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정부가 빚이자 깎아준다는 국민행복기금 뭔가요

ngo2002 2013. 7. 25. 10:59

[경제신문은 내친구] 정부가 빚·이자 깎아준다는 `국민행복기금` 뭔가요
`부채의 늪` 빠진 서민 지원해 회생 돕죠
기사입력 2013.04.19 16:26:50 | 최종수정 2013.04.19 16:33:02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나라에서 빚을 탕감해 준다고?" 중학생 정훈이는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 채무탕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듣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어요.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빚을 일부 덜어주고(탕감), 이자율도 낮춰준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 돈은 과연 누가 내는지 궁금해졌어요.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니까 갚아주는 것이라고만 하셨어요. 나라가 어떻게 개인의 빚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일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먼저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국민행복기금 설치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공약을 발표했어요. 여기저기서 빌려 쓴 빚을 제때 갚지 못해서 연체이자가 늘어나고, 늘어난 연체이자 때문에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빚 부담에서 벗어나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죠.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빚을 줄여주고, 비싼 이자를 싼 이자로 바꿔주겠다는 것이에요.

이 공약을 내건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월 국민행복기금을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3월 29일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어요.

국민행복기금이 어떤 절차를 거쳐 빚을 줄여주는지 알아볼까요.

A라는 사람이 B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렸다가 6개월 이상 이자를 내지 못한 상태라고 가정해 볼게요.

국민행복기금은 우선 B은행과 신용회복지원협약을 맺습니다. 그런 후 B은행에서 연체채권(A에게서 빌려준 돈을 받을 권리)을 100만원에 사들여요. 이제 A가 빚을 갚아야 하는 대상은 B은행이 아니라 국민행복기금으로 바뀌었어요.

그런 다음 국민행복기금은 A가 빚을 갚을 의지는 있는지,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인지 등을 평가해서 최대 50%까지 빚을 줄여줘요. A가 빌린 돈은 1000만원이지만 갚아야 할 돈은 500만원으로 줄어들게 돼요. 500만원도 한꺼번에 갚을 필요 없이 최장 10년에 걸쳐 나눠 갚으면 돼요. 빚 때문에 힘들게 살았던 A에게는 좋은 기회죠.

그렇다면 B은행은 어떨까요. B은행은 1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100만원에 넘겼으니 큰 손해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A가 이미 6개월 이상 빚을 갚지 않았고, 빚에서 헤어나오기도 힘든 상태라면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 1000만원을 몽땅 떼이는 것보다 국민행복기금에 100만원이라도 받고 넘기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국민행복기금은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요. 국민행복기금처럼 많은 금융회사가 참여해 대규모로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로 유사한 일을 해오던 신용회복기금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곳이 가지고 있는 돈 5000억원을 국민행복기금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마련할 계획이에요. 빚을 탕감해주고 나서 장기간에 걸쳐 회수한 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는 거죠. 국민행복기금은 초기에 필요한 돈이 8000억원쯤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누구나 빚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에요. 국민행복기금과 신용회복지원협약을 맺은 금융회사에서 1억원 이하 대출을 받고 지난 2월 말 현재 6개월 이상 연체가 된 사람만 지원대상이에요.

이 사람들은 나이ㆍ연체기간ㆍ소득 등을 고려해 최대 50%까지, 기초수급자(소득이 국가가 정한 일정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는 최대 70%까지 빚을 탕감받을 수 있어요. 탕감 받고 남은 나머지 빚은 10년 동안 나눠서 갚으면 돼요. 지난 2월 말 현재 1억원 미만 신용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은 32만6000명쯤이고, 이들이 탕감받는 빚은 모두 2조2000억원이에요.

너무 비싼 이자를 내고 있는 사람들도 낮은 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어요. 금융회사와 등록대부업체에서 20% 이상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은 후 지난 2월 말 현재 6개월 이상 성실하게 갚고 있는 사람들은 4000만원 한도에서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10% 안팎의 저금리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국민행복기금이 도와주기로 했어요.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혜택을 보려면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3월 26일자 A2면 "1억원 미만 신용대출 6개월 이상 연체자 33만명, 빚 최대 절반까지 탕감…`부활기회` 열린다" 기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서민들에게 재활 기회를 주는 취지는 좋지만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요. 특히 어려운 처지에서도 열심히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이 허탈해하고 있어요. 자신들은 힘들게 빚을 갚아왔는데 빚을 갚지 않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혜택을 준다니 그럴 만도 하죠. 이런 제도가 도입될 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까지 있어 이 제도가 더욱 비난받고 있어요.

대선 공약으로 빚 탕감이 거론되자 지난해 말 이후 미소금융(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는 저소득자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소액대출사업)의 연체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작년 9월 5.2%였던 연체율이 12월에는 5.7%까지 올라갔어요.

연체율이 높아진 것은 살기가 힘들어진 탓도 있지만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빚을 탕감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아요.

정부가 나서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2003년에도 정부가 원금 30%를 깎아주고, 빚 갚는 기간을 8년으로 늘리는 탕감방안을 발표했는데, 정부가 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체율이 급격히 올라갔어요.

본지 2월 8일자 A14면 `새 정부가 빚 갚아준다는데…모럴해저드 확산` 기사는 이런 현상을 지적한 글이에요.

국민행복기금이 잘 운영되면 빚에 짓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열심히 살려는 사람과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은 사람은 엄격히 가리고, 빚을 탕감받은 후에는 스스로 돈을 벌어 갚을 수 있도록 정부가 잘 관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빚을 제때 갚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답니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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