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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재력이 손자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ngo2002 2013. 7. 22. 09:58

[윤형식 기자의 설레는 은퇴, 두려운 은퇴] 할아버지 재력이 손자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기사입력 2013.07.09 14:11:39

#1

“노인과 분가해서 사는 가족 구성원은 자주 집을 찾아가거나 노인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중국에서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한 개정 노인권익보장법의 한 조항이다. 효도라는 자율적이고 윤리적인 미덕을 법이라는 강제적인 규범으로 묶는 것이어서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아무튼 중국에서는 앞으로 자식들이 부모를 오랫동안 찾아뵙지 않으면 위법행위로 간주된다. 기업에 대해서는 분가한 근로자가 부양 목적으로 부모를 만나기 위해 신청하는 휴가를 보장하도록 했다.

다만, 객지에 나간 자녀가 부모를 찾아야 하는 횟수나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하는 기준 등이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아 이번 법 시행이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인구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독자적인 생활능력이 없는 노인이 2010년 3300만 명을 넘어섰고 오는 2015년에는 이런 노인이 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법 시행 이후 첫 판결도 보도됐다. 장쑤성 우시에 있는 베이탕구 인민법원은 추모씨(77.여) 딸 마모씨 부부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마씨 부부에게 추씨를 최소한 두달에 한번 찾아가 문안하라는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마씨 부부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원은 위반 정도에 따라 벌금 부과나 구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법원은 또 마씨 부부가 1월 1일과 단오절 중양절 중추절 국경절 같은 명절 중 최소한 두차례는 추씨를 찾아가야 한다고 판결했다.

#2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결정짓는 3대 핵심 요소는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라는 그럴듯한 우스겟소리가 있다. 이게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연구조사 결과 근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머나먼 영국에서 연구가 이뤄졌다.

영국의 옥스퍼드, 더럼대 연구팀이 대규모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교성적과 사회에서의 지위, 미래의 수입 등은 부모세대뿐 아니라 조부모 세대의 재력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을 학술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연구팀은 1946년, 1958년, 1970년에 태어난 영국인 1만7000여명을 선택해 사회적 지위를 추적해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 본인과 조부모, 부모 세대를 수입이나 직업에 따라 상 중 하위계급으로 나눈 뒤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방식이었다.

조부모와 부모가 모두 사회 경제적으로 상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80%가 스스로도 상위계급으로 성장했다. 반면 조부모 세대까지 중위 이하였다가 부모 대에 이르러 상위에 편입된 가정 출신들은 61%만 상위에 머물렀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또 예전 세대보다는 요즘 세대에게서 ‘조부모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집안의 재산이나 직업등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 할아버지의 재력을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조부모의 재력이 손자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밝혀졌으니 손자를 보기 전에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은 빈곤상태에 빠져있다. 중국처럼 법으로 자녀가 부모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보살피도록 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재력없는 할아버지 때문에 수 많은 손자들이 구조적인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OECD가입국의 65세 이상 가구주 빈곤율은 한국이 절대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은 48.51%로 OECD평균인 13.73%를 훨씬 넘어선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호주 스페인 아일랜드 미국 멕시코 등도 30%를 넘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참 불쌍하기까지 하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산업화의 역군으로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지만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없다. 부모님 봉양에 자녀 교육에 모두 털어넣다보니 빈털터리가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가난해서인지 자녀에게 버림받아서인지 노인 자살율 또한 OECD국가 중 단연 1위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75세 이상 노인의 10만명당 자살자는 160여명에 달한다. 우리 뒤를 잇는 뉴질랜드 그리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지의 국가는 50명 이하로 집계되고 있다.

노인 빈곤과 자살율 증가가 심각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령화는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지도 않았다. 2012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생산활동인구의 감소로 노인 인구 역시 부양인구(15~64세) 대비 2012년 16.1%에서 2060년에는 80.6%까지 폭발적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후에는 일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2060년에는 일하는 사람 100명이 노인 80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의 약 2배 수준이다. 이러한 저출산이 지속되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급속도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현재 베이비부머세대의 손자들은 노인들 부양하느라 허리가 끊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얼마전 매일경제신문이 개인연금 제도 도입 20년째를 맞아 ‘개인연금 200조 시대의 그늘’이라는 의미있는 기획시리즈를 선보였다.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 노인들은 노후준비가 낙제점이라고 진단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3층 보장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개인연금 가입자 10명중 7명이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노후 대비가 허술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연소득 30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운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모두 가입하지 않은 비중은 2010년 13.2%에서 2013년에는 41.2%로 치솟았다.

반면 연소득 3000만원에서 5000만원 미만의 중소득층은 15.9%에서 14%로 오히려 축소됐으며 연소득 5000만원 초과하는 고소득층은 9.1%에서 9%로 줄었다. 중, 고소득층은 연금 가입률이 높아지고 있어 다행인데 저소득층은 연금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생활이 어려워지다 보니 개인연금 가입자도 만기까지 어렵게 돈을 붓다가 실제 연금으로 지급받는 비율은 3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작 만기까지 개인연금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연금보다는 목돈을 선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절대 다수 노인들의 ‘노후 절벽’을 막기 위해서 개인연금 제도에 대한 에 대한 총제적인 점검이 필요할때다. 전문가들은 차상위계층에 대한 개인연금 가입 보조금 지원, 비정규 근로자등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 원칙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 유인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한다.

또한 가입자 보호를 위한 퇴직연금 운용체계의 지속적인 개선, 퇴직급여제도를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으로 단일화, 사적연금 세제 체계의 개선(소득공제방식에서 세액공제방식으로 전환 등), 보험사의 역량 제도 등도 요구된다.

손자에게 은혜를 베풀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에게 부담이라도 주지 않으려면 똘똘한 연금 하나는 꽉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윤형식 매경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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