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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협동조합 베이비부머의 희망이 될까

ngo2002 2013. 7. 22. 10:11

[윤형식 기자의 설레는 은퇴, 두려운 은퇴] 은퇴자협동조합, 베이비부머의 희망이 될까?
기사입력 2013.04.10 09:36:35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발기인 5명 이상이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서인지 마침내 은퇴자협동조합이 국내 처음으로 설립됐다.

은퇴자들이 은퇴자를 스스로 돕는다는 ‘서울은퇴자협동조합’이 지난 3월 26일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오픈식을 가졌다.

이 조합을 설립한데 앞장 선 사람은 우재룡 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52). 그가 초대 조합장을 맡았다.

국내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은퇴 전문가 중 한사람 이였던 그가 그렇게 보수가 좋다는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협동조합을 만든 속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며칠 안 돼 여러 신문과 잡지가 앞 다퉈 그의 이야기가 실은 것을 보니 사람의 호기심은 모두가 엇비슷한가 보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는 “금융회사에서 은퇴설계를 하면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은퇴자금으로 5억 원, 10억 원을 모으지 않으면 노후가 불행해진다는 공포마케팅을 하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뒤늦은 고백이지만 참 용기 있는 발언이다. 신선했다.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서 자녀에게 올인 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은 금융회사가 마케팅용으로 개발한 공포의 일종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자식한테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기 노후자금 마련하겠다고 자식한테 필요한 지출까지 줄이는 부모가 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 조합장은 “부부 두 사람만의 힘으로 은퇴 후 필요자금을 전부 마련하라는 전제 자체가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런 전제로 은퇴설계를 하면 5억, 10억 단위의 노후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20~30년의 은퇴기간 동안의 생활비, 의료 및 간병비 등을 부부의 힘만으로 준비하려면 펀드나 연금, 보험에 잔뜩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 조합장은 “은퇴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치매지옥, 간병지옥, 고독사로 비참해진다는 공포가 여기서 나왔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그가 찾은 대안은 협동조합이었다. 베이비부머들의 기대 수명은 80대 후반으로 늘었지만 퇴직 이후의 삶을 공정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해주는 기업은 물론 단체도 없다.

우 조합장은 “은퇴자 협동조합을 통해 베이비부머들이 행복한 은퇴생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따뜻한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은퇴자조합에서 벌이는 사업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재무설계와 주거계획, 취미 여가와 같은 생애설계.

둘째는 창업이나 재취업 기회를 알선하는 앙코르 프로그램.

셋째는 은퇴생활을 위한 금융상품이나 여행 의료 간병서비스 등의 공동구매.

그는 올해 안으로 조합원 1만 명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규모가 커지면 20여개 분과로 나눠서 조합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분과에 들어갈지 정하거나 상담을 통해 결정해줄 생각이라고 한다. 조합은 이 과정에서 분야를 짜고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국단위의 5개 조합을 만들면 연합회를 구성할 계획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합의 수익성 확보. 일각에서는 향후 협동조합의 난립과 수익모델에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우 조합장은 “해외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해 대부분의 조합 수익을 창출한다. 여행이나 보험 상품 판매 등이 대표적이다.”고 설명한다. 조합원들이 함께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공동구매에서 얻게 되는 수익을 다시 조합원이 나누는 식으로 영위한다.

하지만 50대 초반에 은퇴하고 은퇴자의 상당수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다르다. 해외모델을 벤치마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 조합장은 헬스케어나 요양, 청년들과의 공동창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무려 712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별다른 대책 없이 줄줄이 은퇴하는 시점에서 서울은퇴협동조합이 좋은 대안을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리나라에 서울은퇴협동조합 설립 이전에도 노인들의 일자리와 외로움을 달래주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은 협동조합이 없지는 않았다.

지난 2006년 원주에서 설립된 ‘원주 노인생활협동조합’은 60세 이상 어르신 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노인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서로를 돕는 협동조합이다.

규모는 작지만 지난해는 160여명의 노인이 5억6900만원의 뜻 깊은 매출을 기록했다.

조합에 가입한 노인들이 주로 하는 일은 학교 청소, 소독과 방역, 길거리 청소. 어린이 등하교 지원, 김치공장 보조업무 등 다양하다. 월급은 업무 난이도와 근무시간에 따라 40만원짜리 아르바이트 형에서부터 120만원까지 각양각색이다.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자리에도 노인들이 기꺼이 찾아가 성실하게 일을 하다 보니 일을 맡기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원주천 정화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출처: 원주노인생활협동조합 홈페이지)
이 조합은 정부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3개월의 인턴기간동안 임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시니어 인턴십’ 대상 단체로 지정됐다. 인턴 기간이 끝나고 기업이 계속 고용하는 비율이 40%가 넘을 정도로 근무평가가 우수하다.

이 조합의 유창목 사무부장은 가장 큰 고민은 역시 한정된 일자리라고 말한다. 매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희망자에 비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체 조합원 1600명중 절반 정도가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데 현재 일자리는 200여개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조합은 대리운전사업단, 재활용사업단, 가사도우미사업단, 상조계사업단, 요양보호사파견사업단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주노인생활협동조합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우선 큼직큼직한 글자체가 조합원을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활기찬 노후, 행복한 노후, 보람찬 노후’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노인 일자리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서는 올 초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자립을 돕는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50여명이 500만원의 출자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고 한다.

또 같은 지역의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주도하는 일자리사업 협동조합도 출범했다. 노인복지관을 빌려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북 카페를 운영하고 인근 시장에 팥죽가게와 두부가게를 차렸다.

정부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며 한계가 있다. 은퇴자들끼리 서로 돕고 살기 위한 은퇴자협동조합이 일자리도 제공하고 삶의 기쁨도 느낄 수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희망의 터전이 됐으면 좋겠다.

[윤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