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바쁜 노예, 한가한 자유인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사업가들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참 신기하다. 그들은 비서실에서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늘 빈틈없이 움직인다. 여기저기 짜놓은 일정에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고 늦은 시간에 낯선 숙소에 피곤한 몸을 맡긴다. 마치 시시포스의 일상을 보는 듯하다.꼭두각시 같은 생활을 하기 위해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부 학자와 사업가들도 불나방처럼 정치판으로 뛰어들어 앞사람들의 전철을 밟는 게 오늘날 벼슬아치들의 삶이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세속적인 기쁨과 유희에 빠져 있다.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돈의 유혹에 빠지거나 명성을 좇기에 바빠서 명상적인 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학자들은 자신들만의 이득과 즐거움을 찾는 일이 본래 자신의 본분인 것처럼 여기고 명상적이거나 한가한 일을 외면한다.”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 니체의 말이다. 그는 ‘한가롭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귀한 것’으로 보았다. 그 ‘한가로움’은 결코 악덕이 아니라 미덕이며, 한가한 인간이 바쁜 인간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본 것이다. 니체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쁘게 살면서 명예와 부를 좇는 삶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24시간도 모자라는 듯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유형의 인간들은 모두가 그가 속해 있는 거대한 조직의 틀 속에 맞추어진 것들이지, 자신을 위해 할애된 시간은 거의 없다. 거기에는 ‘나만을 위한 명상시간, 내가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의 대화’ 따위는 들어설 수가 없는 것이다. (중략) 나는 여기서, 모든 인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자유인과 노예로 나누어진다고 주장하고 싶다.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노예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가족이나 친구가 보고 싶어도 너무 바빠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노예이지, 어떻게 삶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니체는 은행가나 사업가들조차 마치 돌덩이가 길바닥에 끝없이 굴러다니듯, 이 사회의 거대한 조직이나 기구의 타성에 따라 무심히 굴러가고 있음을 비판한다. 바쁜 것을 큰 자랑이나 벼슬처럼 여기는 시대에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한가한 사람’, 즉 ‘여유를 갖고 자신의 삶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본 것이다.이 바쁜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간단하다. 한 우주로 태어난 이상 자기의 삶을 가장 온전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좀 더 한가하게 사는 것, 그것뿐이다.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입력 : 2012-12-13 21:15:41ㅣ수정 : 2012-12-13 21: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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