기만 하다. 심지어 글로벌 불균형이 재조정됐다는 지난 한 해 동안에도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늘어나기만 했다. 지난 42조달러를 넘어선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 해 동안 17.8% 증가한 반면 유로권은 같은 기간 10.8% 감소를 경험해야 했다.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미국 소비가 되살아나려면 부채, 고용, 신용공급 등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이는 미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연관돼 있다""결국 미국 경제가 장기간 체질 개선에 들어갈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돈줄 죄기보다 자금흐름 왜곡 막아야

민간금융`리먼파산 1` 간담회

섣부른 금융규제는 시장혼란만 키워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4)

최근 여러 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 회복 조짐에 도취돼 잠재된 문제를 도외시하면 외환위기 이후 카드 사태처럼 제2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민간금융위원회가 최근 서울 롯데호텔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1`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학자들은 위기 이후 감독과 규제 사이의 혼선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감독과 규제를 혼동하면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주고 시스템 재편에도 실패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감독 강화 목소리는 시스템 안정을 위한 장치 구축이 필요하다는 얘기였지 상품 등 금융시장을 규제하자는 얘기가 아니었는데 국내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감독과 규제를 정확히 구분해 감독은 강화하되 규제 완화 기조는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지난 위기의 본질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감독 실패에 있다""금융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윤리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을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건호 회장은 "감독과 규제가 헷갈려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테크닉(기술적인 문제)이 아닌 펀더멘털 측면에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는 그 자체로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은 그 틈을 노려 이익을 추구하는 `규제 아비트라지(Regulation Arbitrage)`를 시도하게 마련"이라며 "미국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보너스 지급을 규제하자 보너스를 줄이되 기본급을 2배로 올린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시장을 모르는 규제는 언제든지 회피하려는 시도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전선애 중앙대 교수는 "금융은 경계가 모호해 규제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섣부른 규제는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규제 감독의 한계를 잘 인식해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위기를 빌미로 한꺼번에 여러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체제 정비를 위해 여러 보완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상품 사전 심사 등 규제는 시장의 위축을 가져오므로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자본시장 발전과 관련해서 이해상충 방지 체제를 갖추는 등 방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렬 한성대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는 건전하지 못한 파생상품을 통해 국제적으로 파급됐다""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서비스 제고 측면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부분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경기대 교수는 "이번 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금융이 실물보다 과도하게 발전해 내부 비판이 나오는 영국 사례를 거울 삼아 금융과 실물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만 상명대 교수는 "민간 창의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규제 완화가 여전히 요구되지만 거시 감독은 필요하다""금융회사들은 각자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OECD중 가장 높아 불안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4)

민간금융위원회 경제학자들이 감독 강화의 주 대상으로 꼽은 것은 가계부채 확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미국은 지난 2년간 거품을 진정시키는 기회를 가졌는데 우리는 그 같은 기회를 갖지 못했다""현재의 가격 재상승을 방치하면 앞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괴리가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통화정책의 유효성마저 저해하고 있다""정부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용 동덕여대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부동산 버블이 다시 형성됐다 붕괴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건호 회장은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점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대책보다는 부분적인 미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처방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죄는 것이 출구전략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진정한 출구전략은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다른 실물로 돈이 돌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민간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또 "최근 위기가 끝났다는 여론몰이가 심하다""분위기에 편승해 문제를 덮을 경우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최근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해서 전반적인 출구전략을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금융시스템 재편과 관련해서는 은행 중심 체제를 교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황 회장은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방만한 통화정책과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레버리지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특히 한국 은행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상황을 이용해 자산, 예대율, 은행채 발행, 해외 차입에서 과다한 상태를 불러왔고 이는 위기를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금융에서 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은행과 자본시장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역외시장 의존 줄이려면 외환시장 문턱 확 낮춰야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④ ◆

