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 웰스 리포트 ① ◆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2007년 수십년간 살아온 미국 뉴욕 맨해튼의 저택을 1600만달러에 팔고 싱가포르에 정착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1807년에는 똑똑한 사람이 런던으로 갔고, 1907년엔 뉴욕으로 모였다. 이제 2007년은 아시아로 움직일 때"라고 단언했다. 매일경제는 싱가포르 자택에 머물며 올해 투자 전략을 짜고 있는 짐 로저스 회장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싱가포르에 정착한 지 5년째인 로저스는 인터뷰를 통해 "내 아이들이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어를 하길 바란다"며 "베이징에 살고 싶었지만 너무 오염돼 싱가포르로 왔다"고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과 헬스케어, 모든 게 잘 돌아간다"며 "난 더운 기후를 좋아하는 데다 싱가포르는 문화, 음식이 다 좋다"고 덧붙였다. 로저스 회장은 또 "돈은 성공이 있는 곳을 좋아하고 빚이 있는 곳을 싫어한다"며 "빚은 유럽에 있고 자산은 아시아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아시아로 돈이 더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 시대다.
▶화폐전쟁은 모두가 패자다.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이자율도 높아지고 모두가 괴롭게 된다. 물론 어떤 화폐는 다른 화폐에 대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캐나다달러는 다른 화폐에 대해 덜 피해를 받을 수 있지만 결국은 똑같이 괴롭게 된다. 결국 화폐전쟁의 승자는 농업, 귀금속 등 실물이다.
-그래서 상품 투자에 집착하나.
▶경제가 나빠도, 좋아도 답은 코모디티(상품)다. 경제가 나쁘다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찍어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내 돈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돈을 벌기 위해 리얼 애셋(상품)에 투자하게 돼 있다. 주식 채권보다 코모디티가 좋을 수밖에 없다. 만약 경제가 좋아진다면? 코모디티는 더 강세가 될 것이다.
-최근에 금값이 낮아질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금값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한 적 없다. 나는 그냥 금값이 현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 언제가 금 투자 적기인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뭐든지 가격이 많이 떨어질 때 투자하는 게 룰이다. 그러나 금값이 최근 16개월 동안 조정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움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금 매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금보다 은이 나은가.
▶지금은 금도 은도 매입 시기는 아니다. 나는 둘 다 안 산다. 금과 은 중에 굳이 산다면 은을 사겠다. 은값은 최근 고점에서 40% 빠졌다. 금은 15% 떨어졌다. 내 얘기는 둘 중에 나은 게 은이라는 것이지 당장 은을 산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럼 무엇을 사야 하나.
▶일반적으로 실물이 주식보다 낫다. 세계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든 주식 중에 최고로 잘나가는 주식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귀금속이 채권보다 안정적이다. 그럼 귀금속이 제일 좋은 것인가. 아니다. 나는 애그리컬처(농업)에 투자한다.
-농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향후 2~3년 안에 내가 투자하고 싶은 분야는 농지(farmland)와 쌀(rice)이다. 세계는 과거보다 농작물을 더 소비한다. 하지만 농부는 줄어들고 있다. 농부의 평균 나이는 미국 58세, 일본은 66세, 호주는 58세다. 주요국 농부들이 점점 줄고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그들이 은퇴하고 나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 향후 10~20년 동안 농지와 쌀은 훌륭한 투자처가 될 것이다.
-셰일가스 등 에너지는 어떤가.
▶모든 투자자가 셰일가스에 관심이 있다. 셰일가스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자연의 문제 때문이다. 자연에 얼마나 많은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는지, 그걸 기술적으로 얼마나 생산해 에너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셰일가스 가격은 비싸고 그 양이 많지 않다.
-주식에는 정말 관심이 없나.
▶내 자산은 대부분 실물 상품과 외환이고 주식은 거의 없다. 2013~2014년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어느 국가든지 주식 투자는 안 한다.
-그래도 주식을 투자한다면.
▶만약 내가 주식투자를 한다면 한국시장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무너지지 않았고, 부채도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나쁜 상황이 아니다. 물론 서구 경제가 망가지면 모두 영향을 받겠지만,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
-부가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인가.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지금 서양은 전부 부채 국가다. 특히 미국은 역사상 최대 채무국가다. 반면 아시아는 신용국가고 자산이 있다. 그러니 당연히 아시아로 자금이 몰려오게 된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빚은 서양에 있고 자산은 아시아에 있다. 돈은 성공이 있는 곳을 좋아하고 빚이 있는 곳을 싫어한다.
■ 아시아서 北·미얀마 가장 유망…올해 투자키워드 `Be careful` -아시아 국가 중에는 어느 나라가 유망한가.
▶미얀마 북한 중국이다. 북한은 (천연자원 때문에)흥미롭다. 투자할 길이 많지 않고 쉽지 않지만. 어찌됐건 미얀마와 북한은 아시아에서 최고 투자가치가 있는 국가다. 북한에 투자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서 투자 방법을 찾고 있다. 중국의 농업, 수처리 기업도 유망하다고 본다.
-북한 방문 계획은.
▶당장은 없지만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
▶별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리더가 되는 것이 미국에서 리더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미국은 좋은 정장과 재력만 있으면 리더가 될 수 있지만, 중국은 내부 위계질서와 시스템에 따라 맡은 임무를 잘 완수하고 승진하고 리더로 키워진다. 중국 경제가 변화한다면 그것은 세계 경제의 변화 때문이지 리더십의 변화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 투자 키워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한 단어로 하면 Caution, 두 단어로 하면 Be careful이다. 올해와 내년에는 모든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짐 로저스는 누구…
1942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예일대와 옥스퍼드대를 마치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글로벌 투자사 `퀀텀펀드`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퀀텀펀드가 10년간 4200%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신화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컬럼비아대 금융학 교수로 재직하고, 방송 프로그램 사회자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상품투자에 집중하며 로저스 원자재 인덱스(RICI)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투자 외에도 오토바이로 52개국 여행에 나서 약 16만㎞를 주파해 기네스북에 실리기도 했다.
[기획취재팀 싱가포르 = 황지혜 기자 / 강봉진 기자 / 홍콩 = 김대원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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