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개별성을 인정해 주는 겁니다. 감성적인 부분에 강한 비공식 조직의 리더들은 개개인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효과적으로 동기부여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압니다. 이들로 인해 회사의 비전과 가치가 깊숙이 전달되는 겁니다."
"미국 7대 기업으로 선정되며 사세를 키워가던 에너지 회사 엔론을 생각해 봅시다. 2001년 당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파산 신청을 내기전까지 그들이 그렇게 무너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결국은 무너졌죠. 왜일까요. 직원에게 회사의 가치가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느 회사마다 사훈이 있다. 기업의 웹사이트를 방문하자마자 보이는 게 기업의 비전이다. 이렇게 일반인도 쉽게 접근 가능한 기업의 가치와 비전이 막상 직원들에게는 전혀 체화되지 않은 데다 그 때문에 회사의 파산까지도 몰고 올 수 있다는 말에 모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불편한 `진실`이다. 기업 가치 공유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이다. 이렇듯 `가치공유`의 중요성은 기업의 관리자를 포함해 모두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길어봤자 세 문장을 넘지 않는 회사의 가치가 체계적인 정보 전달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에서도 말단 직원들에까지 바르게 전달되지 않는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즈&컴퍼니의 수석 파트너이자 리더십과 인재관리 분야의 대가인 존 R 카첸바흐는 매일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비공식 조직을 건드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조직을 들여다보고 직원의 마음을 건드려라
-비공식 조직과 공식 조직의 정확한 차이가 뭔가요.
"공식 조직은 체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흔히 기업의 `조직도`를 생각하면 되지요. 논리적인 계획으로 설명이 가능한 조직입니다. 반면 비공식 조직은 회사 내의 인간관계로 형성된 조직을 말합니다. 친한 친구 모임, 사내 동호회 같은 부류죠. 이들은 감정의 연결고리가 크고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어딘가 모호하지요."
-비공식 조직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요.
"공식 조직은 논리적인 절차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인 반면 비공식 조직은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요. 이 조직 내에서는 합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비전과 철학을 공유할 때처럼 강한 감정적인 지원을 끌어낼 때는 매우 유효합니다. 전략적, 분석적, 효율적으로 이 조직을 관리할 수는 없지만 대신 이 조직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내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행동 변화를 가속화하기도 합니다."
-비공식 조직을 관리한다면 회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군요.
"일반적인 조직은 `관리(manage)`라는 단어를 쓰지요. 하지만 비공식 조직에서는 관리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실제로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관리가 가능하지도 않고요. 다만 이들과 협업할 때는 관리 대신 동원(Mobilize)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보다 유동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들을 동원한다면 회사의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타고난 네트워커를 눈여겨보라
-비공식 조직의 동원을 보다 쉽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타고난 네트워커(Networker)를 눈여겨보세요. 이들은 사실 사내에서 A급 인재가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구성하고 이들과 교감하는 데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요."
-공식 조직과 비공식 조직은 접근 방식부터 많이 다릅니다.사내에서 이 두 조직이 충돌할 위험도 있지 않나요.
"둘 간의 균형을 맞추면 그럴 일은 적습니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은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겁니다. 항상 공존해야 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활용하는 게 중요하지요."
-무엇이든 `균형`을 찾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일 텐데요.
"특히 리더에게는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논리 회로를 따라 명확히 움직이는 공식 조직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비공식조직에는 접근하기 어려워하지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시도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접근이 어렵다고 일부러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지요. 규율적인 행동을 필요로 한다면 공식적인 면에 서는 게 낫습니다. 반면 감정적인 헌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비공식조직의 편에 서야 합니다. 이 시도가 틀릴 수도 있지만 계속 훈련하다 보면 어느새 균형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겁니다."
-직접 비공식 조직에 관여해보는 건 어떨까요.
"비공식 조직에 접근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점이 의욕에 넘쳐 경영자가 직접 비공식 조직을 만들려고 하거나 혹은 컨트롤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때 비공식 조직에 속한 조직원들은 `회사가 나의 사적인 부분까지 침범하려고 한다`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최대한 현재 회사 내에 존재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취미 위주의 동호회 활동을 독려하는 게 좋습니다. 새로운 공식·비공식 조직을 창조할 수 있는 포럼을 많이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팁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조바심 내지 않고 회사 네트워크의 깊숙한 부분에 다가가면 비공식 조직의 리더 역할을 하는 재빠른얼룩말(Fast Zebra)과 대화하며 이들을 회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 공식·비공식 간 균형을 살펴야
-비공식 조직의 리더 역할을 하는 재빠른 얼룩말과 공식 조직에서 인정받는 `고성과자`들을 구분해 다루는 데도 딜레마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이 두 부류의 직원들이 추구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우선 고성과자들은 돈과 빠른 승진을 원합니다. 하지만 재빠른 얼룩말들은 보다 넓은 네트워크와 인간관계, 일 자체에 대한 자부심에 더 주목하지요. 경영인이 이들의 이야기를 집중하고 공감하는 것이 일종의 대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또 각각 다른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공식 조직 리더들을 찾아내 이들이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새 통로를 통해 재빠른 얼룩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결국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통제가 어려운 비공식 조직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리더의 권위는 약화되는 게 아닐까요.
"제 생각은 반대입니다. 비공식적인 조직이 많아지더라도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재빠른 얼룩말`들과 소통하는 길을 찾을수 있다면 그 권위는 더 강해지겠죠. 비공식적 조직을 동원하기 위한 통찰력은 공식 업무에 대한 판단력도 높입니다. 비공식 조직이 잘 돌아가면 회사 전체의 질이 높아집니다."
-회사의 질이 높아진다는 근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죠.
"비공식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개별성을 인정해 주는 겁니다. 기업 문화가 어떻든 관계 없이 감성적인 부분에 강한 비공식 조직의 리더(재빠른 얼룩말)들은 개개인을 대하며 이들의 개인적인 속성을 잘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효과적으로 동기부여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압니다. 더 천부적인 이들은 일 자체에 자부심을 높이는 방법도 알 수 있지요. 결과적으로 이들로 인해 회사의 비전과 가치가 깊숙이 전달되는 겁니다."
-사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인 조직문화가 강해 많이 경직돼 있습니다. 이 문화 안에서는 리더가 비공식 조직과 소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는 한국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을 잘 아는 내 동료들은 문화를 바꾸려기보다는 그 문화와 함께 일을 하는 게 더 좋다고 하더군요."