지난 1년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외환시장에서 많은 `상처`를 남겼다. 주요국 통화의 절하율과 변동성을 비교한 결과 원화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과도하게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G20 통화 가운데 원화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과 비교해 절하율과 변동성 모두 5번째로 높았다.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절하율은 -11%, 인도네시아 루피아화(-6.7%)보다 더 높았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16.5%)는 물론 위기의 직접 당사국인 영국(4.4%)조차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환율 변동성도 지나치게 높아 혼란이 가중됐다. 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률은 0.83%,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43%)의 두 배에 달했다. 취약한 외환시장 구조는 원화가치의 `자유낙하`를 막아내는 데 역부족이었다. 국내 외환거래액을 교역액으로 나눈 값은 2007년 말 기준 7.7%, 홍콩(47.1%) 일본(37.1%)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달러 선물환 거래의 경우 외국인이 주도하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규모가 지난해 일평균 75억달러로, 전체의 76.5%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원화를 투매하면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 1년간의 금융위기를 복기하면서 얻은 교훈은 외환시장에서만큼은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단기외채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단기외채를 줄이지 않고는 아무리 외환보유액을 늘려도 유동성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지난 1분기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넘었음에도 `위기설`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독당국은 은행 단기외채 비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국내 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는 외환건전성 감독 규정을 외은지점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외환시장 구조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시장조성자(market maker)를 육성하고, 문턱을 낮춰 시장 참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국내 외환거래 규모가 확대되면 NDF를 통한 외국인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공조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비국제통화인 원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제통화국과의 스왑 확대, 아시아 통화협력이 필수다. 특히 주요 교역국과의 거래에서 원화 결제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원화 결제 비율은 2008년 현재 수출의 0.8%, 수입의 1.6%에 불과하다.

 

"세계경제 디플레 위험 한국, 출구전략 신중해야"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4)

"미국은 경기부양책 때문에 겨우 대공황을 막았다. 그러나 더블딥 가능성은 여전하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7(현지시간) 미국 금융위기 1년을 맞아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빨리 바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그러나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를 막아낸 경기부양책이 내년 상반기 이후엔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정책도 위험요인이다. 손 교수는 "내렸던 금리를 올리고 사들였던 채권을 매각하려고 준비하는 순간 금융시장에선 이를 미리 예측하고 모기지 이자도 올라가고 주택시장은 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인플레이션 걱정도 있지만 디플레이션이 더 위험하다""디플레에 한 번 진입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세계 경제 회복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만의 성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세계 경제가 `바다`라면 한국은 일종의 ``에 불과하다""세계 경제에 디플레 위험이 남아 있는 한 한국도 경기부양책을 계속 시행하고 출구전략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처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시장규제 방안을 적절히 구사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며 현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 산업정책의 변화도 역설했다. 손 교수는 "중국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7조위안 규모 융자를 동원하는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부양책이 지속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한국도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덕분에 수출이 늘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교역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도 제조업만으로는 성장과 고용 창출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한국도 이제 금융 유통 보건 교육 등 서비스업종을 더 육성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매경 글로벌 콘퍼런스 콜 "삼성전자같은 금융사 키워야"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5)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3분의 2가 주택담보대출이고, 이 대출의 부실률은 0.6% 선으로 낮아 가계부채가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 "외환시장에서 외국인에게 일방적인 투매를 당하지 않으려면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 금융회사를 키워야 한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핵심 정책 당국자들이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1주년`을 맞아 외국인 투자가들의 궁금증에 이같이 답했다. 매일경제가 최근 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해외 투자가들과 함께 개최한 `글로벌 콘퍼런스 콜`에서다. 이 자리에서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부실률이 낮은 것을 언급하면서 "인구를 소득별로 5분위로 나눌 때 소득 상위 2분위에 해당하는 계층에 대출이 몰려 있다""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이 대출을 받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부실률 낮아 경제에 부담안돼

외국인 투자자 대상글로벌 콘퍼런스콜

출구전략 너무 앞설땐 더큰 위험 자초

내수 빨리 키워야 위기이후 지속성장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4/ 글로벌 금융위기 1(5)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만 1년이 된 지금 우리 경제 주변여건은 1년 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을 넘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금융위기 1년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글로벌 콘퍼런스 콜`을 실시했다. 콘퍼런스 콜에는 뉴욕, 홍콩, 싱가포르, 도쿄 등에 위치한 무디스, 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노무라, JP모건, 피치, 골드만삭스, TIAA-CREF, BNP파리바 등 12개사 경제금융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답변자로 참여해 해외 전문가들의 질문을 받았다.

사회이건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콘퍼런스 콜 질문

현재 한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우려할 만한 상황인가. 그리고 상승기조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하는 대책이 있나.

