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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길]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

ngo2002 2013. 2. 1. 10:42

[신정일의 길]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

요즘 세상을 돌아보면 상도덕이 어긋나도 보통 어긋난 것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부자는 자꾸 부자가 되는데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예전에는 골목에서 작은 슈퍼마켓과 같은 가게만 해도 근근이 살아갔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만든 편의점과 대형마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다보니 문을 닫는 가게가 수두룩하다. 대기업들이 빵집을 열어 중소도시 전통 빵집들의 문을 닫게 하지를 않나, 커피 전문점을 차리지 않나, 점입가경이다.어디 그뿐인가. 중소기업이 작은 자본이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서 유통시키면 대기업들이 금세 그 기술을 가로채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한 일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고, 역사 속에서도 많았다. 그렇게 불합리한 일을 과감하게 바로잡았던 사람의 일화가 사마천의 <사기열전> 중 ‘순리열전’에 실려 있다. 노나라에 공의휴라는 박사가 있었다. 그는 뛰어난 재능과 학문으로 노나라 재상이 되었다. 법을 준수하고 이치를 따르며, 바꾸는 일이 없으므로 모든 관리들이 그를 본받아 스스로 올바르게 되었다. 공의휴는 남의 녹을 먹는 자는 백성과 이익을 다투지 못하게 하였고, 많은 봉록을 받는 자는 사소한 것도 받지 못하게 했다. 어떤 빈객이 재상에게 생선을 보내왔으나 받지 않았다. 다른 빈객이 말했다.“재상께서 생선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생선을 보내왔는데 무엇 때문에 받지 않으십니까?”재상이 말했다.“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았소. 지금 나는 재상 벼슬에 있으니 스스로 생선을 살 수 있소. 그런데 지금 생선을 받고 벼슬에서 쫓겨난다면 누가 다시 내게 생선을 보내주겠소. 그래서 받지 않은 것이오.”공의휴는 자기 집 채소밭에서 난 야채를 먹어보니 맛이 좋자 채소를 뽑아버렸고, 또 자기 집에서 짜는 베가 좋은 것을 보자 당장 베 짜는 여자를 돌려보내고 그 베틀을 불살라 버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농부와 장인과 베 짜는 여자가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어디에 팔 수 있겠는가?”대기업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도 그 정도만 벌어도 먹고살 만할 것이다. 그런데도 김치, 된장, 고추장처럼 그들이 넘보지 않아야 할 것들에 손을 대고,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뛰어들어 일반인들의 절체절명인 밥그릇에 손을 대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 공의휴 같은 사람들을 역사 속에서만이 아니고 오늘의 현실에서도 만나고 싶은 것은 나만의 바람일까.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입력 : 2013-01-24 21:14:46수정 : 2013-01-24 21: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