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산업단지가 녹슨다 (上).경제성장 첨병

ngo2002 2013. 9. 2. 11:33

 

 

산업단지가 녹슨다 (上).낙후농가 뺨치는 산단…영세기업 늘고 인프라도 쇠퇴

구미산단 생산·고용창출 능력도 떨어져. 2013.09.01 R&D부족 큰 문제 "정부, 과감한 리모델링"

◆ 늙어가는 한국 경제의 메카 ◆

지난달 30일 경북 구미 공단동에 위치한 메르디안솔라앤디스플레이. 철문이 굳게 닫힌 공장에 적막감만 감돈다.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돼 흉물스러운 공장 벽면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자 경비원이 나와 "왜 공장 안을 들여다보느냐"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원래 이곳은 1975년 금성사(현 LG전자)가 컬러 TV용 브라운관을 생산한 국내 1호 공장이었다. 한때 전성기를 맞기도 했지만, 브라운관이 `퇴물`로 밀려나며 수차례 주인이 바뀐 끝에 2010년 홍콩계 펀드에 인수됐다. 그러나 결국 2011년 말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1년이 넘게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해온 구미산단이 노후화ㆍ영세화ㆍ공동화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1964년 수출산업공업단지법 공포 이후 반세기 동안 국내 실물경제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던 국내 산업단지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다. "밥 한 끼, 볼펜 한 자루를 위해 공단 밖으로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곳에 누가 회사를 차리고 싶겠습니까?" 구미산업단지에서 전자 분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진재 와이드존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를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실제 구미산단 1단지 내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한 곳도 없다. 구미산단 전체를 통틀어도 백화점을 찾아볼 수 없다. 현지 금형업체 근로자 백 모씨(34)는 "괜찮은 브랜드 옷 한 벌 사려고 해도 대구까지 나가야 하는 형편"이라며 "기회만 되면 대도시로 직장을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미 산업 현장에서는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당초 구미산단은 정부의 경제개발계획과 섬유ㆍ전자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춰 매 순간 단순 생산기능을 떠안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러다 보니 공단의 미래를 내다볼 틈이 없었다는 것.

한때 금성사(LG전자)의 TV브라운관 1호 생산공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구미산업공단 내 메르디안솔라앤디스플레이의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지난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이 회사는 1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미/김재훈 기자>

이 같은 노후화 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와 산업단지공단은 2010년부터 구미산단 1단지를 대상으로 구조고도화 사업에 나섰다. 입주 업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각종 시설의 유지ㆍ보수ㆍ개량 및 확충을 통해 기업체 등의 유치를 촉진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단공 측은 "산단 내에 생활ㆍ편의시설이 조성될 경우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인근 소상공인이나 건축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KEC, 방림, 오리온전기 등이 3만~16만㎡의 토지를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서를 냈지만 반발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다. 이시우 구미테크노밸리협동조합장은 "2010년 매각된 대우전자 용지는 산단공 주도로 개발돼 59개사가 들어서면서 주변시설도 잘 갖춰졌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보다 과감하게 산단 리모델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법에선 쉽지 않다. 구미산단 1단지 내 휴ㆍ폐업 중인 유휴토지가 65만㎡에 달하지만 정부가 매매를 명령하거나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기업이 유휴토지를 정부에 자발적으로 매각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김홍태 구미시 투자통상과장은 "개별기업들이 기존 공장 용지를 잘게 쪼개 임대ㆍ매각해 분양수입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며 "오히려 영세기업만 늘어나고 인프라스트럭처는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구미산단은 영세기업만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시대 흐름에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 예로 2007년 동국합섬이 폐업한 용지에는 80개 기업이, 이듬해 한국합섬이 문을 닫은 땅에는 10개사가 들어섰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구미산단 내 50인 미만 영세기업 비중은 2008년 51.1%(1126개)에서 지난해 60.5%(1597개)까지 늘었다. 영세기업만 늘어나면서 구미산단 생산능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0년 88.9%까지 올랐던 가동률은 지난 6월 말 기준 76.4%까지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생산과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1%, 0.5% 떨어졌다. 업종별로도 부가가치 창출이 저조한 전자ㆍ기계 분야 단순조립업체는 2000년 이후 오히려 12%나 늘었다. 동시에 산단의 고용창출 능력도 떨어졌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구미산단의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2.6%로 국가산단 평균(7.1%)에 훨씬 못미친다. 정부와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2011년 문을 연 구미산단 4단지를 통해 아사히글라스, 도레이첨단소재 등 외국 첨단기업을 적극 유치하는 데 이어 금형집적화단지 등을 통해 관련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부 관계자는 "정작 가장 큰 문제점은 구미산단 내 신성장동력 발굴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성장잠재력이 될 연구개발(R&D) 역량 부족을 최대 난점으로 꼽는다. 산단에 따르면 단지 내 기업부설연구소 보유기업은 14.2%에 불과해 광주첨단단지(3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전체 근로자 중 R&D 인력비중도 4.7%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컨트롤타워 부재·낙후된 기업구조가 원인"