이 부위원장지난 1년간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일부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아파트 가격 상승은 재건축단지, 강남지역 등 일부에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는 미시적인 정책을 써서 집값 안정을 도모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른 거시정책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집값 상승이 투기 외에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걱정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김 부총재보부동산 규제 완화, 저금리, 금융시장 상황 개선,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유동성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이후 두 번의 주택가격 급등기 경험을 비추어보면 집값의 급등은 경제의 다른 쪽에 불균형을 가져왔다. 따라서 현재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미시정책으로 집값 상승 확산을 억제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경제가 레버리지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우려가 있다. 한국의 가계저축률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낮은 데다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허 차관한국 경제의 가계저축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의 저축률을 합해 보면 우리 경제 저축률은 32% 선이다. 주요 20개국(G20) 중에도 저축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나라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두 자릿수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부실율은 지극히 낮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채의 3분의 2가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이다. 이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률은 0.6% 선으로 다른 나라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 인구를 소득별로 5분위로 나누었을 때 소득 상위 2분위에 해당하는 계층에 이 대출이 몰려 있다. 다시 말해 대출을 받아서 집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된다.

김 부총재보최근 경기 요소를 덧붙이고 싶다.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급락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소득 대비 부채비율과 관련해 소득 수준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70%는 소득상위 그룹에서 받고 있다. 실제 소득이 적은 그룹에서 대출을 받은 것은 전체 대출의 10%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이미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금리급등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 부위원장최근 한국에서의 CD금리 상승은 머니마켓펀드(MMF) 감소 등과도 관계가 있어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전반적인 시장금리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장단기 시장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부총재보6개월 이상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했던 것은 사실이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수요, 공급을 기반으로 해 움직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게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난 7월 이후 단기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8월에는 CD금리까지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는 시장에서 그만큼 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정보로 읽고 있다.

한국의 출구전략은 언제 어떻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허 차관우선 출구전략 이야기가 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기 회복 기미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경우는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됐다고 보고 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또한 G20에서도 논의가 됐지만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국제공조를 통해 타이밍, 규모, 절차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출구전략을 시행함에 있어 너무 빠르게 나가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사회자 질문>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교훈을 얻었다면.

이 부위원장우리 금융의 수준을 재확인한 계기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버틴 제조업은 위기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금융은 전혀 얘기가 달랐다. 세계 50위권 금융회사가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채널도 없고 정보도 없다. 외국에서 "한국이 제일 위험하다"고 할 때 반박해줄 대변자가 없었다는 뜻이다. 지난 11월과 올 2월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외국인 투매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금융에서도 키워야 한다. 특히 외화유동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절실하다. 원화는 국제결제통화가 아니라서 외환보유액만으론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금융회사가 외화로 예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다음에는 정부가 취임 초 제시했던 (산은 민영화 등) 금융산업 선진화 플랜을 재가동해야 한다.

허 차관외환에 대한 충분한 접근성을 보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깨달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이고, 두 번째는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화스왑, 세 번째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간기금(CMIM) 등 지역통화의 확보, 네 번째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제적 공동외환 등이다. 외환시장 접근 시스템을 다단계로 잘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 또한 거시경제에 대한 감독(Supervision)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시장효율성을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과 버블이 생기는 것을 방치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전성 중에서는 특히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고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 이후 한국의 실행전략은 무엇인가.

허 차관G20이 새로 구성되기는 했지만 이것은 포럼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국제기구들에서 이머징국가들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쿼터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국제기구 시스템을 고쳐 나가야 한다.

이 부위원장수출 확대가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내수를 늘려야 한다. 앞으로는 산업정책이 주축이 돼야 한다. 그동안에는 위기대응 과정에서 금융정책이 주도적으로 나섰다면 앞으로는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이 나서 내수를 일으키고 특히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

모두 발언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

= 지난해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정부는 당시 경제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발빠르게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경제에 공짜점심은 없으므로 재정 적자가 증가해 국가채무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재정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올 하반기에도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성장률 4% 선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세계 경제 회복 지연과 유가 급등세 재연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정부는 당분간 확장적 거시정책기조를 견지하되 부동산 등 부문별 불안요인에 대해서는 미시적으로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돌이켜 보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우리가 과도하게 위기를 경험했어야 했던 것은 소위 `낙인효과(Stigma Effect)` 때문이 아닌가 한다. 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악의 상황이 다시 한 번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앞으로 금융위에서는 국내 금융산업이 안정적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합리적 규제 체계를 수립하는 등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국은 지금까지 국제금융질서를 쫓아가는 역할만 했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질서를 만들어가는 역할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G20 차기 의장국이면서 금융안정위원회(FSB) 운영위원회 멤버국이 됐다.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 =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심각한 침체에서 최근 들어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이자 소위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 우리나라 입장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논의되는 `출구전략`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적극적인 통화 완화 국면에서의 정책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다. 따라서 우리는 국내외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결정할 것이다.

콘퍼런스 콜 참여 외국기관 무디스, 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노무라, JP모건, 피치, 골드만삭스, TIAA-CREF, BNP파리바 시리즈 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