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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신안 증도 - "천사의 섬에서 만난 느림의 행복…바람도 세월도 잠시 쉬어가"

ngo2002 2013. 12. 2. 09:26

'슬로시티' 신안 증도 - "천사의 섬에서 만난 느림의 행복…바람도 세월도 잠시 쉬어가"

 

세상 시름으로 마음속이 시끄러울 때, 그저 하염없이 걷는 게 약이 될 때가 있다. 천근만근 발걸음을 떼는 게 쉽진 않겠지만, 멍하니 걷고 또 걷다 보면 어느새 근심걱정도 바람결 따라 누그러들기 마련.


언제 걷든 누구와 걷든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함께한다면 두 말 없이 좋을 터. 우리나라에는 ‘느릿느릿’ 걸어야 그 진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느리게 걸으면 걸을수록 더욱 행복해지는 곳, 신안 증도가 바로 그곳이다.

신안은 천지가 온통 섬이다. 육지 하나 없이 크고 작은 섬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그 섬을 모두 합하면 1004개가 된다고 하여 신안을 ‘천사의 섬’이라 부른다.


그중 ‘증도’는 지난 2007년 12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섬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 100선’에 2위로 뽑히면서 전국 각지에서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증도는 때 묻지 않은 천예의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다. 2010년 지도읍과 증도면을 잇는  증도대교의 개통으로 한층 접근이 쉬워지면서 찾는 인파도 크게 늘었지만 다행히 순수 자연 그대로가 잘 보존되어 있어, 말 그대로 보물섬이다.

 

■ 햇살 아래 피어난 소금꽃이 눈부셔 ‘태평염전’

 

‘태평염전’은 증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국내 단일염전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태평염전은 면적만 무려 140만 평에 달하며 여의도의 2배가 넘는다. 거기에 연간 1만6000톤의 소금을 생산해내면서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의 6%를 책임지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염전이 다 똑같지 뭐 볼 게 있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태평염전은 작은 염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하게 펼쳐진 소금밭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네모 반듯하게 규칙적으로 붙어 있는 소금밭마다 바닷물이 반짝인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맞으며 몽글몽글 갓 피어난 새하얀 소금꽃은 무척이나 눈부시다.


소금밭 TOT길을 따라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본다. 그 길엔 장애물 하나 없이 가을바람만이 그대로 온몸에 감긴다. 맑고 시원하다. 얼굴에 부딪히는 머리칼에서 가을내음이 풍긴다.  마음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이면 염전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촘촘히 줄지어 서 있는 소금창고는 이색풍경을 선사한다. 창고마다 소금포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소금은 이곳에서 최대 5년까지 간수를 제거해야 진정한 천일염이 된다.


염전은 자연이 선사한 값진 보물임에 틀림없다. 맑고 깨끗한 햇볕과 바람이 있기에 비로소 소금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염전을 한눈에 굽어보고 싶다면 웅장한 풍광을 자랑하는 ‘소금밭 전망대’를 추천한다. 염전 사이로 걸을 때와는 사뭇 다른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다.

 

짱뚱어·농게 갯 생물들의 합창 ‘짱뚱어다리’

증도의 청정갯벌은 양질의 게르마늄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노화방지에 탁월하다. 증도 소금이 좋은 것도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는데, 모두 갯벌 덕분이다.


증도 갯벌은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가족 단위 체험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뚱어다리’는 증도의 명물로 통한다. 470m에 이르는 목교로 바닷물이 물러나면 갯벌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질퍽한 갯벌 위로 여기저기 구멍투성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손가락만한 짱뚱어가 톡톡 뛰어 오른다. 농게, 칠게, 갯지렁이도 빠끔히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순식간에 숨어버리며 숨바꼭질을 한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꿈틀거림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작은 갯 생물들이 합창이라도 하는 양 잘도 어우러져 살고 있다.


이곳은 해질녘 풍경도 황홀하다. 만조가 시작되면 짱뚱어다리는 평온함에 젖어든다. 충만했던 생명체의 움직임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고, 그 빈자리를 바닷물이 대신 메꾼다.


이때부터는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발 아래로는 바닷물이 유유히 흐르고 머리 위로는 붉은 석양이 곧 쏟아질 기세다. 황홀하다. 아름다운 자연에 한없이 빠져드는 순간이다.

 

■ 끝없이 펼쳐진 은빛 모래사장 ‘우전해수욕장’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은빛 모래의 ‘우전해수욕장’에 닿는다.


우전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만 4km, 너비가 100m로 맑은 바닷물과 깨끗한 모래가 인상적이다.


해변에 들어서는 순간 먼저 시원한 해풍이 여행자를 반긴다. 드넓은 수평선 위로 점점이 박힌 무인도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해변에 줄맞춰 서 있는 짚풀 파라솔에 시선이 머문다. 선이 고운 해변과 모래사장, 그리고 파라솔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부드러운 모래를 한 줌 쥐어 보니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흘러내린다. 가는 걸음걸음마다 아련한 발자국이 모래 위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우전해수욕장을 말없이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해송숲은 훌쩍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숲이다. 사계절 내내 울창한 해송숲은 해풍과 모래로부터 광활한 해안을 지키는 방풍림이자 방조해안림으로 마을과 인근 농경지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해송숲을 따라 ‘철학의 길’에 들어선다. 시원한 솔향기를 마시며 천천히 지나온 시간을 읊조려보거나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에 그만이다.


해가 저물면 선명하던 수평선이 온통 붉은색으로 번진다. 바다도 슬며시 얼굴을 발그레 붉힌다.


증도의 태양은 결코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슬로시티답게 느릿느릿 자취를 감춘다.


<글·사진 김지연 기자>

신안 증도 별미 ‘짱뚱어탕’
갯벌의 생명력, 한 뚝배기에 고대로~

 

청정갯벌에서만 서식한다는 짱뚱어. 양식이 되지 않아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짱뚱어는 농어목 망둑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눈은 머리 위로 툭 튀어 나와 있고,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 위를 걸어 다니는 게 특징.


고단백 보양식으로도 으뜸이라는 짱뚱어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해독작용이 뛰어나 숙취해소에도 좋다. 특히 짱뚱어 진액은 항아리에 넣고 일 년에 세 번만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영양만점이다.


신안 증도에 오면 이러한 짱뚱어로 끓여낸 구수한 탕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짱뚱어탕이 그것인데, 갯벌에서 직접 잡은 짱뚱어를 뼈째 갈아 넣고 푹 우려낸 육수에 시래기와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만들었다.


뜨끈하면서 걸쭉한 짱뚱어탕 한 그릇이면 허했던 속이 든든해지는 것은 물론, 잃어버렸던 기운을 되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