정인화 산단공 투자창업실장

◆ 산업단지가 녹슨다 (上) ◆ 입주규제, 서비스업까지 확 풀어야 "시대가 바뀌었지만 산업단지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산업단지라고 하면 여전히 1970년대 `공돌이` `공순이`부터 떠올리는 자체가 산단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인화 산업단지공단 투자창업실장은 구미 등 산업단지의 노후화ㆍ영세화 문제가 제기되는 데 대해 제도적 결함과 컨트롤타워 부재, 그리고 낙후된 산단 내 기업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정 실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새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 기존 산단에 대해선 제대로 된 재정지원 기준조차 마련해 놓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낙후된 산단은 개별 기업의 문제라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해온 것이 지금의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단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구조고도화 사업), 국토교통부(재생지구 지정사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고는 있지만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업종 전환, 국토부는 기반시설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면서 중구난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정 실장은 "누가 됐든 반드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산업단지는 대기업의 하도급 공장 집합체 정도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독자적인 사업구조를 마련하지 않은 산단 내 기업구조 문제도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미산단을 꼽았다. 정 실장은 "외형적인 규모만 보면 나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대기업에 전속된 업체들이 많다는 점이 앞으로의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 `첨병` 산업공단이 녹슨다

구미공단 곳곳 `잡초만 무성`

◆ 산업단지가 녹슨다 (上) ◆

지난달 30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구미산업단지 내 방림 섬유공장. 경영난으로 올해 초 회사가 문을 닫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재개발조차 이뤄지지 못하면서 잡초만 무성한 흉물로 변했다. 페인트칠이 벗겨져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는 건물만이 이곳이 한때 공장 터였음을 알려준다. <구미/김재훈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구미산업단지 1단지. 여의도 면적 10분의 1에 달하는 24만㎡ 공단 중심 용지에 잡초만 무성했다. 1970년대 개발경제 시대 호황을 만끽하며 한때 근로자 1200명이 구슬땀을 흘렸던 섬유기업 방림 자취는 녹슨 간판과 건물 잔해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섬유산업 쇠락과 운명을 같이한 방림 구미공장은 올해 초 결국 문을 닫았다. 구미시와 산업단지공단은 산단 구조 고도화 사업 일환으로 이 땅 일부는 공장용지로 분양하고 나머지는 백화점, 도시형 생활주택 등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진통 끝에 무산됐다. 기존 상권 잠식을 이유로 소상공인들과 재건축업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방림 구미공장 터는 1년 가까이 유휴지로 남아 있다. 터줏대감`들은 이미 구미를 떠난 지 오래다. 6세대까지 패널 생산라인을 구미에 둔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7세대 설비를 경기도 파주로 옮겼다. 국내 최초로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출시한 오리온전기나 동국무역, 한국합섬 등 중견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창고 임대 등으로 산단 내에서 명맥만 유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올해 나이 만 40세, 입주기업 1859개, 국내 전자산업 생산에서 18%를 담당하는 구미 산단의 `민얼굴`이다. 구미 산단 몰락은 급속히 노후화하는 국내 산단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국 제조업 생산 중 76%, 수출 중 65%가 산단에서 나온다.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산단병(病)은 결국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체 산단 휴ㆍ폐업 용지(87만㎡)는 여의도 3분의 1 크기로 불어났다. 1980년대 한때 100%를 자랑했던 분양률은 82%로 추락했다. 구미 1단지 내 유휴지는 전체 서울디지털단지 절반 가까운(43%) 규모로 추정된다. 기업들이 입주를 기피하며 역내 슬럼화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재차 기업들이 산단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고질병 핵심에 인력 수급 문제가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발전도 되지 않는다. 현재 산단 노후화는 고령 농가 뺨치는 수준까지 심해졌다. 산단공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산단 취업자 중 50대 이상 노후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34.3%로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산단 노후 인력 비중은 1992년 21.5%, 2002년 23.9%에 그쳤지만 지난 10년간 급격히 불어나 지난해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산단 인력 질이 고령 농가 수준으로 나빠진 셈이다. ■ <용어설명> ▷ 산업단지 : 정부 산업정책에 따라 각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 경제 개발을 자극하기 위해 1964년 도입됐다. 용도에 따라 국가ㆍ일반ㆍ도시첨단ㆍ농공단지로 구분된다. 입주 기업은 취득ㆍ등록세 면제, 재산세 50% 감면, 인프라스트럭처 국비 보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국 1000개 산단…살릴 방법은

입주규제, 서비스업까지 확 풀어야 ◆ 산업단지가 녹슨다 (上) ◆ 국내 제조업 중추인 산업단지가 고질적인 `노환`을 앓고 있다. 국내 산단 구성 업종 72%는 기계, 금속가공 등 강도 높은 노동이 필요한 전통 제조업이다. 산단 입주 기업 관계자는 "50대 이상 인력은 일선 제조업 현장에서는 노후 인력으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산단 내 생산인력을 외국인 근로자가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며 "인력구조 악화와 생산기술 국외 유출 우려 등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고질적인 산단병 원인은 정부 정책 실패에 있다. 입주할 수 있는 기업을 전통 제조업 등으로 제한하다 보니 융합 서비스산업 등 급변하는 국내 산업구조를 따라가지 못했다. 탁상행정`도 문제다. 생산, 생산지원, 업무시설 등 산단 내 용도구역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실제 근로자들 근무 환경이 고려되지 않았다. 한 지방 산단 근로자는 "공장에서 약국을 가려면 차로 15분 이상을 나가야 한다"며 "편의시설이 매우 열악해 젊은 인력은 웃돈을 얹어줘도 오지 않으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수급계획이 수립되고 중앙정부도 수급조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데도 실패했다. 이로 인해 전국 산단은 993개까지 대폭 불어났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1~2016년 산단 입지수요는 139~174㎢로 관측됐지만 공급은 199㎢로 예정됐다. 현재 분양 미달사태가 속출하는 데도 여의도 21배(60㎢) 되는 땅이 초과 공급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산단이 종전 양적확대를 지양하고 단순 생산기능에서 벗어나 근로자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며 "산업단지 입지규제를 서비스업 등으로 대폭 완화하고 근로자 편의를 고려해 용도구역 제한 수준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진기 산업연구원 산업입지팀장은 "특히 민간 개발업체에 돌아가는 허용 이익률이 6%밖에 안돼 개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경제성장 `첨병` 산업공단이 녹슨다
구미공단 곳곳 `잡초만 무성`
기사입력 2013.09.01 17:38:25 | 최종수정 2013.09.01 20:27:45
◆ 산업단지가 녹슨다 (上) ◆

지난달 30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구미산업단지 내 방림 섬유공장. 경영난으로 올해 초 회사가 문을 닫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재개발조차 이뤄지지 못하면서 잡초만 무성한 흉물로 변했다. 페인트칠이 벗겨져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는 건물만이 이곳이 한때 공장 터였음을 알려준다. <구미/김재훈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구미산업단지 1단지. 여의도 면적 10분의 1에 달하는 24만㎡ 공단 중심 용지에 잡초만 무성했다. 1970년대 개발경제 시대 호황을 만끽하며 한때 근로자 1200명이 구슬땀을 흘렸던 섬유기업 방림 자취는 녹슨 간판과 건물 잔해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섬유산업 쇠락과 운명을 같이한 방림 구미공장은 올해 초 결국 문을 닫았다. 구미시와 산업단지공단은 산단 구조 고도화 사업 일환으로 이 땅 일부는 공장용지로 분양하고 나머지는 백화점, 도시형 생활주택 등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진통 끝에 무산됐다. 기존 상권 잠식을 이유로 소상공인들과 재건축업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방림 구미공장 터는 1년 가까이 유휴지로 남아 있다.

`터줏대감`들은 이미 구미를 떠난 지 오래다. 6세대까지 패널 생산라인을 구미에 둔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7세대 설비를 경기도 파주로 옮겼다.

국내 최초로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출시한 오리온전기나 동국무역, 한국합섬 등 중견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창고 임대 등으로 산단 내에서 명맥만 유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올해 나이 만 40세, 입주기업 1859개, 국내 전자산업 생산에서 18%를 담당하는 구미 산단의 `민얼굴`이다. 구미 산단 몰락은 급속히 노후화하는 국내 산단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국 제조업 생산 중 76%, 수출 중 65%가 산단에서 나온다.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산단병(病)은 결국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체 산단 휴ㆍ폐업 용지(87만㎡)는 여의도 3분의 1 크기로 불어났다.

1980년대 한때 100%를 자랑했던 분양률은 82%로 추락했다. 구미 1단지 내 유휴지는 전체 서울디지털단지 절반 가까운(43%) 규모로 추정된다. 기업들이 입주를 기피하며 역내 슬럼화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재차 기업들이 산단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고질병 핵심에 인력 수급 문제가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발전도 되지 않는다. 현재 산단 노후화는 고령 농가 뺨치는 수준까지 심해졌다. 산단공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산단 취업자 중 50대 이상 노후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34.3%로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산단 노후 인력 비중은 1992년 21.5%, 2002년 23.9%에 그쳤지만 지난 10년간 급격히 불어나 지난해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산단 인력 질이 고령 농가 수준으로 나빠진 셈이다.

■ <용어설명>

▷ 산업단지 : 정부 산업정책에 따라 각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 경제 개발을 자극하기 위해 1964년 도입됐다. 용도에 따라 국가ㆍ일반ㆍ도시첨단ㆍ농공단지로 구분된다. 입주 기업은 취득ㆍ등록세 면제, 재산세 50% 감면, 인프라스트럭처 국비 보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구미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